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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는 왜 미츠루기보다 7살이나 어리면서 미츠루기를 동생취급하는가...에 관한 망상 소설입니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봅시다 ㅎㅎ

    메이가 누나가 된 날메이는 왜 미츠루기보다 7살이나 어리면서 미츠루기를 동생취급하는가...에 관한 망상
    메이&미츠루기의 어린 시절의 단편이 애니판에서는 나온 걸로 알지만... 저는 애니판은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canon이라기 보다 au적인 세계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1-4 에피소드만 봐도 게임판과는 다른 부분이 많으니까...) 그거랑은 또 별개로 생각해주심 감사합니다.


    ***


    그 날은 어린 메이가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러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나이지만 메이는 긴 줄을 기다리며 칭얼거리지도,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기묘한 느낌에 울음을 터트리지도 않았다. 그건 아기들이나 하는 행동이니까. 카르마 가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카르마 가의 인간인 것이다. 교양 없고 흐트러진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


    오랜만에 보지만 익숙한 저택이 보이기 시작하자 메이는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였다. 시내 한복판에서는 약간 떨어진, 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정원이 함께 있는, 카르마의 이름에 잘 어울리는 훌륭한 저택이었다. 타고 온 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내린 메이는, 자신도 모르게 저택의 정문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하였다. 정문의 손잡이에 손이 닿기도 전에 문이 안쪽에서 스르륵 열렸다. 처음 보는 메이드가 문 뒤쪽에서 눈을 가볍게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파파의 서재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기억하기도 힘들것 같은 복도를 지나, 메이는 무겁게 닫혀 있는 서재의 문 앞에 섰다.

    콩, 콩, 콩

    메이는 꼭 말아쥔 손으로 두꺼운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아무리 어려도 방에 들어가기 전 노크를 하는 정도의 교양은 몸에 익히고 있다. 그 다음, 메이는 온 몸으로 서재의 문을 밀었다. 문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작은 메이의 몸으로는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용인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이 문 만큼은 자신이 직접 열고 싶은 메이였다.
    파파는 또 어마어마한 서류더미에 쌓여서 나쁜 녀석들을 벌주기 위한 일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나쁜 사람이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죗값을 치루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요즘 미국에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티피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캐치프레이즈,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겠다' 에 나오는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메이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였지만, 파파가 하는 일에 그 단어를 붙이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였다. 정의로운 일. 정의로운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는 파파는 멋있는 사람이다. 메이는 문에 자신의 모든 체중을 실으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파파"

    겨우 자신의 몸이 지나갈 만큼의 틈을 만든 메이가, 고개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파파는 표현이 풍부하다거나 상냥하다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려웠지만, 그렇지만 메이에게는 어딘가 한층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곤 했다. 그 약간 누그러진 태도 뒤에, 자신을 향한 애정이 있음을 메이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짧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파파를 기대하며 고개를 들었으나, 메이의 눈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그 남자 아이-는 메이가 평소 접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작았다. 보통의 일본 사람에 비해 약간 옅은 머리색에, 또렷한 이목구비. 머리카락과 같은 회색 눈동자가 약간 쳐진 듯한 눈꼬리 안에 담겨있었다. 그 사람-아니 남자 아이-는 두꺼운 책 한권과 그것보다 더 두꺼운 종이뭉치를 양손으로 들고 파파의 앞에 서 있었다.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면서.

    "아아, 메이인가."

    "...누구"

    메이는 처음 보는 사람 앞이라도 기죽거나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메이는 어째서인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웠다. 메이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약간의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인데 파파의 서재에 들어와서 파파와 이야기하고 있는거지 마치 이 상황이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처럼.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무어라 할 수 있을까. 분노 배신 질투 아직 어린 메이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처음 보는 그 남자 아이를 쏘아보았다.

    "메이에게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구나. 카르마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제 발로 들어온 애송이다."

    "...미츠루기 레이지입니다."

    키가 자신의 반절밖에 되지 않을 작은 메이에게 꼬박꼬박 경어로 인사를 하는 것을 듣고 메이는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메이를 처음 보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그저 어린 꼬맹이로 생각하고 바보같은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은 아무리 어려도 카르마 가의 차녀로, 어엿한 아가씨인데 그럴 때마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는 경어를 쓰라고 정정해주는 데에도 이골이 났던 메이에게 미츠루기의 태도는 오히려 신선한 것이었다.

    "이만 물러나라, 레이지. 나눠준 자료 정리는 늦어도 모레까지는 완성하도록"

    네, 라고 짧게 대답한 미츠루기 레이지는 가볍게 목례를 한 후, 곧장 서재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저도 모르게 눈으로 좇던 메이는 서재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고개를 파파에게로 돌렸다.

    "파파, 보고 싶었어."

    음. 짧게 대답하는 파파의 시선은 아직도 닫힌 서재 문을 향해 있었다. 어째선지 파파의 표정이 좋지 않다. 파파는 미츠루기 레이지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쫓으면 될 것을 왜 제자로 들이고 있는 걸까.

    "...미츠루기 레이지는 언제부터 여기에"

    미츠루기, 라는 이름을 말하자마자 파파의 눈매가 한 층 무서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금방 포기하고 돌아갈 줄 알았지만... 의외로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조금 다른 계획을 생각해볼까, 라고 파파는 나지막히 중얼거리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것도 신경 쓰였지만 메이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3년 그럼 3년 동안 매일같이 파파를 보면서 지낸거야 메이도 일이년에 한번씩밖에 못보는데"

    "검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뿐이다. 실제로 보는 시간은 10분도 안 돼."

    "검사 파파랑 같은"

    "...그래...나와 같은......"

    그렇게 대답하며 파파는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눈동자 너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메이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저 녀석도 이 저택에서 살고 있으니 당분간 너와 마주칠 일이 많을 것이다. 카르마의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미츠루기 레이지도 여기서 살아 왜"

    "저 녀석은 고아거든."

    이 날, 카르마 메이는 '고아'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


    파파의 말대로 저택 안에서 생활하면서 미츠루기 레이지를 마주칠 일은 종종 있었으나 크게 대화가 오간 적은 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거의 항상 양 손에 두꺼운 책이나 서류 더미를 잔뜩 들고 있었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지나칠 뿐이었다. 식사도 일단 함께 하였으나 미츠루기 레이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끔 저녁 식사도 모두 끝난 후 자기 전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저택 안을 돌아다닐 때면, 파파의 서재 쪽에서 무서운 호통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지만, 역시 기분 탓일 거라고 메이는 생각하였다. 파파가 저렇게 무섭게 화를 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


    그 날은 먹구름이 낀 날이었다. 모든 것이 우중충해 보이고 그 날 따라 일손이 비어 있는 사용인도 없어 메이는 너무나도 무료하였다. 정원에라도 놀러가야겠다고 생각한 메이가 저택의 정문을 향해서 다가서는 순간, 문이 열렸다.

    "아..."

    미츠루기 레이지가 문을 열다 말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아래로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자신이 익숙하게 보던 양복과는 그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그 옷, 뭐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갸우뚱하며 눈썹을 찌푸린 미츠루기 레이지는, 저택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 문을 닫으며 대답하였다.

    "교복...입니다만."

    "...일본 교복..."

    자신도 말로만 듣던 일본 교복이었다. 일본의 학생들은 일괄적으로 다 같은 옷을 입고 등교를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정말이었나보다. 메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빛났다. 메이는 미츠루기의 손을 낚아채고 잡아당겼다.

    "너, 잠깐 내 방으로 가자"

    머리 뒤로 당황스러워하는 미츠루기 레이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메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를 자신의 방까지 끌고 갔다.

    "우와아, 일본 교복 메이 처음 봐"

    미츠루기 레이지를 자신의 방 한가운데에 세워두고 메이는 빙빙 돌며 가쿠란을 구경하였다. 미츠루기 레이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움직이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메이도 입어보고 싶어"

    메이는 미츠루기 레이지를 향해 양 손을 뻗으며 그렇게 얘기하였다. 미츠루기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며 메이의 텅 빈 손바닥을 응시할 뿐,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교복, 메이 줘."

    "..."

    그제서야 의도를 파악하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미츠루기 레이지는, 다시 눈썹을 찌푸리고,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팔을 움켜쥐더니, 이내 작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가쿠란을 벗어주었다.

    당연하게도 가쿠란은 메이에게는 너무나도 커서, 밑자락은 바닥에 쓸리고 손은 소매 밖을 빠져나오지도 못하였다.

    "와아, 일본 교복이다 일본 교복"

    그런데도 신이 나는지, 메이는 한동안 미츠루기 레이지의 가쿠란을 걸친 채 방 안을 빙빙 돌아다녔다.

    "너, 마음에 들었어. 앞으로는 메이에게 편하게 말 해도 좋아."

    메이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그것을 알 리가 없는 미츠루기는 선생님의 자제분에게 경어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미츠루기 레이지, 나랑 같이 소꿉놀이 하자."

    "소꿉놀이..."

    미츠루기 레이지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였다.

    "응 메이는 엄마 역할이고, 레이지는..."

    꿀꺽 하고, 미츠루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겼다.

    "멍멍이"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


    "레이지, 소꿉놀이 너무 못해."

    부루퉁해진 얼굴의 메이가 미츠루기를 쏘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미츠루기 레이지는 완전히 지친 표정이었다.

    "미, 미안하네... 소꿉놀이 같은 건, 처음이라..."

    "뭐어 소꿉놀이를 한 번도 안 해봤어"

    메이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미츠루기 레이지를 바라보았지만 미츠루기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레이지는 평소에 뭐 하고 노는데"

    "주로 육법전서를 읽거나... 가끔 체스라던지..."

    "정말 재미없는 남자네."

    미츠루기는 뭔가 반박하고 싶어하는 듯 하였지만 이내 시선을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 미츠루기 레이지를 보며 메이는 역시 재미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레이지는 파파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는거지"

    메이로서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미츠루기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파파, 라는 말에 떠올려야 할 인물이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 머릿속이 소용돌이치며 미츠루기는 어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미츠루기는 천천히 시선을 떨구며 나지막히 대답하였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


    그로부터 며칠 후, 밤부터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굵은 빗방울소리를 들으며 메이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이른 새벽인데도 창 밖은 어쩐지 약간 밝아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정원의 잉어들이 걱정이 된 메이는 어른들 몰래 정원을 내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택의 뒤쪽 정원에 있는 작은 연못을 보기 위해 뒷문을 찾아 나섰다. 깜깜한 저택 내부에 어쩐지 약간 움츠러든 메이는 평소보다 약간 더 시간이 걸려서 뒷문으로 향하는 복도에 다다랐다. 이 복도를 쭉 따라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뒷뜰로 통하는 문이 나올 터였다.

    이제 막 모퉁이를 돌려던 바로 그 때, 창문 너머 빗줄기 사이로 보인 사람의 형상에 메이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미츠루기 레이지였다. 결코 적게 내리는 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츠루기 레이지는 비를 막을 그 어떤 것도 없이 홀로 뒷뜰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미츠루기의 옷과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 젖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 끝에서부터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바로 뒤를 돌아 한 걸음만 내딛으면 비를 피할 수 있는데, 미츠루기는 그러지도 않고 그저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오랜 교류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고, 짧은 시간에 비해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미츠루기의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파파에게 엄한 소리를 들을 때에도 시선을 약간 내리고 짧게 사과의 인사를 올릴 뿐, 그 태도나 자세는 항상 꼿꼿하고 힘이 있었다. 등줄기에 철심을 박아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츠루기 레이지는, 금방이라도 빗속으로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은 위태위태함이 느껴졌다. 잠깐이라도 시선을 떼면, 눈이라도 깜빡하면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다시는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메이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때, 미츠루기 레이지가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레이지"




    그와 거의 동시에 메이는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뒷문을 열어제끼고 양 팔로 미츠루기를 꼭 끌어안았다. 미츠루기는 약간 당황한 듯 하였다. 메이가 조금씩 비에 젖어가는 것을 보고 저택 안으로 들여보내려 하였지만, 메이는 양 팔과 양 다리에 온 힘을 주고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러나, 메이, 빗줄기 사이로 미츠루기 레이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왜 그러냐니,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메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츠루기의 등에 이마를 꾹 누르며 어린 메이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메이가... 메이가 레이지의 누나가 되어줄게. 메이는, 레이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레이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건 싫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마음 답답한 일이 있으면 메이한테 말해. 메이가 누나가 되어서 지켜줄게. 파파가 일을 너무 많이 줘 메이가 그만 주라고 할게. 학교에서 친구들이 괴롭혀 메이가 복수해줄게. 그러니까, 아무말도 없이 사라지지 마. 메이한테는, 메이한테만은 말해줘."

    비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둘은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그렇게 비 속에 서 있었다. 이윽고, 메이의 머리 위로 가벼운 무게가 느껴졌다. 미츠루기 레이지의 손이었다.

    "...알겠으니까, 들어가자."

    메이는 그제서야 팔에서 힘을 조금씩 뺏다. 저택 안으로 들어온 둘은 완전히 젖어있었고 발 아래로 조금씩 물웅덩이가 생기려 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아시면 큰일이겠군. 미츠루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복도에 떨어진 물웅덩이와 옷이 다 젖어버린 메이를 번갈아보았다.

    "우선 옷을 갈아입자. 복도는 내가 정리할테니."

    그렇게 말하며 미츠루기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었다. 메이는 미츠루기의 등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 의도를 파악하고 그 등에 업혔다.

    "어부바라니... 카르마의 격식에는 걸맞지 않는 행동이네."

    "그럼 누가 보기 전에 빨리 돌아가도록 하지."

    남몰래 비밀스러운 일을 한다는 생각에 메이는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메이가 기억하는 한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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