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고 있는 절대적 사실 하나. : 팔자크와 콜사는 연인이다.
이건 오렌지 아카데미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하늘이 뒤집어져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다. 팔자크와 콜사가 사귀기까지 아주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사귀는 사이라 여겼는데 아직 친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학생들은 귀를 의심했다.- 결국 무사히 연인이 되었다.
다만 그들은 친구로 지낸 기간이 길었다. 그래, 너무 길었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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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A가 눈을 피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중년의 쑥스러움은 왜 보는 내가 부끄러운지 친구일 때보다 더 먼 거리를 보며 A가 피눈물을 흘렸다. 두 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시는 건가요 두 분이 사귀기만 하면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
A가 친구였던 팔자크와 콜사를 떠올렸다. 손을 잡지 않았는데도 어깨가 닿는 가까운 거리에 자연스럽게 콜사에게 숙여주던 팔자크의 고개, 그런 팔자크를 올려보던 콜사까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 아무렇지 않게 하는 스킨쉽... 이런 행동들은 전부 사라졌다. 오히려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히기만 하면 화들짝 놀라 피하는 둘을 보며 이를 으득으득 갈아댔다.
저, 저와 손을 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를 사과처럼 빨간 얼굴로 외치는 팔자크를 창문 너머로 구경하며 A가 경의를 담아 가볍게 박수를 쳤다. 와, 아직도 손을 안 잡았다니. 누구든지 선생님보단 진도가 더 빠를 걸요. 마찬가지로 새빨개진 콜사가 수줍게 손을 내미는 것을 보며 진절머리 난 A는 그대로 창문을 닫아버렸다. 그 옆에서 자초지종을 지켜보던 딥상어동과 올리뇨가 기쁨에 겨워 내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A는 그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제야 겨우 손을 잡기 시작하나 싶더니 깍지 낀 손을 보며 수줍게 웃는 콜사를 우연히 발견한 A가 마시던 음료를 주룩 뱉었다. 그런 콜사를 귀엽다는 듯 보는 팔자크는 또 어떻고. 물론 손을 잡은 두 사람의 거리는 친구일 때보다 더 멀었다... 두 분의 색다른 모습은 A의 정신건강에 전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팔자크와 콜사는 이미 어른이었다. 학생인 A가 끼어들 수 없었다. A는 그저 이 두 어른의 감정이 빠르게 정리되어 안정적으로 변하길 바랄 뿐이었다. 예전처럼 서로를 강렬하게 바라본다든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어깨가 부딪힌다든지 하는 행동을 본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았다
얼마나 A가 간절했는지 아는가. A는 칠석이 아닌데도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환상의 포켓몬 지라치에게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제발, 그 둘이 더 이상 숙맥처럼 굴지 않게 해주세요.
A는 상기된 볼로 수업을 들어온 팔자크에 눈을 감았다. 흐트러진 옷과 묘하게 부어오른 입술이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렸다. 둘 다 어른이니만큼 첫 키스도 아닐 텐데 왜 그렇게 호들갑인지 오늘따라 행동이 커져 실수를 계속 저지르는 팔자크를 보며 생각했다. 팔자크 선생님이 이렇다면 콜사 님도 똑같겠군. 오늘따라 유난히 졸업하고 싶다. 소태를 씹은 양 얼굴을 잔뜩 구긴 A가 연필을 꽉 잡으며 팔자크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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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짐작한 것 처럼 팔자크와 콜사는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입을 맞댔다. 혀가 질척하게 섞이는 키스가 아니라 가볍게 입술만 맞추는 뽀뽀지만 말이다. 콜사가 팔자크의 목에 손을 감고 연신 입을 맞췄다. 가볍게 부딪히는 입술에 팔자크가 콜사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팔에 힘을 줬다가 풀었다. 이렇게 가는 허리라니요 잘못하면 연인의 허리를 부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팔자크의 동작이 어색해졌다.
어색해진 팔자크에 콜사가 뽀뽀 공세를 멈추고 그를 보았다. 단순한 뽀뽀였지만 침이 흘러 콜사의 입술에 늘어졌다. 아마 팔자크도 같으리라. 그러나 그는 콜사의 입술만 빤히 보며 다시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 찼다. 그런 팔자크의 주의를 헛기침으로 돌린 콜사가 속삭였다.
"자크 씨, 자크 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선택한 사람 아닙니까. 고민은 함께 나누지요."
그 말을 끝으로 민망한지 다리를 보는 콜사의 목덜미가 새빨갛다. 팔자크의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찼다.
"콜사님, 당신이란 사람은 어찌 이리 사랑스러운지요 아아, 당신과 연인이 된 건 제 인생 최고의 순간입니다"
감동으로 벅찬 울음을 흐느끼며 팔자크가 콜사를 끌어안았다. 콜사도 그런 팔자크를 꽉 끌어안았다. 울음을 그친 팔자크가 개운한 얼굴로 일어서려 할 때였다. 콜사가 그와 시선을 맞추며 팔자크의 코트 자락을 잡아 끌었다.
"자크 씨, 조금만 더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렇게하여 팔자크와 콜사의 입술이 퉁퉁 붓게 된 것이다. A가 안다면 다 큰 어른이 그렇게 뽀뽀만 하는 거냐고 복장이 뒤집어졌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