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Search
    You can send more Emoji when you create an account.
    Sign Up, Sign In

    huhu1612

    ☆quiet follow Yell with Emoji 💖 👍 🎉 😍
    POIPOI 20

    huhu1612

    ☆quiet follow

    일님 리퀘 나왔습니다!

    아동성적학대, 사이비 등 소재 주의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 전서 4장 8절)마음까지 얼어붙는 겨울이 왔다. 바람에 날린 나뭇가지가 격자 창문을 툭툭 친다. 손수건을 손에 쥔 채 기도하던 아담이 고개를 들었다. 스산한 겨울바람 소리에 몸을 잠시 떨던 아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에 드리워진 나뭇가지를 멍하게 바라보며, 거죽과 뼈만 남아 스산한 손가락을 떠올린다. 구더기가 기어가는 듯한 그 손길을 떠올리다 보면 아담은, 삭풍 같았던 노인이, 침대만 덩그러니 있던 그 방이.

    무의식적으로 손수건을 꽉 쥔 아담이 고개를 저어 과거의 잔상을 털어냈다. 아담은 구겨진 손수건을 소중하게 갈무리했다.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아담이 거울을 보며 단추를 몇 개 더 풀고 내려가 있던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웃는다.

    오늘은 루시퍼를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방문을 나섰다.


    ***


    루시퍼는 학생회장으로 신입생들에게 입학을 축하한다는 연설을 하기 위해 강단에 섰다. **학교 20nn년도 신입생 여러분, 저희 **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어수선한 신입생과 그 가족의 주의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금발을 단정하게 넘긴 미남자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템포로 환영의 뜻을 전하고 본교를 소개했다.



    루시퍼는 순조롭게 연설을 진행하면서도 신입생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가 툭 튀어나온 소년을 본다. 남자와 소년의 경계에 서 있는 그는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손쉽게 사로잡았다. 왁스를 발라 반만 넘긴 갈색 머리카락과 단정한 이목구비. 그중에서 주목을 이끈 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자였다. 황금빛 물결이 너울거리는 그 눈동자. 입학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좋았던 첫인상이 무너지는 것은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소문의 신입생은 굳이 제 단점을 숨기려 들지도 않았다. 입만 열면 주제와 어긋난 멍청한 말에, 쾌활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는 행동은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누가 도대체 친구와 이야기하며 손에 '무언가'를 쥔 흉내를 내며 입에 대고 흔드는 동작을 한단 말인가 그와 이야기를 하던 이들이 난처하게 웃으며 멀어져갔다. 어느새 아담의 주위에는 그에게 수작을 부리려는 이들밖에 남지 않았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 아담을 찔러댔다. 아담에 관한 추문은 처음 다가갔던 이들에게서 시작됐다. 은밀하게 돌던 소문은 점점 몸집을 불려갔다. 남여를 가리지 않고 잔다던가, 쟤가 따먹은 애들만 해도 수십, 수백은 될 거라든가, 나이를 속이고 어른들을 만난다든가,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교사에게 몸을 대줬다든가, 심지어 양부모랑도 잤다든가 그런 질 나쁜 소문들.



    자극적인 소문에 굶주려 있던 학생들은 아담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관찰하며 물고 늘어졌다. 그와 잤다던 소문이 도는 남학생들은 제 친구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그 안을 쑤시는 행동을 하며 낄낄댔다. 존나 적극적이야. 그년 그거 구멍 상태도 좋던데 음흉하게 웃으며 허리를 흔드는 가벼운 몸짓에 이야기를 듣던 무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저를 대입했다.



    아담이 복도를 걸어가는 루시퍼의 등을 발견했다. 풀었던 단추를 다시 단정하게 채우고 머리를 급하게 정돈한다. 늘 가지고 다니는 손거울로 얼굴에 더러운 게 묻은 게 없는지 확인한 아담은 루시퍼를 향해 달려갔다. 빠르게 달려간 그가 루시퍼의 이름을 부르며 등을 가볍게 건드렸다.



    "루시퍼 어디 가는 거야"

    "선배라고 부르라니까, 아담"



    반짝이는 눈을 보며 루시퍼가 희미하게 웃었다. 소문이 더럽게 난 아이가 자신에게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꼴이 우스우면서도 귀여웠다. 저 멀리서도 자신을 볼 때면 뛰어와 인사하는 것이 더러운 소문의 주인공보다는 오히려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루시퍼만의 강아지. 자신을 보며 유쾌하게 웃는 소년의 얼굴 위로 친구들이 속삭여주던 저급한 소문들이 스쳐 지나간다. 유난히 너를 잘 따르는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알아야겠지 않겠냐며 줄줄 풀어주던 소문들. 친구들은 그런 소문을 전하며 아담을 비웃었다. 그리고 어쩌면 루시퍼도. 루시퍼는 차갑게 웃으며 소문을 전한 친구의 팔뚝을 툭툭 쳤다. 그런 가쉽을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그의 냉랭한 반응에 그냥 그렇다고 얼버무리며 친구가 말을 돌렸었다. 그랬었지. 말간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는 아담에게 세차게 흔들리는 꼬리가 보이는 것만 같다.



    "수업에 가는 중이었단다. 너도 그렇지 않니"



    뛰어오느라 흐트러진 아담의 머리를 단정하게 해주며 루시퍼가 대답했다. 대답 하나로 밝게 웃는 아담을 보며 루시퍼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루시퍼, 나 공부 가르쳐 줄 수 있어"



    아담이 루시퍼의 손을 잡고 빛나는 눈으로 물어본다. 아니이, 시험에 낙제하면 아빠가 용돈 끊는다고 했는데, 나는 친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루시퍼가 빤히 바라보자 웃고 있던 아담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시무룩해진 아담을 보며 루시퍼가 따뜻하게 웃어 주었다.



    "그럼, 누구 부탁인데. 도서실에서 할까"

    "아니, 내 방에서 하자. 공부할 책 안 들고 왔어"



    장난스레 웃던 아담이 투정을 부리며 정수리를 루시퍼의 어깨에 문질렀다. 루시퍼는 부드러운 갈색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4시에 기숙사 입구에서 보자고 이야기했다. 수업 종이 울린다. 지각이다. 루시퍼가 나중에 보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루시퍼가 쓰다듬어준 머리를 자기 손으로 한 번 더 쓰다듬는 아담의 귀가 새빨갛다.



    4시에 만난 둘은 아담의 방으로 이동했다. 의자를 미리 하나 더 가져온 아담이 루시퍼와 나란히 앉았다. 루시퍼가 안경집에서 안경을 꺼내 쓴다.



    "그래서, 어떤 걸 가르쳐달라고"

    "이거"



    루시퍼가 교과서를 짚으며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목소리에 아담이 녹은 눈으로 그를 본다. 안경 너머로 눈이 마주쳤다. 아담, 내가 아니라 책을 봐야지. 웃음기 머금은 말에 아담의 얼굴이 화르르 불탔다. 어어 어 공부할 거야 허둥지둥 시선을 책에 돌리지만 기분 좋은 목소리에 계속 루시퍼의 얼굴로 눈이 간다. 한숨을 한번 쉰 루시퍼가 안경을 벗었다. 아직도 자신을 보는 아담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춰 준 루시퍼가 다시 안경을 쓴다. 안 그래도 빨갛던 얼굴이 더 빨개졌다. 이번에 잘 들으면, 알지 아담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곤 책에 집중한다.



    아담이 집중을 잘해 키스를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담은 울음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어졌다. 루시퍼도 아담의 음, 돌, 아니 멍청함을 어쩔 수 없었는지 난처하게 웃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하나를 아는 것이 아니라 열을 까먹는 아담의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입은 아니지만, 여긴 괜찮겠지. 아담의 볼에 루시퍼가 가볍게 뽀뽀했다. 바로 몸을 일으킨 아담에게 여기부터 여기까지 숙제라고 가차 없이 말한 루시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공부 약속은 주말이 될 것이다. 다음은 없는 줄 알았던 아담이 환하게 웃으며 루시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루시퍼


    ***


    회장 안에 함성이 가득 찬다. 무대의 열기와 흥분으로 아담이 밴드 멤버의 볼에 키스한다. 꺄아아아 더 큰 함성이 울린다. 대기실로 돌아오고 나서도 여전히 몸에 남은 열기로 아담은 드럼 멤버에게 키스한다. 익숙하게 받아주던 드럼이 대기실 문을 잠그라고 베이스에게 손짓했다. 기타가 가방에서 하얀 알약을 꺼냈다. 하나를 입에 머금은 그가 아담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한 후 키스했다. 아담이 삼킬 때까지 입을 떼지 않던 그가 아담의 목울대가 넘어가자 입을 뗐다. 아담은 히죽 웃으며 소파에 쓰러지듯 앉는다.



    "벌써 약 먹는 거야 빠르지 않아"

    "먼저 키스한 게 누군데, 밝히기는."



    소파에 늘어진 아담의 옷을 베이스가 벗겼다. 아담은 벌써 약효가 드는지 잘 올라가지 않는 손을 입가에 대며 펠라하는 시늉을 한다. 오늘은, 누구 먼저 빨아줄까



    학교 담장을 넘어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거리던 아담이 이 밴드의 보컬로 들어온 건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 바로였다. 천사님은 천사님이고 어쨌든 아담이 즐길 수 있는 구석은 남겨둬야지. 당당하게 20대라고 말한 아담은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바로 만장일치로 채용되었다. 처음부터 아담이 이들과 난교를 즐겼던 건 아니다. 드럼을 치는 이의 팔뚝이 섹시하다고 생각한 아담은 슬쩍 드럼을 꼬셨고, 결과적으로 무대가 끝나고 나면 약과 쾌락이 난무한 뒤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아담은 옷을 반쯤 벗은 채 베이스의 성기를 쪽쪽 빨아댔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제 성기를 비비며 딸치던 드럼이 길게 사정했다. 하얀 정액이 머리카락에 엉겨 붙는다. 조루 새끼야. 왜 벌써 싸고 지랄이야. 이년 만족시키려면 우리만으로도 모자랄 걸. 아직 참여하지 않은 기타가 말을 얹었다.



    대기실의 문이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기타가 짜증을 내며 외쳤다. 아, 좀만 기다려 주쇼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이 쾅 열렸다. 루시퍼가 들어왔다. 베이스의 성기를 입에서 뺀 아담이 반갑게 인사했다. 쿠퍼액과 침으로 입가가 더럽다. 헤헤, 천사님이다아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밝음에 루시퍼가 잠시 머리를 짚었다. 아담 이라는 보컬을 확인하러 왔는데. 진짜 아담일 줄이야. 그나저나 천사님이라니, 어렸을 때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불렀었다.



    그나마 바지를 벗지 않아 성기를 달랑거리지 않는 기타가 루시퍼를 쫓아내려고 다가왔다.

    "아, 형씨. 형씨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좋게 말할 때 꺼지쇼 응

    "당신들의 보컬이 학생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 보아하니 제법 많이 한 모양인데. 위험한 건 당신들일 텐데 말이야."



    팔짱을 낀 루시퍼가 밴드를 보며 서늘하게 말했다. 암묵적으로 봐줄 테니 꺼지라는 소리에 밴드 멤버들이 욕을 하며 짐을 챙긴다. 멤버끼리 난교는 그럭저럭 봐주겠지만 미성년자랑 아오, 씨발. 멤버들이 우르르 나간다. 아담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아담에게 다가간 루시퍼가 정액을 피해 뺨을 툭툭 친다. 아담, 정신 차려. 멍한 눈으로 루시퍼를 보던 아담의 정신은 이미 과거로 돌아갔다.

    "흐흐, 천사니임. 나 천사님 찾았는데."


    ***


    눈도 못 뜨던 아기를 거둬준 것은 노인이었다. 깡마르고 등이 굽어 말라비틀어진 고목처럼 보이는 노인은 아담에게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성탄절에 바구니에 담겨 우리 집에 온 너는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그러니 너만이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의무를 수행해야만 하지."



    그러면 노인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담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고개를 끄덕이면 노인이 기뻐해 주니까, 너는 참 착한 아이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까, 그 소름이 끼치는 애정이 달가워서 배시시 웃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5살이 된 아담은 지하실로 들어갔다. 정원을 향해 난 창살이 박힌 창문만이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담은 창문을 보며 노인에게 배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청아한 목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진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만이 아담의 유일한 오락이었다. 5살 아담의 세계는 3평 지하실로 한정되었다. 들어오기 전 알고 있던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이나, 강하게 피부를 내리쬐는 햇살 같은 것은 기억 저 멀리 묻힌다. 아담은 창문에 들어오는 낙엽이나 빗방울 같은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계절의 풍경을 그렸다.

    지하실에 있는 소년의 일과는 단조롭다. 오전에 교리를 공부하고 나면 창문을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가끔 들어오는 나뭇잎으로 빈약한 상상력을 짜내 놀이를 하는 것이 다였다. 저녁마다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의식은 하루의 마무리였다. 사람이 그리웠지만 의식은 아이의 정신을 깎아냈다. 매번 같은 시간마다 들려오는 발소리에 아담은 몸을 떨었다. 아버지의 발소리인데 무서워 하면 안된다고 자신을 다그치던 아담은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그럼 아버지가 들어와 아담을 일으켜 세우곤 로브를 벗겨 침대에 눕혔다.

    거친 손이 침대에 누운 아이의 부드러운 살결 위를 오갔다. 순결한 육신을 신에게 바치기 위한 절차였다. 아이의 순결을 확인하고 나면, 노인은 신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화장실로 데려갔다. 아담은 노인을 믿고 견뎌내려 노력했다. 성스러운 의식을 마치고 나면 아담은 언제나 토했다. 변기를 부여잡고 웩웩 거리는 아담의 등을 두드려 주며 노인은 아직 네가 의식을 견디기엔 어려서 그렇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 신이 신부로 데려갈지 모르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담은 노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당에서 공을 차던 루시퍼가 덤불 울타리 너머로 공을 넘기고 말았다. 높이 뜬 공은 하필 음침한 박쥐가 사는 집의 뒷마당으로 굴러가 버리고 말았다. 루시퍼와 친구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면 언제나 음습하게 노려보고 있는 노인이 사는 집 말이다. 노인은 오물로 얼룩진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버짐이 버석하게 피어난 얼굴은 반으로 접힌 것처럼 주름이 많았는데 코만 유난히 커 툭 접힌 얼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검은 울타리 앞에 가져다 놓은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은 여인이나 아이가 지나가면 뚫어지게 노려보며 무언갈 중얼거리며 수첩에 끄적여 경찰이 왔다 갔지만 개선되는 일은 없었다. 몇 번 항의하던 부모들은 노인을 경계하는 한편, 아이들에게 그 노인의 집엔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집으로 공이 넘어가자 함께 놀던 친구들이 주춤거렸다. 공은 아까웠지만 다른 놀이를 하면 될 터였다. 축구에서 이기고 있던 루시퍼가 친구들에게 망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어차피 노인은 의자에 계속 앉아있을 테고, 그걸 감시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기색이 보이면 휘파람으로 불러달라는 것이다. 루시퍼는 불안해하지만 굳센 표정을 짓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울타리의 개구멍을 찾아 기어들어 갔다. 그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원으로 발을 디뎠다. 공은 회색빛 벽돌 벽 근처에 있었다. 루시퍼는 마구잡이로 우거진 풀숲을 헤치고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노랫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린다. 공을 주우려고 허리를 구부리자 덤불 사이에 숨겨진 쇠창살 박힌 창문이 보인다. 그 안에서 또렷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망설이던 루시퍼는 조심스레 덤불을 헤치고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구원의 문 닫힌 후엔 들어가고 싶으나 한번 닫힌 구원의 문 또 열리지 않으리..."

    침대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모습이 사뭇 경건하여 루시퍼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리~ 를 길게 끌던 목소리가 뚝 끊긴다. 앳된 목소리가 경계심을 담고 물어본다.



    "누구야"

    "루시퍼. 너는"

    "나 나는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없어. 신이랑 아버지만 내 이름을 알 수 있거든."

    "그거 엄청 이상하게 들리는데. 이름도 알려줄 수 없다니, 그거 진짜 변태 같아. 그 지하실이 네 방이야"

    "응. 때가 되면 신께서 나를 신부로 데려갈 거래."



    웩, 아이에게 들리지 않게 토하는 시늉을 하던 루시퍼는 아이에게 좀 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아이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을 하더라도 그 아버지 -아마도 박쥐 새끼 일 것이다.- 라는 작자의 역겨운 행동만 알 뿐이었다. 아직 어렸던 루시퍼는 그 행동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진 몰라도 속이 울렁거렸다. 구역질이 났다. 아이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루시퍼가 좀 더 자세히 물어볼 때였다. 높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노인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루시퍼는 아이에게 다급하게 인사하고 돌아왔다. 그러는 와중에도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이는 아쉬워하면서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루시퍼는 매일 같이 아이를 찾아왔다. 정보를 더 수집하고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경찰이 집까지 들어간 적이 있다던데 아직 잡히지 않은 것을 보면 치밀하게 아이를 숨긴 모양이었다. 루시퍼는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몰래 개구멍을 통해 들어와 아이에게 바깥세상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아이는 그런 루시퍼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한 점에 관해 물어보곤 했다. 아이는 창문에서 들려오는 루시퍼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게 바로 노인이 이야기해주던 천사가 아닐까, 하고 남몰래 생각하며 설레했다.



    "천사님. 뭔가 나한테 줄 만한 거 없어"



    그날도 루시퍼가 실컷 바깥 이야기를 해주고 돌아가려던 찰나였다. 천사님 이라는 호칭에 당황한 것도 잠시, 루시퍼는 이제 증거도 다 수집했으니 작은 물건 하나 쯤이야 주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이 지나면 아이는 이 지하실에서 벗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살 수 있으리라. 루시퍼는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사탕 몇 개와 손수건, 그리고 종이 쓰레기가 나왔다. 루시퍼는 창살 사이에 손을 넣어 손수건을 떨어트렸다.



    "고마워"



    평소보다 더 밝은 목소리에 루시퍼는 고개를 으쓱였다. 꼭 좋은 집으로 가면 좋을 텐데.



    언제나 축 늘어진 아이의 생활에 루시퍼가 찾아오며 생기가 깃든다. 아이를 집요하게 관찰하던 노인은 기민하게 그 변화를 눈치챘다. 노인은 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이와 함께 하늘로 갈 준비를 했다. 영악했던 노인은 이 생활이 길게 이어진 것이 천운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말년에 날아온 사랑과 함께 세상을 뜨는 것이 나을 터였다. 노인과 아이는 함께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노인은 아이의 몸에 자국이 최대한 남지 않게 밧줄을 손질했다. 손으로 쓸어봐도 걸리는 것은 없다. 그 가는 목에만 빨간 줄이 생길 터. 노인은 평소와 다른 시간에 아이의 지하실로 간다. 손수건을 볼에 문지르며 기뻐하던 아담은 발소리에 깜짝 놀라 떨어트린다. 문고리가 돌아간다. 아담은 속으로 용서를 구하며 급하게 손수건을 침대 밑으로 차넣었다. 어두운 얼굴로 노인이 들어섰다. 무릎을 꿇고 앉은 아담을 응시하던 노인이 밧줄을 꺼내 목에 걸었다. 목에 묵직한 느낌이 든다. 깜짝 놀란 아담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이게 뭐지 성스러운 의식을 안 해도 되는 건가

    창문 밖으로 경찰차 소리가 났다. 노인은 손놀림을 더 빨리했다.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노인은 아담의 목에 감은 밧줄을 두고 손을 목에 얹었다. 아담은 그런 노인을 불안하게 내려다 보았다. 노인이 점점 손에 힘을 준다. 끄륵, 숨을 쉬지 못해 침이 입가에 고였다. 노인의 얼굴에 기이한 희열이 서린다. 총을 든 경찰이 지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담이 겪었던 지옥 같은 나날은 그날로 끝났다.

    '성인 강림' 미치광이 노인이 부른 참극... 아이는 무사한가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소년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다. 노인이 소년 하나를 아기 때 부터 유괴해 자기 입맛대로 키우려 했던 엽기적인 사건을 접한 모두가 분노했다. 아이에 대한 동정도 일었다. 가해자는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구금실에서 혀를 깨문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불쌍한 피해 아동의 소식은 마음씨 좋은 부자 부부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으로 끝났다. 모두가 피해자를 발견하고 신고하기까지 한 영웅적인 소년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칭송했다.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로 끝나는 메르헨 적 결말이었다.



    저를 구원해준 수호천사를 잃은 아담만 빼고 말이다. 아담은 바깥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마음씨 좋은 부부는 그런 아담을 힘껏 케어해주면서도 아이의 이상한 행동에 힘들어했다. 그러다 종래에는 완전히 손을 떼버리고 말았다. 물질적으로 지원은 해주지만 애정은 없는 부부에 아담은 손수건을 꼭 쥐고 제 수호천사만 그리워했다. 그러다 맛보게 된 일탈에 아담은 금방 중독되었다. 동네에 퍼지는 소문에 부끄러워 하던 부부는 그런 아담을 기부금을 내면서까지 명문 기숙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리하여 아담은 입학식에서 학생회장으로 연단에 선 수호천사를 만나게 된다. 루시퍼, 라는 이름이 둘일 리는 없지 않은가 심지어 목소리마저 창문 밖에서 이야기하던 목소리와 닮았다.


    ***



    약쟁이의 헛소리를 듣던 루시퍼가 주저 없이 일어날 때였다. 약에 취한 아담이 상체만 힘겹게 일으켜 강한 힘으로 루시퍼의 옷깃을 잡았다. 헤, 천사님. 이거 기억나 이거 내, 보물인데. 이거 그때 줬던 손수건이야. 그, 소문은 사실이지만, 속일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날 봐주면 안돼 응 뭐라도 말해줘. 나 별로 안 예뻐졌지만, 그래도. 제발, 루시퍼. 제발.



    파르르 떨리는 손길로 손수건을 꺼내 든 아담이 루시퍼에게 애걸했다. 손수건. L이 멋들어지게 새겨져 있는 손수건을 가져오며 루시퍼는 어린 시절의 아이를 떠올린다. 담요를 푹 둘러쓴 채 구급차에 실려 가던 작디작은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갖 체액으로 더럽혀진 현재 아담의 모습이 자리 잡는다. 어쩌겠어. 루시퍼는 아담이 저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을 안다. 루시퍼는 손수건으로 아담의 머리에 묻은 정액을 닦아주었다. 아, 손수, 건은 더럽히면, 안돼애. 머리를 닦아주는 손길에 좋다고 히히 웃다가 눈앞을 지나쳐간 손수건을 보고 금세 울상이다.



    하, 고작 손수건 하나를 소중히 간직하는 게 기특하긴 한데, 이걸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는지 막막해진 루시퍼가 한숨을 쉬었다. 아담의 흐리멍덩한 눈이 천천히 깜빡인다. 시야가 흐려지며 루시퍼의 얼굴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잘 보이지 않았다. 루시퍼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보는지 아담은 알기 어렵다. 다만, 그의 손을 잡으면, 아담이 언제나 바라던 애정이 주어질 것만 같아서, 천사님이, 그때처럼 또 자신을 사랑해 줄 것만 같아서, 아담은 그저 루시퍼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Tap to full screen .Repost is prohibited
    😭😭😭💘💘💘👏👏💞👍
    Let's send reactions!
    Replies from the creator

    recommend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