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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아케가 동거하면서 뭔가 먹는 연작...의 먹지 않는 막간입니다

    막간병원에서, 아케치는 많은 기사를 살폈다. 시도 마사요시의 재판, 아마미야 렌의 입소와 출소. 그밖에 아케치가 의식이 없는 동안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 어떤 기사는 대서특필되었고, 어떤 기사는 그저 사소한 찌라시에 불과했고, 어떤 기사는 뒷돈을 제법 먹인 티가 났으며, 어떤 기사는 기자의 사견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어쨌거나 수많은 줄글들을 읽어댄 끝에 아케치는 원하던 정보를 대략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시도 마사요시는 ‘개심’되었다. 단, 이세계와 관련한 죄과는 애초 존재조차 않은 듯 그 어떤 기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언급이 사라진 쪽에 가까울까. 예상했던 대로였다. 이세계를 이용한 범죄는 시도가 독단적으로 벌인 행동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이해득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보고도 못 본 척 묵살해 버리기로 동의한 자들이 한둘이 아닐 터였다. 이 나라는 그런 것에 무척이나 능하지 않던가. 불리한 사실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무시해 버리는 행동 말이다.
    한편 아마미야 렌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음의 괴도단' 리더로서 자진 출두했고, 보호 관찰 처분 상태였던 탓에 소년원에 입소하게 되었지만, 피해자 여성의 증언 덕택에 결백을 입증받아 몇달만에 퇴소하게 되었다는 모양이었다. 이쪽도 이세계와 관련한 이야기는 모든 뉴스 플랫폼을 전부 뒤져 보아도 한 톨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도 그렇게 되리라. 모든 죄를 털어놓더라도 입증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더 정확히는, ‘없는 것’으로 취급되겠지. 손을 더럽혔다고 자백한들 미치광이 취급이나 받게 될 터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납득하기 쉽도록 가공된 허구다. 청렴하고 정의로운 ‘탐정 왕자’처럼.
    결국, 아케치 고로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알아야 할 건 그 정도로 충분한 줄 알았는데.
    아케치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마미야의 설명은 그 정도로 허무맹랑했다. 대중의 나태로 인해 만들어진 신에게 반역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스케일이 큰데, 심지어는 그 빈자리를 차지하여 신이 되려 한 남자가 만들어낸 ‘모두가 고통받지 않을 수 있는’ 세계에서 빠져나왔다는 소리까지 나오자 말문까지 막힐 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삼류 SF 소설도 아니고.
    그 세계에서, 아케치 역시도 마루키와 맞서 싸웠다고 아마미야는 말했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거군.”
    “…….”
    “그렇지”
    아마미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시 뒤에야 작게 속삭였다.
    “널, 다시 만나고 싶었어.”
    그 말은 어쩐지 고해 같다고, 아케치는 생각했다.
    니지마 사에의 팰리스를 공략하던 때, 아마미야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칸다에 있는 성당에 아케치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난 지금 생각해 보자면, 아케치가 한 짓을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작 그 당시 아케치는 오로지 계획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 의심을 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 본의 아니게 고해소로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얇은 벽 너머에 있는 신부에게 정말로 죄를 고해하지는 않았다. 아케치는 그 어떠한 범죄조차 느껴지지 않도록 적당히 뭉뚱그려 얼버무린 말만을 내뱉었고, 따라서 보속하면 신이 죄를 사하여 줄 것이라는 신부의 말은 조금도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내면에 엉켜 있던 생각을 그저 토해내는 행위 자체만큼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여겼던 기억만은 났다.
    아마미야의 속삭임도 그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해묵은 마음을 건져 올려, 그것이 죄인 양 사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행위.
    그러나 아케치는 그런 행동에 장단을 맞춰 줄 마음 따위 없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네 입맛대로 만들어낸 나랑 즐거운 시간이라도 보냈었나 보지 만나자마자 같이 살자는 소리부터 튀어나온 걸 보면. 내가 너랑 이딴 소꿉장난이나 어울려줄 사람처럼 보였어 하, 웃기지도 않아.”
    아케치는 한차례 말을 쏟아낸 후 크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떨리며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리는 한편으로, 머릿속만은 차갑게 식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납득하기 쉽도록 가공된 허구에만 애착을 가진다. 뼈저리도록 알고 있던 사실 아니던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텐데.
    그라면 무언가 다를 줄 알았던 걸까
    ‘정의’를 진심으로 외치고, 이득도 없이 타인을 구하고, 역경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으니까, 아케치 고로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니까. 무언가 다르리라고
    우스운 망상이다. 고작해야 집세를 절반 분담해 줄 상대를 찾고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죽이려 한 상대에게 동거를 제안하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그도 다른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아케치 고로가 아니라.
    “왜, ‘탐정 왕자’가 그렇게 좋았나 봐. 배신당하고도 못 잊어서 망상 속에서 꾸며낼 정도로. 정의로운 탐정 왕자랑 세계를 구하는 놀이라도 하고 싶었어 바보 같은 소리 마 그딴 건 다 가짜라고 너도 알잖아 넌, 너는 다 봤잖아”
    그날, 엔진실에서, 모든 걸 다 봤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눈두덩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관자놀이 부근에 찌르듯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신물이 울컥 치솟았다. 뱃속에서 위장이 불쾌하게 꿀럭거렸다. 아케치는 입가를 누른 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변기를 붙들자마자 동시에 더는 구토감을 참아낼 수 없게 되었다. 아마미야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아케치”
    “욱, 우웩…… 콜록, 윽…… 흐끅…….”
    머리에 피가 쏠리며 압력이 치솟아 눈물이며 콧물이 연신 흘렀다. 방금 먹었던 음식들이 위액과 담즙에 섞여 변기통에 죄 쏟아졌다. 목구멍과 입안이 화상을 입은 마냥 홧홧했다. 죄다 게워낼 수 있으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속이 더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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