Recent Search
    You can send more Emoji when you create an account.
    Sign Up, Sign In

    protagoleft

    ☆quiet follow Yell with Emoji 💖 👍 🎉 😍
    POIPOI 22

    protagoleft

    ☆quiet follow

    아케치 회귀물의 속편입니다
    너무 자의적인 동인설정이 많아서 이쯤이면 그냥 3차창작같아요...
    썩 재미있지 않은 관계로 여기서 스탑하겠습니다 죄송해요

    나비의 꿈.
    파르스름한 빛을 내는 나비가 여린 날개를 필사적으로 파닥거리는 모습을 아케치는 그저 몽롱하게 바라보았다.
    가냘픈 날갯짓은 산들바람조차도 되지 못할 공기의 저항을 만들어 낸다. 한없이 연약하기만 한 바람결은 어째서인지 점점 몸집을 불려, 아케치의 코앞에 다다랐을 때는 거대한 폭풍으로 변모해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여자아이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것은…… 당신에게 제가 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폭풍이 되듯이…… 당신은 한 번의 기회를 통해 수많은 일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뜻 있는 자유를 아케치 고로에게.’
    ‘부디,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아케치는 생각한다. 이것은 과연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나비가 아케치 고로의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할까.

    어쩐지 묘한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케치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릿속이 흐릿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통증을 호소하고, 뱃속이 이상할 정도로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위장에 있는 것을 전부 게워낼 것만 같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상할 정도로 울화가 치밀었다. 눈알이 빠질 듯이 눈두덩이 시큰거렸다.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었다.
    “으, 우윽…….”
    이상한 목소리다. 너무 높고, 너무 가녀리다. 도무지 자신의 목소리라고는 느껴지지 않아 아케치는 목을 쥐어뜯고 싶어졌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조금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뒤척거리는 것만으로도 천에 닿은 살갗이 아렸다. 울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화가 난다. 어째서 자신의 육체인데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약한 몸뚱이는 필요 없다. 이런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무력함 따위는 질색이다.
    혼몽한 머리 위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아케치는 그제야 자신의 몸이 절절 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도. 이상하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 적은 없는데. 애초에 자신은 죽었을 텐데. 그날, 시도의 인지 속 꼭두각시 인형과 싸우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자신은 초등학생 여자아이고, 하교 후에 집에 돌아왔다가 엄마의 시신을 발견했고……. 아니, 아니다. 그렇지 않다. 자신은 그 녀석과 함께 마루키 타쿠토가 만들어 낸 현실을 부정했고, 싸워 이겼다. 그리고 현실로, 죽음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여긴 대체 어디일까.
    아케치 고로의 현실은 어디로 가 버렸지
    어째서 자신은 죽을 자리조차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의 동정에 계속 농락당해야 하는 거지

    낯선 천장이다. 아케치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나른해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위를 둘러볼 수는 있었다. 색이 바랜 벽지나 생활감이 느껴지는 가구 배치를 보아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보였다. 어쩌다 이런 곳에 자신이 누워 있었던 것일까. 아케치는 의아해하며 머리를 짚었다. 이마에 무언가 거추장스러운 것이 붙어 있었다. 떼어내고 나서야 그것이 해열 시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일어났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아이 특유의 높은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고개를 든 아케치에게 웬 소년이 달려들듯 다가왔다.
    "이제 괜찮아 움직일 수 있어 물 마실래 맞아, 너 약 먹어야 된대. 밥 먹을 수 있어 그러고 보니 넌 이름이 뭐야"
    두서 없이 질문이 쏟아져 내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케치는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자신은 이유 모르게 과거로 되돌아 왔고, 기차를 타고 도착한 장소에서 이 녀석, 아마미야 렌을 만났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렇다면 여기는 그의 집이겠지. 생전 처음 본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정신머리를 아케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답할 여력조차 없어 멍하니 눈만 끔뻑거리는 사이 성인 여성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렌. 아픈 애 괴롭히는 거 아니야."
    "괴롭힌 적 없거든 그냥 물어본 거야."
    "그렇게 무턱대고 질문하면 그게 괴롭히는 거지."
    렌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은 여성이 쟁반을 내려놓고 아케치의 곁에 앉았다.
    "미안해, 우리 애가 좀 정신이 없지 너무 신경 쓰지 마."
    "아뇨……."
    아케치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는 어물어물 입을 다물었다. 여성은 앞머리를 몇 번인가 만지작거리더니 조심스러운 어투로 상황을 설명했다. 길가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케치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집으로 옮겨 왔다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모르는 곳에 와 있어서 많이 놀랐지 미안해. 연락처를 모르니까 엄마아빠한테 데리러 와 달라고 할 수가 없었어."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초면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가방에 돈이 있을 테니 병원비는 그걸로……."
    아케치는 여성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뒤늦게서야 눈치챘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지금 어린아이였지. 아이답지 않은 어휘를 너무 많이 쓴 모양이다. 하지만 뒤늦게 말투를 바꾸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일 터였다. 여성이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돈은 괜찮아. 그보다 엄마아빠 전화번호는 알고 있니 밤도 늦었는데 분명 걱정하고 계실 거야."
    "안 계세요. 두분 다."
    "……그, 그렇구나. 다른 보호자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든가……."
    아케치가 고개를 젓자 여성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갑작스레 지독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분명 귀찮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생면부지 어린애를 무턱대고 집까지 끌어들이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쓰러졌든 말든 눈길도 안 주고 떠났다면 번거로운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쪽이 아케치에게도 편한 결말이었을 터다. 아케치는 들리지 않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떠나겠다고 말하자. 괜히 붙어 있다가 눈총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아케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여성이 먼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었구나 이 아이는 렌이라고 해. 아마미야 렌. 나는 렌의 엄마고. 너는 이름이 뭐니"
    "아까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 줬어."
    그간 가만히 있으려 퍽 애를 쓰던 렌이 비로소 툴툴거렸다.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을 듯한 평범한 사내애 같았다.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문득 숨이 턱 막혀 아케치는 시선을 피했다.
    "아케치……예요. 아케치 고로."
    여자아이의 이름으로는 이상하게 들릴 줄 알면서도 아케치는 그렇게 답했다. 그에게, 아마미야 렌에게 알려줄 이름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Tap to full screen .Repost is prohibited
    💖💖💖💖💖💖💖💖💖💖💖
    Let's send reactions!
    Replies from the cre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