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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보니 예상 이상으로 길어진

    장산범장산범
    노래 장산범을 듣고 적었습니다.
    https://youtu.be/pPOs2TIa0ic


    ~개략적인 상황요약~
    야하리의 심령 체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함께 외국의 허름한 여관에서 1박 머무르기로 한 나루호도.
    하지만 역시 야하리. 비행기표를 잘못 끊어서 엉뚱한 나라로 가버리고 마는데(…)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어 어떡하나 고민하던 나루호도는 우연히 같은 나라에 출장 온 미츠루기와 만나게 되고()
    업무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 항공권을 앞당기려던 미츠루기는 마땅한 표가 없자 나루호도와 함께 문제의 그 여관에서 머무르게 되는데…


    ***


    야하리가 예약을 한 그 여관은 생각보다도 더 깊은 숲 속에 있었다. 미리 전해받은 지도가 없었다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이 나라 전통의 건축양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관은 이색적인 느낌이 가득하고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미츠루기는 이 곳의 위생 상태가 몹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극 성수기에 출장을 온 탓에, 근처의 괜찮은 호텔은 모두 방을 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방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욕실을 확인해 볼 것이다. 만약 실망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면 근처의 카페에서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묵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루호도에게는 미안하지만.

    야하리의 이름을 대고 확인이 끝난 후 여관 주인은 열쇠를 건네주며 물었다.

    - 문을 바깥에서 잠궈 드릴까요
    - 하

    뚱딴지같은 제안에 미츠루기는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슬쩍 나루호도 쪽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쪽의 대화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 방의 내부에는 잠금 장치가 없는가
    - 아니오. 물론 안쪽에서도 문을 잠글 수 있지요.
    - ...그렇다면 어째서 문을 바깥에서 잠그어야 할 필요가 있지
    - 안쪽에서 잠근 문은 안쪽에서 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아리송하게 말하는 여관 주인의 태도에 미츠루기는 약간 화가 나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안쪽에서 문을 열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안쪽에서 잠그는 것도 여는 것도 가능하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나. 여관 주인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미간만 찌푸리는 미츠루기를 보고, 주인이 말했다.

    - 어머, 이 곳의 주의사항을 확인하지 못하신건가요 주의 사항을 미리 읽고 그에 동의하지 않으면 예약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만...
    - 주의 사항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다시 한 번 나루호도 쪽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이쪽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얼굴로, 무슨 문제 있나 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 나루호도, 야하리에게 이 곳의 숙박에 관하여 들은 주의 사항 같은 것이 있는가
    - 주의 사항 들은 적 없는데... 자세한 건 만나서 알려주겠다고 말해놓고 그녀셕,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으니까...

    예약을 한 것은 야하리니까 그가 주의 사항을 읽고 멋대로 동의하고 나루호도를 초대한 것이다. 그리고 막상 본인은 어이없는 실수로 이 곳에 없다. 사건의 뒤에는 역시나 야하리. 벌써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 ...예약을 한 것은 우리의 친구로, 그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특별히 없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게.
    - 그러십니까...

    여관 주인은 살짝 눈을 내리깔고 틈을 두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 혹시 '장산범' 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지요
    - '장산범' 호랑이를 말하는 건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여관 주인은 살짝 미소지으며 설명을 시작하였다.

    - 이 곳의 산 속에는 '장산범'이라는 호랑이가 살고 있습니다. 헌데 이 호랑이는 사람을 흉내내는 재주가 아주 용해서 말이죠. 배가 고파지면 사람이 사는 집으로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며 사람의 목소리로 도움을 청한다고 합니다. 그 목소리가 자신이 아는 사람의 목소리와 꼭 닮아서 자신도 모르게 그만 문을 열어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문을 열면...

    어흥, 하고, 여관 주인은 어설프게 잡아먹는 시늉을 냈다.

    - 그래서 속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손님들을 위해서 아예 문을 안에서는 열 수 없도록 바깥쪽에서 잠그어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상 이상의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미츠루기는 몹시 지쳐버린 기분이었다. 여관 주인은 이런 미츠루기의 기분과는 상관 없이 말을 이어갔다.

    - 어떻게... 문을 잠그어 드릴까요


    ***


    - 헤에... 그런 소문이 있었구나.
    - 정말이지, 사람 흉내를 내는 호랑이라고 그 녀석의 생각은 평생이 걸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네.
    - 뭐어, 황당무계하다고는 나도 생각하지만...

    나루호도는 바람결에 흔들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뭇잎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산 속이라 바깥은 깜깜하였다. 어둠 속은 보이지 않았다.

    - 문, 잠궈달라고 하는게 나았을까
    - 자네까지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건가.

    미츠루기는 욕실 문을 닫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욕실은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이었다.

    - 이런 연고도 없는 산 속의 방에 갇혀 있는 편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화재나 지진이라도 나면 즉시 대피해야 하는데, 그제서야 주인에게 연락하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네. 주인이 즉시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고... 어느 상황이든 사람 말을 하는 호랑이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만.

    생각보다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였다. 괴담같은건 믿지 않아, 라는 오기로 거절한건가 했는데. 괴담 이야기에 빠져 재난 같은건 생각지도 못했다. 확실히 괴물이나 유령보다는 훨씬 실질적인 이야기이다. 미츠루기는 항상 그런 만약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일상을 살아가는 걸까 그것은 몹시 합리적이지만, 동시에 몹시 지치는 일일 거라고 나루호도는 생각했다.

    - 이런 외국에서 우리를 찾아올 이는 없으니 누가 찾아오든 무시하고 문을 절대로 열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걸세. ...나는 먼저 씻도록 하지.

    미츠루기는 세면 도구와 갈아입을 잠옷을 가지고 욕실로 향했다. 얼핏 보이는 서류가방 속에는 이제 서류 종이와 필기구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어째선지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든 나루호도는 문득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확실히 잠겨 있었다. 바람은 계속해서 불고 있었다.


    ***


    둘 다 잘 준비는 마쳤지만 시간은 아직 약간 일렀다. 나루호도는 정신 없이 여관을 찾아오느라 미리 술이나 간식거리를 사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이도 둘은 금방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찌되었건 15년간의 공백은 하룻밤의 이야기로는 다 메꾸지 못하겠지만. 시시한 농담도 주고받으며 함께 있었던 일, 각자에게 있었던 일, 이것저것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은 금새 훌쩍 지나갔다. 나루호도는 지금 이 시간이 몹시 행복하게 느껴졌다. 이런 순간들이 진즉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떠오를 뻔 하다가 금방 가라앉았다. 그런 만약의 상황을 떠올리기에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미츠루기와의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그 때였다.

    [ 똑 똑 똑 ]

    출입문에서 들려오는 느닷없는 노크 소리에 미츠루기와 나루호도의 시선이 동시에 문을 향했다. 시간은 이제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런 산속의 허름한 여관에, 누가 문을 두드린단 말인가.

    [ 똑 똑 똑 ]

    다시 한 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말은 없었다. 둘 다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꼼짝 못하고 출입문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일까 무엇일까 장산범이라는 호랑이는 아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스스로 문을 열게 한다고 한다. 누구를 흉내낼까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미츠루기의 말대로 누구의 목소리가 들려오든 그것은 장산범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니 우리 쪽에서 문을 열지만 않으면 될 일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다.

    [ 똑 똑 똑 ]

    - 누구인가

    세 번째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미츠루기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듯한 미츠루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나루호도도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늦었지만 여관 주인이 무언가 전달할 일이 찾아온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장산범이 여관 주인을 흉내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레이지. 나다.

    중년 남성의 낮은 목소리였다.

    - 나다. 내가 왔다.

    나루호도에게는 기억에 없는 목소리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만났던 의뢰인이나 증인 중의 한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팟 하고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만약 아는 사람의 흉내라고 한다면 이 장산범이라는 괴물은 흉내를 소문만큼 잘 내지는 못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처음에 미츠루기의 이름을 불렀으니, 어쩌면 자신은 모르는 미츠루기의 지인을 흉내내는 것일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옆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츠루기였다. 미츠루기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지진으로 온몸이 얼어붙었을 그 때보다 훨씬 심한 얼굴이었다. 문 밖의 존재가 장산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유령이나 귀신 같은 영적 존재에 이 정도로 겁을 먹을 리는 없었다.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 또 다른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나루호도는 초조해짐을 느끼며 미츠루기에게 물었다.

    - 왜 그러는거야, 미츠루기 아는 사람이야
    - ......그런...것이었나......

    덜덜 떨면서도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미츠루기가 작게 속삭였다. 무언가 깨달은 듯 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나루호도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때 다시 한 번 노크소리가 들리며 문 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레이지. 나다. 문을 열어주렴.

    문 밖의 존재가 미츠루기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미츠루기는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것'이 '그'가 아니라면, '그'를 흉내내는 것 뿐이라고 한다면,

    - 레이지, 문을 열어다오.

    어떻게 '저것'은 나의 이름을 아는 것인가.

    - 아빠가 왔다.

    못을 박는 발언에 미츠루기는 구역감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위장에 든 것을 모두 게워냈다.


    ***


    미츠루기는 한동안 구역감에 괴로워하다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떨며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산범의 마지막 말에 나루호도도 깨닫게 되었다. '저것'은 미츠루기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미츠루기의 아버지는, 벌써 2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니까. 죽은 사람을 흉내내어서는 금방 정체를 들켜버리고 만다. 장산범이란 것은 흉내내는 능력에 비해서 지능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흉내낸 사람이 하필 미츠루기의 아버지라 본의 아니게 정체를 들켜버리고 만 것일까 나루호도는 아마도 둘 다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장산범에게 깜빡 속아넘어가서, 착각을 해서 문을 열어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가 아님을 알면서도, 문을 열었던 것이다. 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똑 똑 똑 ]

    다시 노크 소리가 이어졌다. 미츠루기는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었다. 미츠루기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로 문을 열지 말 것. 이 외에는 그 어떤 대처도 듣지 못하였다. 나루호도는 무력감을 느끼며 미츠루기의 등을 쓸어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레이지.

    또 다시 미츠루기를 부르는 소리에 미츠루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그 눈빛은 제발 그만두어달라고, 거의 애원하는 듯이 보였다.

    - 보고싶었단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미츠루기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스러웠지만 어째선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던 나루호도는 그저 미츠루기를 올려다보았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똑바로 출입문을 향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레이지.

    한 발, 미츠루기가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나루호도는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안쪽에서 잠근 문은 안쪽에서 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관 주인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 말대로였다. 우리들이 잠근 문은 언제든지 우리들이 다시 열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지금의 미츠루기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은 이성을 붙들고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나루호도는 밖에서 문을 잠그어 달라고 부탁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미츠루기가 한 발 더 앞으로 내딛었다.

    - 미츠루기.

    다급하게 미츠루기의 손목을 붙들며 이름은 불렀다. 미츠루기는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나루호도를 돌아보았다. 나루호도와 마주친 그 눈빛에는 너무나도 슬픈 기운이 담겨있어서, 나루호도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아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루호도는 손목을 붙잡은 그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 문을 열어다오.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츠루기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출입문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루호도에게 약간 다가가서 푹 숙인 고개를 그 어깨에 묻었다.

    - 나루호도... 이것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미츠루기의 물음에 나루호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관 주인은 날이 밝을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설마...

    - 설마... 이런 것이 아침까지 계속된다고는 말하지 말게...

    미츠루기의 목소리는 절박하게 떨리고 있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문 밖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미츠루기는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그러면서도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면 빠짐없이 문 쪽을 쳐다보았고, 이따금 움찔거리며 몸이 일어서려 하는 것을 겨우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목소리가 끊기자, 미츠루기가 잠긴 목소리로 나루호도를 불렀다.

    - 나루호도...
    - 응
    - 나를... 묶어주겠나...

    뜬금없는 제안에 나루호도는 당황하였다.

    - 그게 무슨 소리야, 미츠루기.
    - 나의... 나의 손을 끈이나 무언가로 묶어주게.

    여전히 그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미츠루기의 표정은 결심에 굳은 듯이 보였다.

    - 이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솔직히, 자신을 끝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네.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네까지 위험하게 만들지 모르니... 부탁하네...

    미츠루기는 완전히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정신적 타격이 큰 것이다. 나루호도는 슬슬 문 밖의 존재보다 미츠루기의 정신력이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미츠루기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내다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었다. 어릴 적 영문도 진실도 알 수 없는 채로 잃어버린 아버지의 목소리를 20년 후, 모든 것을 알게 되고 받아들인 후에 다시 들려주다니. 그것도 자신은 바로 이 문 밖에 있으며 문을 열어달라고, 마치 이 문만 열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듯이 말하다니. 이런 것이 몇시간이나 계속되는 것은 미츠루기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이런 것을 노리고 일부러 가장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품 안의 미츠루기는 아직 옅게 떨고 있었다. 이렇게 약해진 미츠루기를 묶어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미츠루기가 조금이라도 불안을 떨쳐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좋겠다고 나루호도는 생각하였다.


    ***


    혹시 몰라 가져온 여벌의 넥타이로 미츠루기의 두 손을 뒤로 돌려 묶었다. 묶는 동안 미츠루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 묶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 레이지.

    미츠루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단다.

    미츠루기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채로, 무릎으로 기어 문 앞까지 다가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절하게 보여 나루호도는 차마 잡으러 가지 못하였다.

    - 레이지.

    다시 이름이 불릴 때 쯤에는 미츠루기는 출입문에 다다랐다. 그리고 조용히 출입문에 한 쪽 뺨을 대고, 두 눈을 감았다.

    - 문을 열어주겠니

    미츠루기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루호도는 그것을 닦아주러 다가가지 못하였다.


    ***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루호도는 자신이 잠깐 잠에 들었음을 깨달으며 번쩍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출입문을 보자 두 손이 묶인 미츠루기가 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 미츠루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설마, 설마 문이 열린 것은 아니겠지. 참을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며 나루호도는 서둘러 미츠루기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미츠루기는 그저 지쳐서 잠에 든 것 처럼 보였다. 휘몰아치는 안도감에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가슴팍에 이마를 묻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 고동이 전해져왔다. 아무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나루호도는 묶여져 있던 미츠루기의 양손을 풀어주고, 그를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많이 지쳐있는지 미츠루기는 이동하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불 속에 미츠루기를 눕히고, 나루호도도 그 옆에 누웠다. 문 밖은 조용했다. 부디 이대로 조용히 날이 밝기를 빌면서, 나루호도는 미츠루기를 끌어안았다.


    ***


    미츠루기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 속의 미츠루기는 아직 어린 아이였다. 미츠루기는 자신의 집에서 혼자 육법전서를 읽고 있었다. 책 너머에는 토스트와 메모장이 한 장 놓여 있었다. [금방 돌아올테니 아무한테도 문을 열어주지 말고 집을 잘 지키고 있으렴.] 창 밖으로는 노을이 거의 다 지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신문 배달원이었다. 미츠루기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딩동-. 또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 기사였다. 미츠루기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딩동-. 또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웃집 아주머니였다. 미츠루기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후로 한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창 밖은 이제 완전히 어두운 밤이었다.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문 밖을 확인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지. 나다.' 미츠루기는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리운 그 얼굴을 향하여 시선을 들었다. 그때-


    ***


    헉, 하는 숨소리와 함께 미츠루기는 깜짝 놀라며 꿈에서 깼다. 숨을 몰아쉬며 뜬 시선 앞은 나루호도의 가슴팍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문 앞이 아닌 침실에서, 그것도 나루호도의 품 안에서 자고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자신의 양 손도 어느샌가 풀려있었다. 미츠루기는 자신이 무언가 몹시 무서운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떠올리려 했지만 생각은 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본 나루호도는 두 눈을 감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미츠루기는 자신이 땀에 흠뻑 젖어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몹시 갈증이 났다. 미츠루기는 나루호도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살짝 품에서 벗어났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미츠루기는 단숨에 한 병을 거의 다 들이켰다. 다리는 아직 조금 후들거렸지만 이제야 겨우 정신이 든 기분이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미츠루기는 냉장고 문을 닫고 발걸음을 돌리다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있었던 일이 모두 질 나쁜 악몽이라도 되는 듯, 문 밖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어쩌면 모든 것은 정말 미츠루기의 여러 악몽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나루호도가 일어났을 때 일련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의아한 표정 속 걱정스러운 눈빛을 담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그 장산범이라는 녀석도 흥미를 잃고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미츠루기는 침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레이지.

    그 때였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20년이나 지났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의 기억 속의 그것과 하나도 변함 없이 그대로였다. 음색. 억양. 어조. 이 정도로 완벽하게 똑같이 흉내내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장산범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짐승이 사람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며 문 밖에 서 있다는 말을 믿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실은 살아있었고, 어렵게 자신을 찾아 왔는데 자신이 엉뚱한 미신에 사로잡혀 밤새도록 문 밖에 세워두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20년만에 재회한 아버지에게 당치도 않은 실례를 저지른 것이 된다.

    - 오늘 밤이 아니면 또 만날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역설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무척이나 괴로웠다. 지금까지 DL-6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할 기회는 몇 번인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나름대로 평정은 유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귓가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한 아버지의 육성을 듣게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문을 열고 아버지에게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저것'은 아버지가 아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라고 되새겨야만 하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차라리 저 악마의 달콤한 속임수에 넘어가, 짧은 순간이라도 아버지가 지금 저 문 밖에 서 계시다고 진심으로 믿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 ...나를 만나지 않아도 괜찮니

    그럴 턱이 없지 않나. 미츠루기는 항상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검사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고 카르마의 밑에 들어갔을 때에도, 아버지의 일은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무의식의 근본에는 항상 아버지가 남아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었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은 기절해 있었고 깨어나서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기억하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엘리베이터 속 다급한 아버지의 목소리와, 증거 사진으로 남은 아버지의 사망 현장이었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음속 깊이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 레이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삶이 끝나도 상관 없지 않나 그것이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미츠루기는 그 말에 강하게 동의하는 자신을 느꼈다. 다시 만나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야말로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목소리로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받은 미츠루기는 몹시 마음이 흔들렸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한 번은 버린 목숨이다. 만약 문을 열었을 때, 그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버지의 모습을 한 괴물에게 그대로 잡아먹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츠루기는 출입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 문 너머에 아버지가 있다.

    미츠루기는 떨리는 손끝으로 문의 잠금장치에 손을 뻗었다.

    '안쪽에서 잠근 문은 안쪽에서 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철컥]

    여관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어떻게... 문을 잠그어 드릴까요'

    미츠루기는 거절했었다.

    미츠루기는 여전히 떨리고 있는 손끝을 문 손잡이로 옮겼다. 이제 그토록 바라던 아버지를 만나기까지 한 걸음이다. 미츠루기는 알 수 없는 평온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며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때, 미츠루기의 손 위로 다른 손이 겹쳐졌다.


    미츠루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의 주인을 찾아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 끝에는 단호한 얼굴의 나루호도가 있었다. 언제 일어난 것일까. 언제부터 깨어있었던 것일까. 나루호도는 엄청난 힘으로 미츠루기의 손 위를 덮어 잡고 있어 미츠루기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미츠루기는 뭐라고 말문을 열지도 못하고 나루호도의 강렬한 시선에 압도되어 그저 약간 혼란스러운 시선을 되돌려줄 뿐이었다.

    - 문, 잠궈줘.

    손의 힘을 풀지 않으며 나루호도가 나지막히 말했다. 나루호도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 미츠루기는 약간 정신이 돌아왔지만 동시에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미츠루기는 시선을 나루호도에게서 문 쪽으로 옮겼다. 문 너머는 조용했다.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면전에서 문을 잠그고 그를 거절하라는 말인가. 너무나도 잔혹한 처사였다. 사실은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님을 마음 한 켠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를 문전박대하는 그 행위는 도무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나루호도도 문 너머의 목소리도 아무 소리가 없었기 때문에, 미츠루기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았지만, 손등으로 전해져오는 나루호도의 뜨거운 온기만큼은 실재하는 것이었다.

    미츠루기는 체념한 듯이 눈을 나지막히 내리깔고 반대쪽 손을 들어올렸다. 천천히, 걸쇠에 손이 닿자 순간적으로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망설임이 들었지만, 금방 떨쳐내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잠기었다. 안쪽에서 연 문은 안쪽에서 다시 잠글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문이 잠길 때 문 너머에서 아버지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혼자가 아니었구나, 레이지.

    미츠루기와 나루호도는 동시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꼈다.

    - '그쪽'은 지켜지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어요. 아쉽게 되었군요.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나루호도의 얼굴이 굳어졌다. 미츠루기에게도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였지만 금방 그 주인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 다음에는 부디 함께 놀도록 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 밖에서 끔찍한 웃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로도,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로도,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도 들리는 그 웃음 소리는 한편으로 비명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


    - 응... 그래서 마요이라면 뭔가 알까 싶어서 일단 부른 거였는데...
    - 글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의 미츠루기 검사님에게서 영적인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뿐이야.

    그 일이 있고 난 후, 미츠루기는 기절하듯이 쓰러졌고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서둘러 미츠루기를 데리고 귀국하려 하였다. 미츠루기는 미리 예약해 둔 표가 있었지만 나루호도는 급하게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미츠루기만이라도 먼저 귀국시키고 싶었지만 미츠루기가 거절했다. 지금의 상태로 도저히 혼자서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국 둘이 함께 배를 타고 귀국하였다. 다행히 파도는 잠잠하였고 얕게 흔들리는 배 안에서 미츠루기는 계속해서 잠들어 있었다. 배가 도착할 때 쯤 미츠루기는 열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태의 미츠루기를 혼자 두기 불안했던 나루호도는 급한 대로 미츠루기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비상약을 포함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응급 조치를 취하고도 미츠루기의 열이 떨어지지 않자 전날 밤의 사건이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마요이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 미츠루기 검사님에게도 곡옥 비슷한 뭐라도 드렸으면 좋았을걸...
    - ...그런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

    장산범이 말한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마요이로부터 받은 곡옥의 영향인 듯 했다. 곡옥에 그런 효능까지 있는지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생기기 전의 미츠루기는 바보같은 이야기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미츠루기를 끌어들인 자신의 잘못이었다. 마요이에게 괜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아무튼 지금 미츠루기 검사님의 상태는 정말로 몸의 컨디션이 떨어져서 생기는 신체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높아. 정신적인 영향도 어느 정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영적인 반응은 없어.
    - 그래...

    그렇다면 이 뒤는 미츠루기 자신이 이겨내야 할 문제이다. 나루호도는 어깨 너머로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미츠루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 와줘서 고마워, 마요이. 오늘은 어떻게든 버텨보고, 내일이라도 병원에 데려가볼게.
    - 응

    밝게 대답하고 마요이는 떠났다. 문이 닫히기 직전 마요이는 '곡옥, 잘 챙겨줘서 고마워' 라고 말했다. 고마운 것은 이쪽이었다. 마요이를 배웅하고 난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츠루기가 누워 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 나루호도...

    기척을 느낀 듯 미츠루기가 가늘게 눈을 뜨며 나루호도의 이름을 불렀다. 응 나루호도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미츠루기의 곁에 앉았다.

    - ...정말로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미츠루기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아직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루호도는 가슴이 아파졌다.

    - 당연하지.

    나루호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건 네 아버지가 아니야.

    딱 잘라 말하는 나루호도의 말에 미츠루기는 작게 신음했다.

    - 어째선지 계속... 아버지를 또 멀리 떠나보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미츠루기는 매우 낯설었다. 지금의 미츠루기는 몹시 약하고 마치 어린 아이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이 다시 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나루호도는 미츠루기의 이마에 있던 수건을 집어들어 찬 물에 담그었다.


    ***


    다음날 아침 미츠루기는 거짓말처럼 열이 떨어졌고 나루호도와 주변 사람들의 배려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고 하네요~^^ 기력 딸려서 일단 여기까지 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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