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사이버펑크엣지러너 같은
디스토피아SF 세계관


아버지에게 (잔카 경호용으로) 선물받은 안드로이드 엔진이 너무 완벽하게 잔카 이상형으로 제작된 바람에 엔진에게 제대로 반해버린 잔카가

포기를 모르고 엔진에게 인간의 사랑을 계속 알려주며 엔진에게 인간스러운 사랑을 바라는

사랑을 경험해본 적 없는 니지쿠가의
막내도련님 잔카로 엔잔



유일한 밀짚머리칼 잔카는 니지쿠 집안의 유일한 아픈손가락(유일하게 엄마 닮았는데 어머니 일찍 돌아가심)인데, 집에서 과하다시피 잔카의 존재를 극진히 보호하는 바람에 잔카가 어릴 때 부터 제대로 된 가정에서의 정서적 사랑을 못받고 자람. 거의 비공식자녀로 키우다시피 하는 니지쿠가인데, 잔카가 엄마 닮아서 사내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가씨마냥 곱상하고 몸선도 나긋해서 유난히 남녀안가리고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많이 다가오는거임. 아버지와 누나형들이 잔카를 이성애든 동성애든 멀리하게 하려고 애 졸업하는 날까지 동행하고 했지만 성인이 된 올해부턴 니지쿠그룹의 종갓집 아들로서 대를 이을 후계자-까지는 아니어도. 니지쿠 계열사를 이어받을 준비는 시켜야 되는데, 사회라는게 그렇듯 조금만 한 눈 팔면 잔카같은 애들 워낙 순진순결하게 키운 바람에 역으로 쉽게 잡아채가기 쉽단 말이지.

그래서 성인이 된 잔카에게 특별히 선물해준게
안드로이드엔진


근데 하필이면 누가 제작했길레 잔카 이상형 그대로인 바람에 안드로이드 엔진한테 완전히 반해버림

안드로이드인 걸 알면서도 오히려 내가 그를 진짜 사람의
마음을 가진 세계 첫 안드로이드로 바꿀 수 있어라는
말도 안되는 망상에 빠져버리느라, 그에게 집착하게 될 정도로 안드로이드엔진을 사랑하는데,

재미있는건 잔카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과의 유대감이라던가
사회성이라던가
그런걸 모른다는거임

그러다보니 반대로 안드로이드 엔진이 검색해서 찾아주는 이야기들이 잔카가 배운 사람과의 관계인거야

엔진이 서버에서 찾아 출력해주는 이야기들이
오직
잔카를 이루는 사랑의 세상인거야
엔진이 곧 잔카의 세상인거지


아무감정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찾아 말해주고
서로와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대해 아무렇지않게,
그저 객관적 자료로만 말해줄뿐인
엔진에게 상처받는것도 잠시…

“아냐. 사람은…”
이라며

항상 인간에 대해(엔진에 대해) 자기 주관적인 (자기가 상상하던 이상적인) 모습을 주장하는 잔카와

그런 잔카를
끊임없이

‘그렇구나. 고맙다, 잔카. 너의 말을 참고하도록 할게.’

정해진 대답으로만 대하는 엔진

그 대답이 서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한다고 했으니
다음엔 조금 더 인간스럽겠지 꿈꾸며

엔진을향해
겁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잔카

엔진 좋아해.
나 엔진을 사랑해.

나는 엔진과 여생을 끝까지 함께 할거야.
엔진도 내 곁에 계속 있어줄거지

신기하게도
그동안 잔카가 주입한 잔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찌저찌 인간끼리의 사랑 비스무리한 관계에 이르는
엔잔커플

기계와의 밤사랑을 나누고서도 (섹스기능도 있다니…)
기계에게 인간의 사랑을 언어로 전하는 잔카

그리고
그런 잔카의 모든 ‘오류’를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제 메인서버에
입력해두는 엔진

아무 감정없는 표정으로
대답없는 그 침묵으로
오차없이 설계된
차가운 홍채 너머
유리의 벽 같은 렌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