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하사이] 단문"왔군."
머잖은 곳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알하이탐은 곤두선 신경을 추스르고, 천천히 문을 닫는다. 탁.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힘과 동시에 금요일 저녁의 기분 좋은 소란은 차단된다. 이제 이 저택에 자리잡은 것은 희미한 풀의 내음과 안온한 고요 뿐이다. 알하이탐은 잠시 눈을 감고 ㅡ아마도 곧 작별을 고해야 할ㅡ그가 사랑하는 고요를 만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목소리의 주인은 소파 위에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채다. 그 또한 집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대 마하 마트라의 정복을 입고 있어 가면 속에 가려진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겠지. 무표정하거나, 미간을 살짝 찌푸렸거나. 그가 가면을 벗어던진다. 이번엔 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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