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치이사 발렌타인바치라 메구루는 누군가에게 초콜렛을 선물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받아본 적도 없었다. 그의 유년시절은 축구와 괴물, 그리고 외로움으로 덮여 있었다. 축구에만 매진한 터라 또래와의 교류가 적었고, 누군가 제게 보내오는 호감에도 무딘 편이었다. 발렌타인이라는 날을 알기나 할까 의심스러웠으나, 그런 의심을 가질 친분조차 없었다.
그러나 특별한 날이 가까워질수록 학교란 묘한 공기가 풍기는 곳인 법이다. 아무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술렁임이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번져갔다. 바치라 또한 그 기류를 알고 있었다. 남녀가 서로 쭈뻣거리며 견제하는 것은 예민한 기질로 단번에 알아차렸으나 불행히도 바치라는 그 기류가 무엇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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