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Search
    Sign in to register your favorite tags
    Sign Up, Sign In

    Yexloj

    ?!

    ☆quiet follow Send AirSkeb request Yell with Emoji 💖 👍 🎉 😍
    POIPOI 4

    Yexloj

    ☆quiet follow

    조금 바뀐 우타삐의 캐해석
    (5♬요소 조금)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쪽은 1시간 후에 사라집니다>

    그렇게 적힌 종이 아래엔 버튼 두 개가 놓인 테이블이 있었다.
    각 버튼에는 <세상>과 <고죠 사토루> 라고 적혀 있었다.

    선택하는 자가 된 건 우타히메였다.


    *

    어이, 잠깐.
    곱게 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버튼 하나에 죽는다니.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죽음의 방식에 고죠는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식으로 죽게 될 줄 알았으면 어제 이지치를 쪼아서 센다이의 명물을 사 오라고 시키는건데. 후회가 밀려왔다.
    그거랑 긴자에 있는 식빵도 먹고 싶어. 그러고 보니 단데라이온에 한정 초코아이스도 아직 못 먹었는데 아, 지금이라도 이지치 부를까

    고죠가 여러 생각들을 하는 동안 우타히메 역시 한참을 고민하며 서 있었다.
    무거운 한숨과 함께 마침내 팔이 움직였다.

    그 뒷모습을 보고 고죠는 생각을 멈췄다.

    이제 정말 끝이다.
    막상 죽음이 다가오니 감정이 차분해졌다.
    못다 한 일들도 생각났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이 GLG가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뒀으니 주술계는 걱정이 없고,
    차마 정리하지 못한 일은 이지치가 알아서 잘 해결해 줄 것이다.

    으음, 우타히메 너무 죄책감 같은 건 안 느꼈으면 좋겠는데.
    뭐, 쇼코나 학생들이 잘 위로해 주겠지.


    띠링.

    <고죠 사토루를 선택하셨습니다.>

    "엫"

    입 밖으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뇌가 상황을 판단하지 못해 굳어있는데,
    우타히메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 눌러버렸다."

    "하아 지금 이 상황에선 당연히 세상을 구한다는 선택지겠지바보공주"

    "바보공주라고 하지 마 어쩔 수 없었다고”

    뭐가 어쩔 수가 없는데. 따지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이상의 말씨름은 의미가 없다.
    고죠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어떡할 거야. 세상이 망하기까지 1시간도 안남았다고.”

    머리를 재빠르게 굴려보지만,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드물게 초조해하며 발로 바닥을 두드리는데 그걸 지켜보던 우타히메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널 구한 건데.”

    “뭐”

    우타히메는 한 치의 흩트림도 없이 고죠를 쳐다봤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고죠, 너 최강이지 그럼, 세상 정도는 구해라”

    그 확고하고도 당돌한 발언에 고죠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어진 침묵의 흐름 속에서 적막을 깨뜨린 것은 고죠의 웃음이었다.

    “큭, 하…하하, 하하하”

    고죠는 배를 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왜, 왜 웃는 건데.”

    “하하하 우타히메 진짜 웃겨 으하하”

    “고죠”

    빽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구르던 것을 멈췄다.
    고죠는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멈추려 했다.
    들썩거리던 상체는 한참 후에야 잠잠해졌다.
    고개를 들자 얼마나 웃어댔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고죠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여전히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미안, 미안. 너무 웃겨서 그만.”

    “뭐가 웃기 다는 건데. 그리고 시간 없어”

    “그러니까 말이야.”

    “뭐가.”

    묻는 말에 고죠는 미소를 지었다.

    “우타히메, 날 버렸으면 세상은 100% 구할 수 있었다고”

    “그건…알지만.”

    “그런데도 날 선택했다는 건 날 200% 믿고 있단 의미지”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한 말투다.
    시선은 대조적으로 부드러워서 그 언밸런스함에 우타히메는 아무런 반응도 못 하다가 뒤늦게 변명했다.

    “아니, 난 그런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라-.”

    변명은 이어지지 못했다.
    손목이 잡혀 강하게 끌어당겨진 탓이었다.

    “…”

    숨결이 닿을 거리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벽색 눈동자가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선배가 이렇게 믿어주는데 기대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겠지”

    “윽.”

    그렇게 말하며 고죠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우타히메가 지켜봐. 최강 후배가 어떻게 세상을 구하는지.”



    Tap to full screen .Repost is prohibited
    💖💖
    Let's send reactions!
    Replies from the creator

    recommend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