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초코이곳은 카페 에우레카의 옥상 겸 다락방.
어지간해서는 오지 않는 곳이다.
정확히는 지붕이나 다름 없으니 천장의 아주 작은 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지 않는 이상 평소에는 올라갈 일이 아예 없는 곳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 이곳에 지금 모로 파로와 토토로라는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서로를 끌어 안은채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무서운 상대가 무서운 걸 들고 두 사람을 찾으러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미 기절해 1층에서 쓰러져있는 에르덴을 내버려두기로 결심한건지 상대의 발자국 소리는 이곳 2층 다락 근처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적은 체중이 내는 사뿐한 발자국소리가 이렇게까지 심장을 서늘하게 할 일인가 모로 파로는 진지하게 각 체중이 갖는 중압감과 긴장감을 주는 데시벨에 관해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토토로라가 서둘러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생각이 중단당해야 했다.
토토로라의 긴장한듯한 체온이 손바닥에서부터 모로의 뺨까지 전해졌다. 손이 조금 식어있었다. 무서울만 하지. 에르덴이 저 꼴인데. 모로는 어느정도 이 공포감을 수긍하기로 했다.
그때.
"모로 씨. 토토. 어디"
조용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바로 두 사람이 서 있는 지붕 아래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평소라면 기분좋게 반응했을 모로의 뒷덜미 역시 묘하게 서늘해져, 솜털이 쭈뼛서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대답하지 않는게 좋겠어. 그 판단을 내리고 토토로라를 쳐다보자 토토로라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번 더, 어딘가 다정하게 달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 있어"
지금 그 무서운 걸 피해서 숨어있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며 모로는 잠시 토토로라를 바라보았다. 상황파악이 필요했다. 역시나 같은 생각을 했는지 토토로라는 소리나지 않게 이어지는 문을 살짝 열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려면 사다리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올라올 때 사다리는 치워버렸으니 그녀가 이곳까지 올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약간 그런 안전함을 느끼며 아주 작은 문을 열자-
"찾았다."
정확히 다락으로 이어지는 천장의 문을 바라보던 코코네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다.
분홍빛을 띈 시선은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것처럼 흔들림없이 틈 사이의 모로 파로와 토토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친"
"우, 우앗 코, 코코네 씨.."
라라펠 청년 둘의 비명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코코네가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 손에는 거대한 상자가 들려있었다.
"두 사람 다 내려와. 초콜렛 먹자고 했는데 사라져서 놀랐어... 비밀데이트"
"아뇨..그게...."
"......"
코코네의 질문에 두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죽음이 두 사람을 일갈했다.
"내려와."
사형선고였다.
토토로라와 모로 파로는 기가 죽은 듯한 얼굴로 결국 사다리를 꺼낸 채 아래로 내려갔다. 그 와중에 토토로라가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에르덴을 제물로 삼으면 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에르덴한테 이건 일러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모로 파로는 자신의 친구가 건네는 죽음을 받았다. 매년 받는 초콜렛. 그리고 언제나 일어나는 죽음의 이벤트.
이번에는 대체 어떤 상태가 될지 가늠하며 모로 파로는 코코네를 향해 겨우겨우 웃음을 지었다.
"가, 감사합니다 코코네씨....."
그러자 모로 파로의 유일한 친구는 피어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모로 씨. 토토. 해피발렌타인."
"아, 아하하하하..."
"시이발..."
그 따뜻한 인삿말과 다르게 두 사람은 조용히 괴로움을 토로했고- 정신을 차린뒤엔 병원에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