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사리퀘 내용: 사노 가와 간질간질 귀엽고 사랑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상견례 하는 치후유.
시간이 적당히 흘러 두 사람도 어엿하게 성인 됐을 즈음, 꾸준히 결혼 얘기가 오가고 있는 와중에(주로 마이키의 칭얼댐으로) 틈틈이 타이밍만 재던 집안 어른들이 알았다 언제 한번 날 잡자 결단 내려서 정말 빛의 속도로 상견례 하게 되는 사노 가와 마츠노 가의 사람들이 재밌다. 이미 학생 때부터 온 가족의 얼굴을 알고 있는 상태라 그리 떨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상견례라는 자리가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는 바람에 긴장해버리는 치후유도 귀엽지. 치후유, 긴장되니 ㅇ, 어 어... 조금... 얘는, 내가 사노 군 얼굴만 몇 번을 봤는데―. ...이렇게 가족들끼리 다 같이 모이는 건 처음이잖아. 엄마는 긴장 안 돼 음... 이제껏 너한테 해 온 것들 얘기 들어보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엄마도 조금 긴장돼. 그것 봐. 생각을 해봐, 이 엄마도 상견례는 네가 처음이다 단정히 옷 차려입고 머리 만지다 키득키득 웃으며 농담 받아치던 치후유 마이키한테 도착했다는 연락 받고 차 타러 가는 것도 좋아. 주차장 도착하자마자 짧게 친 검은 머리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아들내미 애인(예비 사위) 보고 놀란 부모님만 휘둥그레 눈 커지는거. 어라 사노 군 모시러 왔습니다. 어머, 안 그래도 되는데. 제가 하고 싶은걸요. 어서 타시죠. 빙그레 웃으며 문까지 열어주는 완벽 에스코트에도 얼떨떨한 기분으로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가는 내내 이런저런 얘기하며 꺄르르 웃는 치후유랑 마이키 보며 흐뭇해지는거지. 그렇게 넷이 사이좋게 도착하려니 덤덤한 마이키 혼자 이쪽입니다.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뒤늦게 가게 이름 보고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어엄청 비싼데다가 예약까지 티켓팅 급으로 힘든 '그' 곳이라는 사실 눈치챈 세 사람만 입구 들어서면서부터 빳빳하게 굳어 흐읍...(숨 참음) 해버렸으면 좋겠네ㅋㅋㅋ
아무튼 이런저런 걱정과 달리 사노가 사람들이 굉장히 특이한 성격들뿐이라 일반적인 분위기처럼 딱딱하고도 격식 있는 자리의 상견례가 될 것 같진 않다. 문 열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에마가 눈 초롱초롱 빛내며 애인 군― 보고 싶었어― 우당탕 달려와 와락 끌어안질 않나, 아무렇지 않게 합세한 이자나까지 와―,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지방 방송 틀질 않나, 졸지에 멋쩍게 일어난 신이치로가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꾸벅꾸벅 인사하며 비틀대는 치후유한테서 에마랑 이자나 떼어내질 않나, 결과적으로 그 광경 보며 뚱해있던 마이키가 애써 덮었던 차분한 모습 던져버리고 후윳치는 내 거야 우렁차게 외치며 냅다 데려가질 않나ㅋㅋㅋㅋㅋ 상상도 못 할 만큼 왁자지껄한 분위기라 치후유 부모님 눈 팽글팽글 돌아가는데 그나마 할아버지가 애들 조용히 시키더니 다 같이 인사한 다음 자리에 앉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 차리는거ㅋㅋㅋㅋ 그러니까... 이쪽부터 장남, 차남, 삼남, 막내... 네, 맞습니다. 부드럽게 미소 짓는 신이치로 보다가 이자나 보다가 마이키랑 에마 보는데 어머머, 이 집안 인물이 훤하네―. 사노 군만이 아니라 모두 예쁘고 잘생겼구나 말해서 칭찬 감사합니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우리 집 치후유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뇨, 저희 집 만지로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하는 것도 좋지.
풀코스로 호화 저녁 먹으면서 가볍게 술 들어가는데 어른들이랑 앉은 자리도 슬쩍 바꾼 젊은 층끼리 편하게 둘러앉아 대화 나눌 즈음, 알딸딸한 술기운 탓인지 지금까지 꾹꾹 억눌러오던 그들의 장난기도 스르르 풀려버리잖아. 헤헤, 애인 군―. 결혼 축하해―. 네 아직 안 했는데요 신혼여행 장소는 정했어 벌써요 선물 사와―. 아니,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다니까요 당황해 받아치는 모습에 손 뻗은 에마 덥석 치후유 손 붙잡더니 눈물 줄줄 흘리면서 난... 난, 정말로 언젠가 애인 군이 마이키랑 결혼해줄 줄 알았어어―. 와아앙 울어버리는 바람에 옆에 있던 이자나 아하하하 이 울보야―. 뒤집어지고 놀란 신이치로도 덩달아 치후유 보면서 옅게 웃는거. 그건 나도 공감할게. 치후유가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치후유 덕에 만지로가 이렇게 잘 살고있는거 아니겠어 사노 가 사람들은 치후유라면 언제나 환영이야. 하늘 같은 큰형의 거침없고도 다정다감한 말에 얼굴 벌게진 치후유 ...저, 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웅얼거리려니 킥킥 웃던 이자나가 안 그렇게 생겨선 엄청 쑥스러워하네―. 부끄러워 짓궂게 묻길래 아예 고개 푹 숙이며 목 끝까지 시뻘게지는 것도 귀엽다. 그러면 옆에서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 얘기 듣고 있던 마이키가 망설임 없이 팔 뻗어 치후유 어깨 감싸더니 놀리지 마―. 후윳치는 내 보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거지. 당 신 때문에... 더 부끄럽거든요 뭐 어때 후윳치는 내 사람인데―. 그러니까 그런 행동들이... 투닥투닥 때리길래 그 모습 보던 가족들 전부 꺄르르 웃고 난리 나는데 으음―. 턱 괴며 생글생글 웃던 이자나가 ...에이, 그래도 마이키는 좀 아니다―. 치후유, 눈이 너무 낮은 거 아냐 놀리기 2차전 들어가서 다들 응 했으면 해ㅋㅋㅋ 멈칫하던 신이치로도 바로 알아듣고 음―... 확실히... 치후유가 아깝지. 중얼대는 사이 퍼뜩 정신 차린 에마까지 허억... 그걸 말이라고 애인 군이 어어엄청 아깝지... 애인 군, 내가 미안해 이 결혼 다시 생각해봐... 세상 진지하게 말하는 제 형제들에 엑 외치는데 잠자코 그 얘기 듣던 치후유마저 ...아―. 말 고르며 허공 보더니 고개 끄덕이면서 그건 그렇죠. 하는 바람에 에엑 후윳치까지 벼락 맞은 사람처럼 꽈광― 돼버리는 마이키ㅋㅋㅋㅋ 후윳치 너무해―... 시무룩하게 고개 숙인 마이키 보던 치후유 결국 못 참고 쿡쿡 웃더니 마이키 옷자락 살짝 붙잡은 채 품으로 폭, 안기면서 천천히 눈 감는거. ...그래도요. 응 ...그래도, 전 이 사람 사랑하거든요. 마이키 군이 아니면 이젠 정말 안 되니까요. 조곤조곤 말하며 심장 고동 듣던 치후유 슬며시 고개 들어 눈 뜨면서 ...그러니 이 사람만큼은 제가 죽을 때까지 붙잡고 살 거예요. 걱정 마세요. 샐쭉 웃길래 멍해진 마이키 눈에 사르르 빛 스며들고 뺨도 발그레해지더니 이내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거지. 후윳치이... 네 내가 진짜 지인짜 사랑해― 냅다 와락 끌어안고 쪽쪽쪽 뽀뽀 퍼붓는 마이키에 도로 머리끝까지 열 오른 치후유 어떻게든 밀쳐내려는데 이 바보는 꼭 중요한 때 말도 안 듣고 힘은 또 왜 이리 센지 아으, 바, 후웁... 푸하, 바보... 퍽퍽, 치후유한테 가차 없이 얻어맞은 주제에 좋다고 샐샐 웃어 보이길래 그 난장판인 상황에서도 모두 와하하 웃으며 이렇게나 사랑이 넘치니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 다행이다―. 생각했으면 해. 그렇게 찬란한 환영과 축하 속에서 새로이 인생 제2막을 올리는 마이후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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