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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큰일 났다.

    그 단어는 아케치에게서 나오기 드문 말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마음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잔뜩 충격받은 아마미야 렌이 벽에 손을 짚고는 아케치 고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너, 뭐 해”


    그의 눈이 아케치의 얼굴에서부터 내려와 그의 손에 들린 캐리어에 붙박였다.

    “가출”
    “내가 애냐. ……출장이야.”
    “아. 말도 없이”


    말하려고 했다고 대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말이 너무나 구차한 변명으로 느껴져 아케치는, 또다시 드물게, 한참 말을 골라야 했다.

    이틀 전에 싸우지만 않았어도 이미 말은 했었을 것이다.

    결혼하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다는데, 동거도 별반 다를 바는 없는 듯했다. 아케치와 아마미야가 도내 맨션에서 동거하기 시작한 지 약 반년째. 누군가와 같이 살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것에 아케치는 조금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두 달간은 유난히 자주 다퉜다.

    아케치의 일이 너무 바빠서, 세탁기를 제때 돌리지 않아서, 외출해서는 말도 없이 늦게 들어와서, 느닷없이 짜증을 내서 등등.

    이 세상엔 싸울 일이 정말로 많다는 사실을 아케치와 아마미야는 몸소 체험 중이었다. 이틀 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미야는 아케치가 집에 일거리를 너무 자주 가져온다고 투덜거렸다. 야근을 자주 한다고 한참 삐져있던 시절이 있어서 일부러 야근하지 않고 집에 와서 하는 건데도 이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그에게 아케치는 짜증이 났고, 그는 아케치의 골난 기분을 단번에 알아챘다.

    잘 설명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는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 아마미야와 등을 돌린 채로 누운 후에야 아케치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간단하게 줄일 수 있던 상황과는 달리 꽤나 언성을 높이며 싸웠기 때문에 당연히 다음 날까지 두 사람은 아주 기본적인 대화 빼고는 말을 섞지 않았다. 둘 다 화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아직은 평소처럼 대화할 정도로 껄끄러움이 사라지진 않았었다…… 라는 핑계로,
    아케치 고로는 1박 2일의 오사카 출장 건을 얘기하지 않았다.

    일 때문에 싸웠는데 또 출장으로 1박 2일 나가야 한다고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케치가 말을 하지 않은 건 정말 그 이유뿐이었다.

    하지만 한참 눈만 깜빡거리다가 몸을 돌려버리는 아마미야의 모습이 그의 눈에는 아주 느리게 비쳤다. 렌, 하고 다급하게 불러세운 것은 거의 본능이었다.


    “일부러 말 안 한 건 아냐.”
    “그러시겠지.”
    “며칠 전에 갑자기 1박 2일로 오사카 일정이 잡힌 거라, 원래는 미리 얘기할 생각이었어.”


    구차하다, 구질구질하다, 이런 단어는 아케치가 혐오하는 것 중 하나였다. 언제나 산뜻하게, 적당한 거리감으로. 그런 것들이 아케치 고로를 설명하는 수식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왜인지 아케치는 아마미야의 앞에서 자꾸 궁색한 말만 늘어놓게 됐고, 시시때때로 어린애처럼 옹졸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아마미야 렌이 그의 세상에서 타인이 되는 것이었다.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멀어져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마땅한 말을 찾을 수가 없을까 능숙하고 멋진 말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는 일은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아케치는 숨만 짧게 들이쉬었다 내뱉으며,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따위의 말만 반복했다. 그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마미야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너는 정말 바보야.”
    “…….”
    “간단한 사과도 잘 못하고, 매번 에둘러 말하고, 중요한 건 잘 말해주지 않고. 하지만…… 내가 더 바보일지도.”


    그는 아케치에게로 성큼 다가와 그의 어깨에 팔을 둘러 껴안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고동이 느껴질 정도로 아주 가까웠다.


    “내가 그 무엇보다 우선이었으면 했어. 심지어…… 일보다도. 이건 나의 어리광이라는 걸 잘 알지만 너, 요새 너무 바쁘니까.”
    “응.”
    “집 들어와서 피곤한데 나랑 같이 안 놀아 준다고 짜증 내서 미안. 약속 나갈 때마다 투덜거린 것도 미안. 야근 많이 하는 것도 네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좀 적당히 일하면 좋았겠지만, 아무튼 미안. 그리고… 널 불안하게 했네. 이게 제일 미안.”


    아마미야은 장난스럽게 아케치의 엉덩이를 두 번 토닥였다. “애 취급하지 마.” 아케치는 작게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이마를 비비는 행동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지만, 아마미야는 놀릴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깊게 기대주기를, 떼를 쓰다가도 적당한 척 본심을 숨겨버리곤 하는 아케치가 이제는 맘껏 고집 부려주기를 바랐다. 그걸 받아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니까. 그런 확신이 있었다.


    “……나도 미안.”


    아주 작은 속삭임에 아마미야는 웃었다. 정말로 사과가 서투른 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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