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던 아담이 돈을 구걸했다. 류트가 멈춰서더니 아담을 강하게 후려갈겼다. 고개가 돌아간 아담이 류트를 올려보다 굳었다. 늘 굳건한 태도를 유지하던 여인이 표정마저 무너뜨린 채 우는 것에 아담이 망설이다 다가갔다.
“미,아내...”
어눌한 발음으로 아담이 사과했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류트를 조심스럽게 감싸안았다. 류트가 아담의 품을 파고 들어왔다. 후드에 묻은 오래된 음식물이 가죽재킷에 들러붙었다. 아담이 새삼스레 제 몰골을 자각했다. 떡져서 기름이 도는 머리, 수염을 제대로 자르지 못해 거뭇거뭇 더럽게 난 얼굴과 옷에 묻은 오물, 씻지 못해 나는 쉰 냄새, 손톱 밑에 낀 때까지. 부끄러워진 아담이 슬그머니 팔을 내리려 한다. 류트가 껴안고 있던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제 얼굴과 몸에 오물이 묻어도 신경쓰지 않고 류트가 흐느꼈다. 아담은 제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죄책감이 마약에 절은 뇌 한켠에 자리잡는다. 머뭇거리던 아담이 류트를 다시 마주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
류트의 도움으로 깨끗하게 씻은 아담이 불안하게 방을 돌아다녔다. 얼굴이 검은 선으로 죽죽 그어진 인간이 아담을 둘러싼다. 아담의 곡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쏟아진다. 불안감에 휩쌓인 아담이 깔끔하게 자른 손톱을 물어뜯었다. 평가가, 쏟아진다. 쏟아지,나 아담이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손톱을 계속 뜯었다. 피가 흘러내렸다. 약이, 엔젤 더스트나, LSD 나, 아냐, 그냥 아무 약이나. 욕설과 평가가 걸쭉한 액체가 되어 아담을 덮친다. 머리가 아팠다. 문이 열렸다. 문에서 난 소음이 창이 되어 아담을 찔렀다. 아담은 몸을 더 움츠렸다. 류트가 서류를 보며 들어왔다.
“대장, 여기가 제일 평판이 좋습니다. 당장 내일, ”
류트가 바닥에 웅크린 아담을 보고 종이를 팽개치고 달려갔다. 괜찮습니까 아담 아담이 류트의 팔을 잡고 구걸했다.
“자,기야, 한번 빨아줄까 ㄴ,나, 그거 잘해.”
류트가 놀라 팔을 뿌리쳤다. 억센 힘이 류트의 팔을 휘감았다. 아담이 다른 손으로 무언갈 빠는 동작을 하며 입을 벌렸다. 혀가 느리게 윗입술을 핥았다. 나온 혀를 오므리며 동공이 확장된 눈으로 올려본다. 류트가 참담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흐린 눈으로 아담이 류트의 사타구니를 뺨으로 비볐다.
“이거, 빨면 줄거야”
눈을 번쩍 뜬 류트가 아담을 후려쳤다. 이 미친새끼가. 골목에서 얼마나 굴러먹은 거야. 아담이 맥없이 넘어갔다. 겁에 질린 그가 주먹을 피해 기어갔다. 으, 에, 애, 왜 이렇게 하면 줬잖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읍시다, 대장.”
맞다보면 더이상 이런 행동을 하진 않겠지. 그리고 중독센터에 넣어버리자. 류트가 소매를 걷었다. 아담이 류트의 눈치를 보다 의자 뒤로 숨었다.
곧이어 아담의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찼다. 주먹을 들자마자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필사적으로 비비며 죄송하다고 비는 아담에 류트가 주먹을 천천히 내렸다. 찾은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차라리, 아담, 아예 소식도 모르는 게 좋았을까. 타블로이드지에 실린 살색향연을 떠올리며 아득함에 류트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