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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가 좀 더 자기한테 기대줬으면 하는 유진으로 유진시우
    - 유진시우가 사귀고 있습니다만,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풋풋한 느낌입니다. (라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 직접적인 행위 묘사는 없습니다만,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R15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시우가 좀 더 자기한테 기대줬으면 하는 유진최근 유진이 이상하다.

    어디가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콕 집어서 대답하기도 애매했다.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 좀 사람이 평소보다 어색하게 구는 때가 있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서 그저께 저녁 식사 도중,

    “아, 떨어뜨렸다.”
    “정시우, 칠칠하지 못하게 뭐 하는 거야-.”
    “젓가락, 하나 새로 가져다줄게.”
    “아, 괜찮아, 유진. 내가 떨어뜨린 건데 뭐. 떨어진 거 정리도 할 겸 내가 갔다 올게.”

    효린의 면박에 메롱 혀를 내밀고 난 뒤에 평소처럼 대답했을 때, 유진은 일으키던 몸을 잠시 굳히더니 조금 부자연스럽게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러던지.”
    “........ 응.”

    당시에는 같이 식사하던 효린도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 듯했고, 저도 우선 배를 채우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넘어갔지만, 묘한 위화감은 계속 뇌리에 머물러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제 오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응…”
    “왜 그래, 유진”
    “우편 온 것 하나가 잘못 온 것 같아. 아마 옆집 우편물이 섞여 들어온 것 같은데.”
    “아, 그런 거면 내가 돌려주고 올게.”
    “내가 갔다 와도 되는데.”
    “에이, 유진은 평소에도 사진관 일 많이 하잖아. 이 정돈 내가 할게.”

    유진의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는 찰나, 복잡한 표정을 하는 그가 눈에 들어와 걸음을 멈췄다. 덩달아 의아한 얼굴을 하며 그에게 다가가자 그새 정신을 차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 유진은 시우의 등을 사진관 밖으로 떠밀었다.

    “유진, 방금-”
    “아무것도 아니야. 갈 거면 얼른 다녀와.”
    “어, 어어… 응. 다녀올게”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우왁”
    “왜 그래”
    “아-, 유진-. 물 마시다가 뒤집어썼어.”
    “...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건데”
    “얼음을 잔뜩 넣어서 시원하게 마시려고 했는데… 마시려고 하자마자 얼음이 쏟아져나왔어.”
    “멍청하긴.”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진은 어쩔 수 없다면서 저를 귀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눈앞에서 노골적으로 저를 향해 보이는 본능적인 호의에는 아무리 능청스러운 정시우라도 쑥스러움을 느꼈다. 시우는 붉어지려는 얼굴을 푹 숙여 숨기곤 괜히 헛기침하면서 축축하게 젖은 앞머리를 손으로 털었다. 그 사이 유진은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갈아입을 옷 꺼내줄 테니까 올라와.”
    “어… 아니, 내가 꺼낼게.”

    남들이 보기엔 평소에 말주변도 없고 표정도 한정적인 유진이지만, 이럴 때를 보면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며 혼자 시시덕거리던 시우는 유진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몇 발짝 가지 못하고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춰 서 있는 유진의 등에 가로막혔다.

    “유진, 위로 안 올라가”
    “.......”

    대답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 유진의 등을 바라보며 시우는 며칠 연속으로 느끼고 있는 위화감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딱히 크게 평소와 차이가 나지도 않고, 눈에 띄는 점도 없다. 하지만 유진이 자연스럽게 조금 전 애정을 내비친 것처럼, 시우도 유진 한정으로는 눈썰미가 예민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귀고 있는 사이니까 제아무리 평소 바보 소리를 듣는다고 할지언정, 연인에게까지 그렇진 않다. 적어도 정시우는 그렇게 자부하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저보다 빠르게 올라온 유진이 아무 말 없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놓고 있었다. 시우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유진의 뒤에 섰다. 유진이 건네주는 것을 넘겨받아서 젖은 옷을 갈아입으니,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그사이에 차갑게 피부를 식히던 물기 대신 뽀송한 천이 몸 위에 닿자 확실히 쾌적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괜찮은데… 고마워, 유진.”
    “별로, 이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
    “에이, 그래도 내가 혼자서 저지른 거니까. 귀찮게 하기도 좀 그렇고.”
    “왜 귀찮아할 거라고 생각해”
    “어”

    갑자기 낮게 깔리는 유진의 목소리에 시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귀찮아할 거라고 생각하냐고.”

    이제는 저를 마주 보고 있는 유진의 표정은 한눈에 봐도 불만스러웠다. 아니, 불만스럽다고만 하기에는… 억울해 보였다. 시우는 당황한 나머지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냐니….”
    “내가 너를 도와준다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어”
    “그렇게 큰 걸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이런 것도 못 해”
    “아니, 유진, 잠깐만.”

    다급하게 유진을 불러세워 봤지만, 이미 입을 연 순간부터 뭔가가 터져 나온 듯 유진이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딱히 이렇게 사소한 일을 일일이 도움받아야 할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지. 평소에 널 미덥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야. 근데, 그렇다고 오는 호의를 일일이 다 거절할 필요도 없지 않아 왜 다 사양하는 건데. 친구였을 때도 이 정도는 평범하게 너한테 해줬어. 근데 연인이 되고 나서 오히려 너한테 아무것도 못 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알아 초조해져. 아냐고. 너한테 나는 해주고 싶은 것투성이고, 네가 뭘 하나라도 필요로 하면 갖다주고 싶고, 뭐라도 어려워하고 있으면 같이 도와주고 싶고. 그런데 그때마다 너가 스스로 할 테니까 괜찮다고 하니까, 괜히 쓸데없는 고집 부리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너는 뭐 귀찮게 한다고 오히려 귀찮게 굴어줬으면 할 정도야. 안 그러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네가 누구한테서도, 무엇에게서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거기에 나도 포함된 거 같아서, 넌 별생각 없이 그러고 있다는 거 나도 아는데, 숨이 답답해질 정도로 초조하다고. 이거 내가 이상한 거냐”

    숨이 차오를 정도로 말을 내뱉던 유진을 멍하니 지켜보던 시우는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유진이 했던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었더니, 그런 시우의 얼굴을 보고 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숙였던 머리를 들어 올려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서 입을 열었다.

    “…미안, 괜히 내가……. 말이 심했어.”
    “으응, 괜찮아…….”

    넋이 나간 목소리로 대답하던 시우는 점점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을 다 큰 성인 남자가 지금 연인(=나)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서 삐졌다는 거지 와씨, 미치겠다. 진짜, 너무 귀엽다. 시우는 다급하게 유진과 거리를 좁히며 얼굴을 슬쩍 들이밀었다.

    “있지, 유진.”
    “… …뭐야.”

    훅 가까워진 얼굴에 잠시 놀란 것도 같았지만, 싫지는 않은지 제 눈을 피하지 않는 유진을 보고 시우가 배시시 웃었다. 덩치도 성격도 제 쪽이 더 요란한데, 아마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그걸 표현하는 방식만큼은 유진 쪽이 더 요란할지도 몰랐다. 그런 점도 전부 포함해서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시우는 유진의 허리께에 팔을 둘러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뭐가.”
    “날 그만큼이나 좋아해 줘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얼굴에 잠깐 짜증이 난 듯, 유진이 시우의 얄미운 볼을 꼬집었다.

    “아야”
    “뭐가 좋다고 실실 웃어. 나는 답답한데.”
    “응- 미안.”

    살짝 빨갛게 혈색이 올라온 볼을 유진의 어깨게 문대며 시우가 대답했다.

    “근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네가 말하기 전까지는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것도 몰랐어.”
    “…….”
    “너랑 사귀기 전에는, 효린 외에는 딱히 내가 마음 놓고 어리광을 부릴 상대도 없었으니까……. 안 익숙해서 습관처럼 그랬나 봐.”
    “…나한테는 그러지 마.”

    순순히 그를 받아들이며 하는 말에 되레 유진이 어리광을 부리듯 저를 마주 껴안아 왔다. 저를 그만큼이나 아껴주고 있다는 것과, 파고들어 오는 온기가 기꺼워 시우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떻게 내 게 됐을까. 시우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한테는 좀 더 기댈게. 유진은 그게 더 기쁜 거지”
    “…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도 나만 받기는 미안하니까, 네 어리광도 받아줄게. 그걸로 기분 풀어줄래”
    “……아니.”
    “응”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대화가 주춤거리는 것을 느끼고 시우는 유진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핏 무표정해 보이지만, 시우는 제 연인이 꽤 삐져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진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로는 부족해.”
    “…그거 큰일이네.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요”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것 같은 부루퉁한 유진의 말투에 어울려주겠다는 심보로 시우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아까 전 이미 그렇게 잔뜩 자기 속내를 털어놓더니, 아직 뭔가가 남은 모양이었다. 마침 저도 어리광을 받아주겠다고 말했으니, 어쩔 수 없지.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시우를 보며 유진이 입을 열었다.

    “뭐든 괜찮아”
    “그래, 이 형아한테 다 말해 봐.”
    “진짜로”
    “진짜로.”

    대답하자마자 훅 뒤로 쓰러지는 감각에 시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자, 매일 머리를 대고 잠드는 침대 위로 몸을 넘어뜨린 유진이 태연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어서 빠르게 제 옷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에 놀라 뭐야, 뭔데 하고 말해보았지만, 그런다고 유진의 움직임이 멈추지는 않았다. 티셔츠가 벗겨지면서 덩달아 머리 위로 올라간 팔, 그리고 그 위에 걸쳐진 티셔츠를 벗기다 말고 그대로 손목 주위에 묶어대는 유진을 보고 다시 한번 시우가 입을 열었다.

    “아니, 뭐 하는 거야”
    “풀지 마.”
    “네”
    “오늘은 이렇게 묶고 할래.”

    여전히 부루퉁한 표정을 하고 저를 바라보는 상대가 하필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약해지는 대상인 탓에, 시우는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이없다는 듯 헛숨을 내뱉고 있자, 유진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읊조렸다.

    “하고 싶은 게 있거나, 해줬으면 하는 게 있으면 다 부탁할 것.”
    “뭐야 그게.”
    “부탁하지 않으면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놓고 한다는 소리가 그거라니. 장난하나 이제는 여유로워진 미소를 비추는 유진을, 반대로 시우가 뚱한 표정을 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팔을 조금만 움직이면 천이 틀어져서 벗겨질 것 같은 허술한 결박. 하지만 그걸 묶어둔 게 유진이다 보니, 정시우가 반항할 수 있을 리가. 하늘 같은 연인의 마음이 토라지셨으니 하시라는 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악마.”
    “그렇게 부르시든지.”

    마지막으로 한 번, 유진을 향해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곤 시우가 쑥스러워지려는 마음을 꾹 집어넣고 말했다.

    “…일단, 키스해 줘.”
    “본부대로.”

    하아……. 아까까지 얘 귀엽다고 했던 거 다 취소다. 정시우는 눈을 감고 유진의 폭신한 입술 사이로 닿아오는 혀의 축축함을 느끼며 생각했다.

    야해. 제 연인은 귀엽고 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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