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늑/에이든 - 솜사탕하늘색 통이 거실 탁자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지나가던 카인이 다가와 물건을 들어올렸다. 은색 스위치와 동그런 표시등이 있는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카인이 마침 형형색색 설탕을 안고 오던 모울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솜사탕 메이커. 이제 내려놓고.”
모울이 부지런히 설탕을 정리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숟가락과 기다란 막대가 든 쟁반을 들고 따라오던 에이든이 정리된 설탕 옆에 두었다. 붕붕 흔들리는 에이든의 꼬리가 검은 로브자락을 쓸며 지나간다. 카인은 모울보다 작은 꼬리를 물끄러미 보다 그 옆에 앉았다.
“카인 씨도 함께 할래요”
옆에 앉은 카인을 올려보며 에이든이 천천히 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카인이 코드를 연결하는 모울을 보았다. 솜사탕이라면 룰루랜드에서 에이든이 먹던 걸 본게 처음이었다. 그땐 큰 기계로 여러 모양을 만드는 것 같더니, 집에서도 가능했던 모양이다.
자, 다 됐다 모울이 솜사탕 메이커를 예열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단다. 모울이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네 에이든은 눈을 반짝이며 기계를 향해 몸을 내밀었다. 카인이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을 잡아 기계에서 떨어트렸다. 아이가 수줍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모울이 에이든에게 설탕이 담긴 그릇을 밀었다.
“이제 설탕을 넣으렴.”
“네”
에이든이 숟가락 가득 노란색 설탕을 퍼 설탕 투입구에 넣었다. 모울이 스위치를 켰다. 위잉 소리와 함께 추출 헤드에서 노란 솜이 두둥실 떠올라 빙글 돌아간다. 에이든의 눈도 솜사탕과 함께 돌아갔다. 우와... 놀이공원에서 보던 솜사탕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홀린듯이 솜사탕을 보던 에이든에게 모울이 나무 막대를 쥐여 주었다.
아이의 손 위를 부드럽게 겹쳐 잡은 모울이 천천히 막대를 수직으로 세웠다. 나무 막대에 모이는 노란 솜사탕에 에이든이 탄성을 질렀다.
“우와 이거봐요 솜사탕이예요”
놀이공원에서 처음 먹어 본 솜사탕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던 에이든을 위해 솜사탕 메이커를 가져온 건 잘한 일이었다. 룰루랜드에 갔을 때보단 꼬리가 덜 흔들리긴 했지만 이렇게 좋아하다니. 모울이 스스로를 칭찬했다.
부자의 꼬리가 흔들리며 바닥에 털이 떨어졌다. 카인은 그 모습을 보다 회색 털을 주웠다. 공중에 떠다니던 털이 솜사탕을 닮았다. 카인이 무심코 털을 입에 넣었다. 냠. 모울의 맛이 났다.
어느새 완성된 노란 솜사탕을 먹으며 에이든이 행복하게 웃었다.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보던 모울이 카인에게 솜사탕을 먹겠냐 물어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모울은 카인의 입에 삐져나온 회색 털을 발견했다… 그럴 줄 알았다. 행복하게 입을 우물거리는 카인을 두고 모울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나랑 에이든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