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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hu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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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hu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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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님이랑 정말 예전에 썰풀던 찐룻양담 에유
    언젠가 완성하길 바라며 쓴 부분만 올립니다.

    기르던 개가 멍청하게도 남을 따라갔다가 돌아온지 10일여가 지났다. 그동안 개를 찾느라 들쑤신 조직만 대여섯개, 겨우 발견한 개는 걸레짝이 되어 부하에게 질질 끌려왔다. 제 피로 몸과 옷쪼가리를 흠뻑 적신 개는 숨만 간신히 붙어있었다. 그 꼴을 보며 어떻게 처리하냐 묻는 부하의 이마를 친히 재떨이로 깨준 루시퍼가 그것을 내려보았다. 지팡이로 넝마가 된 셔츠 여기저기를 들춰보던 루시퍼가 미약하게 오르락내리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다른 이의 손을 탄 것도 모자라 이름을 새겨 손수 달아준 초커도 잃어버리다니, 불쾌했다. 다른 개를 들일까. 이번 건 제법 오래 키웠기도 했다. 숨이 옅어져 가는 이를 내려보며 그가 고심하다 부하를 불렀다.


    눈을 뜬 아담이 맡은 건 짙은 소독약 냄새였다. 아담은 몸을 벌떡 일으키다 온몸이 아파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끙끙대던 아담이 아주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나 아담"
    "누, 누구야, 세요"

    반말에 사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아담이 눈치를 보며 급히 존댓말로 바꿨다. 사내는 아담을 흘긋 보곤 상황을 설명했다. 팔이 부러지고, 내장도 파열되었으며, 퇴원하려면 족히 몇달은 걸린다는 말이었다. 아담은 당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번화가에서 학생들 삥 좀 뜯던 자신이 어쩌다 저런 양복 사내 - 척봐도 뒷세계 사람이다. - 와 연관이 생겼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다쳤는지까지 말이다. 질문을 위해 입을 연 아담이 숨을 들이켰다. 아담은 애지중지하는 기타에 맹세컨대, 저렇게 잘생긴 중년을 본 적이 없었다.

    "깨어났군. 그럼 이제 퇴원시키게.:
    "네, 의사도 함께 부르겠습니다."

    아담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지시하던 중년이 계속 느껴지는 시선에 아담을 돌아보며 턱짓했다. 할 말이 있다면 해보라는 뜻이었다. 아담이 멍청하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잘생겼어요···."

    나만큼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봐요. 이어지는 말에 루시퍼가 할말을 잃었다. 허 기가 찬 루시퍼가 손을 내밀었다. 사내는 내밀어진 손에 시가를 끼우고 불을 붙였다. 루시퍼가 길게 연기를 들이켰다 아담에게 내뱉었다. 독한 냄새에 아담이 콜록거렸다.

    "아가, 내가 누군지 모르겠니."

    ​"아저씨처럼 잘생긴 사람은 한번보면 못잊을텐데, 우리 어디서 봤나요"

    루시퍼가 말없이 시가를 폈다. 아무말 없는 루시퍼에 용기를 얻었는지 아담이 재잘거렸다.

    "아저씨,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내 이름은 아담인데 눈 떠보니 여기였어요. 아저씨가 날 팼나 농담이에요 아저씨처럼 잘생긴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팰 수도 있나 그나저나···"

    부하는 생각했다. 제발 좀 닥쳐. 아, 저 멍청함이 그리웠지만 기억상실과 맞물리니 최악이었다. 점점 기분이 내려가는 루시퍼를 보며 부하는 빌었다. 신이시여, 저에겐 해가 가지 않게 해주세요. 보고를 하러 갈 때 책상 밑에서 해맑게 기어나오던 아담이 차라리 그리울 지경이었다. 출처를 알고싶지 않은 털을 퉤, 뱉고는 인사했었는데, 차라리 매번 그래도 좋으니 이번엔 좀 닥치고 분위기를 살폈으면 했다.
    루시퍼가 다시 손짓했다. 부하는 기민하게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너스콜이라는 아주 좋은 호출 수단이 있지만 그는 이 공간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물론 허겁지겁 병실로 들어온 의사도 그랬다. 그는 기분 나쁜 루시퍼에게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청년이 존경스러웠다. 애첩인가보지 의사는 아담을 진찰하며 생각했다. 최근 조직 몇을 처리했다는 소문이 도는 이가 내버려 두는 것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다. 청년을 진찰하는 손이 좀 더 조심스러워진다.
    의사는 정확한 소견은 정밀 검사를 해야하지만, 기억 상실이라 진단했다. 머리에 충격 좀 받으면 그럴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사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퇴원시킬까요"

    루시퍼는 눈을 감았다. 말없는 보스에 오히려 안절부절 못하는 건 사내다. 청년은 그런 분위기를 이제서야 읽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만 도록 굴린다. 개를 정말 바꿀 때가 된건가. 기억도 없는 놈이랑 뭘 하자는 건지. 그러나 루시퍼는 아담이 파리한 안색으로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느낀 그 감정을 기억한다. 만성적인 우울과 자신답지 않은 답답함, 그리고 말로 설명되지 못하는 음습한 감정들.
    그가 눈을 떴다.

    "퇴원시키게."

    일단 아담이 기억을 찾고 나면 해소되리라. ···역시 팔다리가 부러진 놈을 패면 치유가 늦어지겠지



    ***



    아담이 병실에 들어온 미중년에 끌려 온 집은 아주 컸다. 청년은 입을 크게 벌리며 창문에 딱 붙어 정신없이 구경했다. 와, 이런 집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 아냐 개쩐다. 정원에 분수가 있어. 저 수풀 뒤에 공작 같은 것도 있는 거 아냐 루시퍼는 그런 아담을 보며 사과 지팡이를 툭툭 쳤다. 처음 왔을 때와 반응이 똑같군. 어쩜 이렇게 바보같고 멍청한지.
    청년은 빠르게 저택에 적응했다. 그는 정말이지, 이 아저씨가 정말 좋았다 파열된 내장과 부러진 팔다리 그런 것쯤이야 이런 저택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어주겠다 의식주를 전부 해결해줘, 몸도 보살펴줘, 아담은 이런 호구를 잡은 이전의 자신을 칭찬했다.
    깁스는 푼 아담이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자신에게 붙여진 사내는 그런 아담에 주먹이 파들거렸다. 몸만 다 나으면 한대 쥐어박아야지.
    아담은 저택을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아저씨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앞치마를 한 아담이 루시퍼가 앉아있는 식탁으로 음식을 내왔다. 깁스를 풀었다지만 아직 다 낫지 않은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런 아담에 불안감을 느낀 루시퍼가 뒤에 있던 사내를 보았다. 침통한 얼굴을 한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저씨 아저씨를 위해 내가 요리했어 맛있게 드세요."

    의기양양하게 음식을 내려놓은 아담이 기대에 차 루시퍼를 보았다. 여기서 문제, 기억을 잃기 전 아담이 음식을 했던가 아니. 루시퍼는 식기를 내려놓았다.

    "나는 식사를 하고 왔단다. 많이 먹으렴."

    "그런가요 식사를 하셨구나···."

    청년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그러면서도 음식이 정말 맛있게 됐는데 한입만 드셔보시라며 성화다. 끈질기네. 제법 신선하게 굴긴 하는데 선은 확실하게 해야지. 루시퍼가 아담을 불렀다. 화색이 깃든 아담이 그에게 다가왔다. 뺨이 내리쳐졌다.

    "아가야, 시키지 않은 행동은 하지말렴. 아, 그러고보니 네가 갈비를 좋아했던가. 다음에 가져오마."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 뺨을 살살 쓸며 루시퍼가 말했다. 아담은 몸을 움츠렸다. 쓸어내리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답해야지."
    "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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