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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정말 이런 글로 생일 축하를 해도 괜찮은 걸까요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도마님의 소설 인지 아케치(진짜 정의로움. 진짜 상냥함. 진짜 아방함)가 나오는 글 https://posty.pe/mt8mn7 3차창작입니다

    인지 탐정왕자 부활“알아요. 절 죽이러 온 거죠”
    소년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흉흉한 내용과는 정반대로, 목소리는 차분하기만 했다. 오히려 어쩐지 조금은 즐거워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그러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왜 아무것도 안 하는데”
    크로우는 물었다. 똑같이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희미하게 언짢은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의 기분을 대변하듯 왼손에 들린 총은 눈앞의 소년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소꿉장난이라고 여길지도 모를 만한 상황이었다. 어둑어둑한 복도 끝에는 교복을 입은 소년이 막다른 벽을 바라보고 서 있고, 붉은 가면을 쓰고 화려한 흰색 제복을 입은 소년이 그 무방비한 등에 장난감 총을 겨누고 있다. 마치 그 총이 정말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믿는 듯이. 게다가 자세히 보면, 둘의 얼굴이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쏙 빼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터다. 그러니 절친한 쌍둥이 형제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밖에는 여겨지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러나 정작 두 당사자는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그들은 형제가 아니다. 애초 이 중에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다른 한 명은 그저 대중의 집단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인지 존재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크로우가 겨눈 총은 분명히 장난감이지만, 인지 세계에서만큼은 남을 거뜬히 죽이고도 남는 흉흉한 무기가 되었다. 총이 빼앗은 목숨만 해도 양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유는 다양해요. 우선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당신은 날 죽일 테니까요.”
    인지 존재―탐정 왕자가 그렇게 답하며 뒤로 돌았다. 언뜻 패배주의적으로 들리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자못 우아하기까지 한 동작이었다. 그 표정 역시도 체념 따위는 느껴지지 않고, 맑은 눈동자는 오히려 생기 넘치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죠. 지금 전부 말하면 절 죽일 거잖아요”
    그는 마치 자신이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했다는 듯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눈이 둥글게 휘며, 크로우보다 약 1.5배 가량 긴 속눈썹이 섬세하게 나붓거렸다. 크로우는 가면 아래 숨겨진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마 내가 그런 수작에 넘어가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하, 그야말로 ‘설마’네요. 유감스럽지만 그렇게까지 헛된 망상을 할 정도로 낙관적이지는 않거든요. 알다시피 저도 일단은 탐정이니까 말이에요.”
    그가 과장된 기색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전히, 말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몹시 낙관적으로 보이는 동작이었다. 살며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 따위는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것처럼. 크로우는 작게 혀를 찼다. 총구는 여전히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로 낭비할 시간은 없다. 자칫 늦어지면 다른 이들이 크로우의 이탈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검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인지 탐정 왕자가 재차 말을 걸었다.
    “그냥, 대화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진짜 나’랑 말이죠.”
    그는 크로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빠른 말투로 재잘거렸다.
    “늘 궁금했거든요. 왜 나만 이 세계에서 이레귤러인지. 왜 나만 남들과…… 여러분의 표현으로는 ‘섀도’인가요 그들과 다른 존재인 건지.”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네, 뭐. 대략적이지만요. 알다시피 추리는 특기라서. 알고 싶은가 보네요.”
    장갑 낀 손이 제 관자놀이를 장난스레 툭툭 건드렸다. 가벼운 윙크가 곁들여졌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상큼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아케치보다 1.5배 더.
    “처음으로 이곳에, 아니, 더 정확히는 저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합실에서였어요. 이 바로 위층 말이에요. 전철이 오기에, 타려고 했죠. 기다리던 다른 이들, 그러니까 섀도들은 전부 탔으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탈 수 없더라고요. 왜일까요”
    “시간 끌 생각 하지 말고 알고 있는 건 확실하게 말해.”
    크로우는 협박하듯 목소리를 낮추고 으르렁거렸다. 메멘토스는 기이한 장소였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았다. 오래 끌 수는 없었다. 그가 싱긋 웃었다. 눈앞에 총구가 들이밀어진 사람답지 않은 표정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달랐으니까요. 저와 그들은. 그러면 뭐가 다르지 한참을 고민했죠. 실존적인 고민이라고 할까요. 어째서 그들이 가는 곳에 나만은 갈 수 없는지. 나는 왜 그들과 같을 수 없는지. 나는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걸까.”
    크로우는 무심코 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익숙하게 들리는 의문이었다. 어째서 다를까. 어째서 섞일 수 없을까. 태생적으로 달라야 한다면 어째서 태어났어야 하는 것일까. 우습지도 않다. 크로우 역시도 별수 없이 대중의 일부다. 만일 저 인지 존재가 크로우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면, 탐정 왕자라는 이미지에 크로우 자신의 인식 역시도 섞여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죽일 수밖에 없다. 자신과는 달리, 진심으로 ‘정의’를 주장하는 탐정 왕자가 크로우의 속내를 알 가능성이 있다면, 계획에 어떤 위협이 될지 모르니까. 크로우는 검지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여러분이 왔죠. 그래서 이해한 거예요. 여기는 ‘현실’이 아니다. 그들은 현실의 그림자지만, 저는 그림자조차 되지 못하는 몽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섀도, 적절한 이름이네요. ……그들에게는 티켓이 있어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티켓이.”
    “욕망”
    “네, 욕망. 전철을 타는 이들은 모두 같은 것을 바라며 아래로 향해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걸 바라지 않고서는 전철을 탈 수 없어요.”
    “아래에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건이라도 있다는 듯한 말투군.”
    “정확해요. 아니, 그럴 거예요.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거든요. 저 아래에는, 대중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장치가 있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산뜻한 미소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내려갈 수 있었으면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걸어서 갈 생각은 없었나 보지”
    “그러려고 했죠. 그럴 수 없었지만요.”
    크로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대중의 인지 속 탐정 왕자에게는 추리 능력이라면 모를까 살상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 메멘토스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강력한 섀도들이 돌아다니니, 혼자 힘으로는 더 내려갈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당신과 대화하고 싶었던 거예요. 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진짜’가 궁금해서 말이죠.”
    크로우는 입술을 비틀어 웃는 흉내를 내었다.
    “고작 그런 걸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값싼 인생이네.”
    “그런가요 하지만 진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잖아요”
    가볍게 고개를 갸우뚱거린 그가 다시금 웃어 보였다. 크로우는 후, 짧게 숨을 내뱉었다. 진심으로 자신이 한 말을 믿고 있는 듯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실은,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탐정 왕자는 가짜고, 너는 그 가짜를 모방한 허상에 불과해. 그리고 그런 거짓으로 점철된 존재 같은 건 죽어버린대도 아무도 관심조차 안 가지겠지. 됐어 이제 만족해”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슬픈 일이네요.”
    “네 슬픔 따위 누가 신경이라도 쓸 것 같아”
    크로우는 참지 못하고 이죽거렸다. 인지 탐정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알지 않나요 제가 그런 말에 슬픔을 느낀다는 건, 누군가가…….”
    크로우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자신을 꼭 닮은 머리 한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알아.”
    ‘누군가는 탐정 왕자라면 이런 말을 들을 때 슬퍼하리라고 생각한다’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정보였다.

    인지 존재의 소멸을 확인하고, 크로우는 등을 돌렸다. 빠르게 뛰어 괴도단에게 향하는 그의 입가에는 인지 존재와 꼭 같은 미소가 가면처럼 걸려 있었다.

    “……누군가가 당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에요.”
    골목길 끝에서, 인지 존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이유는, ‘나는 그런 걸로 죽지 않으니까’ 였어. 살아 있지 않는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겠어”

    “부럽네.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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