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파트너가 되었다지만 모울은 의상을 딱히 맞춰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정한 쥐색 턱시도를 입은 모울이 창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머리띠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이상한 옷을 입고 오는 건 아니겠지 가끔가다 턱없는 감각을 발휘하던 카인을 떠올리며 뒤늦게 모울은 걱정했다. 설마, 레이스가 달렸다던가 이상한 무늬가 있다던가 그런 옷은 아니겠지. 제 머리에서 흔들리는 늑대 귀 머리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카인의 옷이 정말 괴상하면 무도회고 뭐고 그냥 뒤돌아서 기숙사에 가리라 모울은 마음먹었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린다. 카인이 온 것이다. 늦은 것에 대해 한 소리 하며 카인의 모습을 살펴보려던 모울이 굳었다. 아니, 저 옷은, 아담이 호그와트 6학년 시절 이브와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입은 옷이었다 갑자기 한계 오타쿠처럼 -물론 모울은 아담 한계 오타쿠가 맞았고, 아담의 물건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그의 아들과 잘 수 있었다.- 어휘력을 잃은 모울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내가, 이걸 실물로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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