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없는 곳에서 죽을 생각 마십시오. S급의 기억력은 수 년 전의 목소리조차 생생하게 재연해냈다. 분수에 맞지 않게 건방지고 대범한 말을 지껄이던 상대방의 모습을 성현제는 방금 전 일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껏 겪어온 모든 인간, 모든 순간, 모든 공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흥미 위주로 굴러가는 지겹고도 지겨운 삶이다보니 웬만한 자극이 아니고서야 뇌속에 자리 잡기 힘들었다. 일부러 애써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러니 성현제가 이토록 누군가에 대해 자세하다못해 실감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성현제에게 있어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그래, 중요하고 말고. 송태원이지 않은가. 이 길고 힘겨운 여행길에서 성현제를 잠깐이나마 웃게 만드는 그를, 기억에만 의존해 만난지 몇 해나 흘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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