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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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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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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카코코 조각글

    #모카코코
    #하루노모카

    하루노 모카에게 있어서 평범함이란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평범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나 갈등없이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을 맞이했다.
    평범했기 때문에 모두의 틈에 섞여들어 무난하게 모나지 않은 구성원이 되었다.
    평범함이라는건 보호색이다. 이 세상은 조금이라도 튀어나와있는걸 허용하지 않는다. 튀어나온 순간 그 인간이 어떻게 조각나고 부서지는지 하루노 모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평범함에 몸을 숨기고 아무일도 없는 매일을 살아간다. 모두와 같은 화제를 맞추고 모나지 않은 대답을 한다. 다수는 옳다. 어려운 화제는 수다로 가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눈에 튀는것도 곤란하니까 수예부에 들어가, 방과후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숨겼다.

    그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어도. 그래도 그걸로 괜찮았다. 원래 모든 생물은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기 마련이니까. 이건 하루노의 생존전략이었다.



    학교는 문화제를 앞두고 분주해졌다.
    3학년쯤 됐으면 사실 이제 이런 학교의 행사는 질릴법도 하건만 모카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지 못했다. 원래라면 무난하게 넘어가며 적당히 2시간 정도 친구들과 관심있는 곳을 둘러보고 학생들이 만든 군것질거리를 먹으며 끝났을 문화제다. 수예부에서 진행할 전시도 2학년때까지라면 적당히 만든것중에 아무거나 준비해 냈을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같이 둘러보고 싶은 사람. 만든걸 자랑하고 싶은 사람. 조금 특별한 하루를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루노 모카의 짧은 일생 중 이런 사람이 없었냐면 그건 아니다. 살면서 특별했던 사람은 한 둘 정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특별해지고 싶다'고 느낀건 단언컨데 이 사람이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카는 언제나 특별한 교실의 문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 조금 긴장하곤 했다. 괜히 아침에도 빗었던 머리카락을 조금 빗고 양말이 접히지 않았는지 톡톡, 발을 두드려 체크한다. 치마 밑단의 올은.. 좋아. 풀리지 않았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조금 덜렁대는 기질이 있어 언제나 치마 밑단의 실이 풀어지곤 했는데, 이 후배를 만난 뒤에는 여기까지도 꼼꼼히 체크하게 되었다. 칠칠맞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멋지진 않더라도 나름 선배처럼 보이고 싶어.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자기 자신에게 차갑게 되묻는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떠날거면서.

    맞아. 그렇지만 어쩌라는거야. 스스로에게 반박하며 자신을 비겁하게도 합리화 시키는 것 까지가 들어가기 전의 '규칙'이다. 적어도 지금은 즐겁고 싶은게 사실이었다.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역시 거짓말이 아니었다. 소중하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순간 모카의 눈앞에서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시야에 순간 비어있는 교실의 안쪽 풍경이 망막에 잡혔다. 그 다음으로 보이는건 시야 밑에 걸리는 짙은 머리색. 조금 고개를 낮추면 갸름하고 예쁘장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오목조목, 자그마한 얼굴안에 이목구비가 단정하다. 조용하고 고요히 가라앉은 눈매는 이지적이다. 놀란 얼굴이 서로의 눈에 비치고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먼저 소리를 낸건 상대방-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후배 아메미야 코코아였다.

    "아, 선배. 어서오세요."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기분좋게 울렸다. 모카는 홀린듯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꾸며서도 아니고, 그냥 하루노 모카 본연의 모습 그대로.

    ".....아메 좋은 오후야"

    바보같은 인사여도 좋았다.
    한번 상대를 인식하자 궁금증이 터져나왔다. 조잘조잘 옆에 붙어 후배에게 묻기 시작했다. 지금 어디에 가 뭐 사러 가 밥은 먹었어
    묻는 이유는 상대에게 듣기 위해서.
    코코아가 대답해주는 일상이 좋았다.

    매점에 가요. 하루 선배가 올 것 같아서... 밥을 조금 적게 먹었는데 같이 드실래요같은 대답들. 별것 아닌 말인데도 친구랑 하던 대화와는 다르다.
    같이 먹자고 하면 배가 부른데도 응 하고 대답해버리고 코코아가 뭘 살건지 괜히 궁금해진다. 그래도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으니까 참았다. 너는 뭘 좋아하니 선배답게 내가 사줄까. 모카는 코코아 몰래 주머니 안쪽의 지갑을 몰래 매만지면서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별 것 아니어도 좋았다.
    조금 특별한 일상. 이게 하루노 모카와 아메미야 코코아의 거리.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일상이고 자신 역시 평범함이라는 탈을 쓴 하루노 그 자체. 달라진건 없다. 그런데도 특별하게 기억되고 싶다는 건 어째서일까.


    그 대답을 알면서도 모카는 언제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 파편을 하나하나 꺼내 마음속 상자에 가두었다.
    자신만의 보물상자. 아무에게도 꺼내지 않고 코코아에게도 보여줄 일 없는 조그마하고 날선 파편들.
    그 안에 답을 넣어두고 오늘도 '평범한'하루를 쌓아간다.
    언젠가 아메미야 코코아라는 사람에게 이것이 전부 평범하지 않은 추억이 되길 바라며.

    물론, 이 보물상자를 먼저 들키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특별한'후배는 감이 좋다. 똑똑하고 이상할정도로 추리력이 좋다. 아마도 이게 코코아의 특별함의 비밀이 아닐까
    평범함으로 위장해 살아온 자신과는 다르게 그런 자신을 크게 숨기지 않는다. 튀어나오고 남들과 달라도 자신과는 다르게 부러지지 않는 사람. 조용히 하늘 저편을 응시하며 앞을 보는 사람.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사람.

    그게 모카가 보는 코코아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문득 날고 싶어졌다. 보물상자가 열리기 전에 두고 날아가자.
    네가 여기까지 찾아내버리면 내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사람인지 알아버릴테니까. 그러니까 그걸 보게 되기전에 날아가서 영원히 찾을 수 없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모카는 조심스럽게 코코아의 손을 움켜쥐었다. 도망칠 생각이나 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이 소중한 걸 움켜쥐고 놓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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