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폰을 바라보았다. 심각한 일인가 지나가던 엔젤이 그런 아담의 표정을 보고 덩달아 심각한 표정으로 폰을 들여다 보았다. 엉덩이, 궁둥이, 엉덩이에 집착하는 이유, 남자 엉덩이, 남자 엉덩이 그만 때리게 하기... 아담의 검색어와 함께 떠오르는 현 직장 남자 동료의 헐벗은 엉덩이에 엔젤이 드물게 할 말을 잃었다. 어, 그래, 힘내 아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하던 엔젤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켰다. 이 문제에 혼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재미는 있지만 혼자 절대 사양이었다.
결국 남자 죄인의 헐벗은 엉덩이만 잔뜩 본 아담이 성질을 내며 폰을 껐다. 아 루시퍼 그 미친 놈은, 진짜, 왜 계속 내 엉덩이를 때리냐고
***
엉덩이가 거기 있으니 손이 가는게 아니겠는가 휘파람을 부르던 루시퍼는 신나게 아담의 엉덩이를 때리며 자신을 합리화했다. 뭐, 이상한 일도 아니고 그냥 아담 엉덩이를 때리는 건데. 찰리가 충분히 이상한 눈으로 본다는 걸 잊은 채 루시퍼가 한번 더 때렸다.
지나가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아담은 욕을 중얼거리면서도 익숙하게 옆구치에 끼운 날개를 활짝 펼쳤다. 루시퍼가 활짝 웃으며 아담의 등 뒤에 자리잡았다. 쫙, 촤악 경쾌한 소리와 얼얼한 엉덩이에 아담은 무표정하게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하, 내가 어쩌다 이자식에게 엉덩이를 내주게 되었더라...
그냥 지금처럼 평범하게 복도를 걷던 중 기묘하게 입꼬리가 올라온 채 비틀비틀 걸어오던 루시퍼와 마주쳤었지. 저런 루시퍼와 마주쳤을 때 딱히 좋았던 일이 없었던 그는 얌전히 뒤돌아 다른 길로 가기로 했다. 복도가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배후에서,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아담은 그 소리에 걷던 자신이 달음박질을 하다, 종래에는 날개를 치며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바짝 붙은 소리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아담은 죽을 힘을 다해 퍼덕였다. 날개에서 나온 돌풍에 액자가 떨어지고 창문이 깨진다. 등 뒤의 소리는 여전히 붙어있다. 아담은 복도 끝 벽에 다다랐다. 공포심에 눈물이 차오른다. 눈을 깜빡여 눈물을 흘려보낸 아담은 도저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xx하고 x 할건가 아니면 xxxx한 다음에 그걸 할지도... 스쳐 지나간 생각에 아담의 막대기가 로브 앞 자락을 들어올리며 슬쩍 존재를 주장했다. 아, 그거 아니라고. 루시퍼에 대한 공포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막대기에 아담은 잠시 자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엉덩이 위로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다. 어, 뭐야 뒷목이 잡혀 바닥에 처박힌 아담이 날개로 루시퍼를 떨쳐내려 했다. 찰싹 엉덩이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미친놈아 내 엉덩이를 때릴 바엔 네 뺨이나 때려라”
아담의 말이 끝나자마자 엉덩이에 매가 떨어졌다. 끄악 루시퍼가 히죽히죽 웃으며 엉덩이를 마구 쳤다.
“하하 아담, 이게 바로 엉덩이 드럼이다”
무슨 헛소리야 아담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맞는 와중에도 아까 섰던 막대기는 여전히 죽지 않아 아담은 더 비명을 질러댔다. 로브에 마구 마찰되던 막대기는 마침내 질척한 액체를 뱉어내고 축 늘어졌다. 그 특유의 냄새에 식어버린 루시퍼가 아담의 허리에서 일어섰다.
“자리를 비켜줄테니 천천히 처리하렴.”
남은 건 루시퍼가 던지고 간 손수건과 축축하게 젖은 로브를 부여잡고 엎어진 아담만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