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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ey, I'm home집 문을 열었더니 탐정 왕자(2대째, 몇 달 전 30대가 됨)가 웃는 얼굴로 아마미야 렌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
    “아……”
    악몽인가 그런 생각이 아무 필터링도 없이 목구멍 밖으로 뛰쳐나가려 들어, 렌은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정말로 렌의 악몽 속에 때때로 그 시절 탐정 왕자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생 머릿속에 수감된 채 세상 빛을 보면 안 되는 사실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탐정 왕자에게는 프로 카루타리언 같은 재주라도 있는지, 아무 의미 없는 단음절을 듣고서도 렌이 삼킨 말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찍어낸 듯 매끈하던 미소가 딱딱하게 굳는 모습을 보며 렌은 뒤늦게 대답했다.
    “다녀왔어.”
    아마 이게 정답이리라는 렌의 생각과는 달리, 탐정 왕자의 머리 위에는 음표가 단 한 개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 사람 머리 위에 음표가 정말 떠오른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 비유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쯤 함께 살았으면 척하면 척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렌은 아직도 아케치를 잘 몰랐다. 틀렸다는 사실이 조금은 자존심 상했으므로 렌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한 현대인의 비기: 남 탓하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케치의 성격이 지나치게 반사회적이고 괴팍하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언짢아진 아케치의 기분이 되돌아오지는 않으므로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아무튼 현관에 떡하니 자리 잡은 ‘탐정 왕자’께서는 렌이 정답을 맞히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기세였다. 모르가나도 오늘은 르블랑에 가 있는다고 했으니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해마다 가속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날씨는 10월 하순치고도 쌀쌀한 편이었으므로 렌은 따스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1. 옛 교복을 발견한 김에 추억을 나누어 보기: 평범하고 무난하고 상식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아마 완전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재미가 없었다. 기껏 아케치가 10년 전 교복까지 입은 채 방긋방긋 웃고 있는데 ‘그 옷 오랜만에 보네’ 같은 말은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2. 원조교제를 하러 온 고등학생을 상대하는 변태 아저씨처럼 굴기: 기각. 기각. 기각. 갑자기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아니다. 싫다. 게다가 아케치도 경멸할 것이다. 렌의 목적은 집에 들어가기지 소박맞고 구박받으며 집에서 쫓겨나기가 아니니까.
    3.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굴기: 그러니까…… 누명을 쓰고 강제 전학까지 와서 한창 예민해 있던 질풍노도의 고등학생 시절처럼 굴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괴도단의 리더인 ‘조커’처럼 구는 편이 나은가 하지만 탐정 왕자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아케치와는 달리 렌에게는 10여 년 전과 현재 자신을 엄밀하게 구분할 만한 장치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야 예전처럼 이세계로 들어가 섀도를 협박하고 팰리스를 종횡무진 뛰어다니지는 않지만, 렌은 여전히 자신이 그때와 별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그때는 인지 속 보물을 훔쳐 악인들을 ‘개심’시켰지만, 지금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르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글쎄. 외모 정도일까. 이제 안경은 쓰지 않고, 앞머리가 이마를 답답하게 덮고 있지도 않으니까. 아니면 관계성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와 이렇게 동거까지 하고 있지만, 그때 렌과 아케치는 무어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관계였으니까. 라이벌을 표방하고는 있었지만, 엄밀히는 라이벌이라고도 친구라고도 할 수 없었던, 묘한 관계. 잘 생각해 보니 지금도 그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라이벌이라고도 친구라고도 할 수 없는데, 라이벌 의식도 있고 친밀한 행동도 하니까. 그러면 대체 무슨 행동을 하면 좋은 거지 게다가 이 화제는 필연적으로 아케치의 반사회적 범죄 행위와 그 이후의 행적에 관한 다양한 PTSD를 유발할 것이 분명했다.
    렌은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양팔을 넓게 펼쳐 아케치를 덥석 끌어안았다.
    “나 추워. 들여보내 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응석부리자 아케치가 몸을 잘게 떨었다. 귓가 바로 근처에서 작게 큭큭거리는 소리가 달콤하게 울렸다. 렌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아케치에게 체중을 실었다. 반 발짝쯤 뒤로 비틀거린 아케치가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며 렌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집안에 내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렌의 얼굴이 차가워진 것뿐인지, 손가락이 몹시 따뜻했다.
    “할 말이 그것뿐이야”
    “어…… 10년 전부터 계속 팬이었어요. 사인해 주세요.”
    “바보 같긴. 한 번도 팬이었던 적 없으면서.”
    “뭐 그건 그런데.”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리자마자 정강이를 제대로 걷어차였다. 순간적으로 무릎에 힘이 풀리도록 아파 렌은 정강이를 붙든 채 바닥을 뒹굴었다. 거짓말로 대답해도 화냈을 거면서 이 괴팍하고 반사회적인 범죄자 같으니라고 그러나 렌이 항의하기도 전에, 얄미우리만치 완벽한 미소를 띤 아케치가 고개를 숙여 뺨에 입술을 맞추고는 사근사근하게 속삭였다.
    “목욕물 받아 놨으니까 얼른 씻고 와. 초밥 사 왔으니까.”
    뭐지, 이거 도메스틱 바이올런스 때려 놓고 미안하니까 잘 대해준다는, 그린 듯이 전형적인 가정 폭력 현장인가 렌은 억울해하면서도 결국 군말 없이 몸을 일으켰다. 씻고 나오자 아케치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옷차림으로 돌아와 있었다.

    “더 입고 있지. 간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신선해서 좋았는데.”
    “그 말을 진작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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