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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버필링 (3)

    오버필링 3굉장히 적폐라서 포이피쿠에 보고싶은 장면만 비정기적으로 써서 가끔 올리기로 햇습니다
    (포타는 이제 안쓸거라서...)

    실험체 모브 x 연구원 레이겐


    -


    북극에서의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다.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하면, 어젯밤에도 저문 적이 없는 태양이 뿌옇게 발광하며 레이겐을 반긴다. 이 곳에서의 낮이란 계속해서 지속되는 개념이다. 극점의 일년 중 절반은 해가 저물지 않는 백야이고, 나머지 절반은 해가 뜨지 않는 극야다. 지금은 여름 하순기에 접어들었음으로 앞으로 약 두 달 동안은 백야 현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레이겐은 간단하게 기지개를 키고서는 제 몸을 스트레칭한 뒤 벙커 옆에 위치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이라고 해봐야 소박한 수도관과 어딘가 깨진 거울, 그리고 커다란 욕조 비슷한 것이 있는 공간일 뿐이지만. 수도꼭지를 비틀어 열자 물탱크에 저장해 둔 물이 조르륵 흘렀다. 이 곳은 깨끗한 물이 몹시 귀한 곳이다. 레이겐은 물을 아껴쓰며 세수도 하고 입도 행군 뒤, 밤 새 자란 수염도 가볍게 면도를 했다. 간단히 씻고 나오니 레이겐이 자고 있던 간이 침대의 옆에는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아이가 여전히 곤히 잠들어있다.

    "모브."

    레이겐은 시게오의 어깨를 잡고서는 가볍게 흔들때 마다 부드럽고 새까만 머리카락이 하얀 침대 시트위에서 흐트러졌다. 이제 일어나야지. 레이겐의 말에 시게오는 하품을 하고서는 순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제 눈꺼풀을 비볐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 애는 그렇게 말하며 레이겐을 향해 웃었다. 깨끗한 뺨 위로 잠이 쏟아지는데도 예쁘게 웃는 모습에 레이겐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시게오는 별 투정 없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화장실에 들어가, 그가 했던 것 처럼 물을 아껴쓰며 세수를 하고 가볍게 입을 행궜다.

    옷을 갈아입은 그들은 함께 벙커 한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소박한 아침을 먹었다. 레이겐은 찬장에서 은박 지퍼로 밀봉포장된 보존식을 뒤적거리며 시게오에게 물었다.

    "모브, 너는 뭐 먹을래"

    "저는 된장 스프요."

    그 말에 레이겐은 찬장에 들어있던 된장 스프 맛 보존식 두개를 꺼낸 뒤, 버너에 불을 붙여 주전자의 물을 데웠다. 보존식 봉투를 자르고 그 안에 데운 물을 부은 뒤 기다리자 덜 밀봉된 틈 사이로 좋은 냄새가 났다.

    그들이 머무르는 벙커는 지상에 있지만, 이 보존식들은 북극점 중심에 있는 연구시설의 지하 벙커에서 가져 온 것으로, 산처럼 쌓여있는 박스들을 합친다면 100명이 되는 사람들이 10년은 먹어도 끄떡 없을 만한 굉장한 양이 있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 굶어 죽을 일은 없다.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보존식 포장지에는 NASA 마크가 찍혀있지만 시게오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것을 먹으며 지냈다. 레이겐 또한 예전에 연구소에서 자신이 일하는 연구소의 토대가 되었던 연구기관이 나사라는 것 뿐만 알 뿐, 왜 그들이 원래라면 토지가 없었어야 할 북극에 연구시설을 세우고 이런 보존식까지 잔뜩 만들어서 처박아놨는지는 모른다. 레이겐은 그것을 차차 밝혀내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사소한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이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극점이라는 곳은 더없이 풍요로우면서도 어이없을 정도로 황량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시게오를 비롯한 새로운 생명이 있었지만, 그 외의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폐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식사를 마친 레이겐은 바깥 탐사를 준비했다. 말끔하게 닦아둔 군화를 신고 방탄복을 비롯한 보호 군복을 착용한 뒤, 채취 도구와 몇 가지 기계를 챙겼다. 그 옆에서 시게오는 레이겐이 직접 만들어 준 점프 수트를 입고서는 보조 도구 따위를 챙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총을 어깨에 맨 레이겐은 시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준비 다 됐어"

    레이겐은 그렇게 말하자 시게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두터운 벙커 문을 닫은 뒤, 앞으로 나아갔다. 하얀 연구소 건물과 건물 옆에 설치한 벙커가 점점 점으로 멀어져간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인지 군장이 별로 무겁지는 않았다.

    열 살 남짓한 소년과 함께 남자는 질 좋은 토양 위를 걸었다. 지지 않는 태양 아래로 부는 바람은 산뜻했다. 의외로 이 곳에는 방사능도, 초전류가 흐르는 벼락도 치지 않는 평범하고 보통의 장소다. 동쪽을 향해 한참 걷자, 고사리를 비롯한 키가 낮은 식물들의 자생지가 보였다. 레이겐은 자신이 아는 식물 외의 처음 발견한 식물들의 잎을 자르고 뿌리를 캔 뒤, 가져온 비닐 봉투에 그것을 넣어 밀봉했고, 시게오는 그 옆에서 일을 돕거나 아니면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는 했다.

    일단 그는 이번 백야가 끝나기 전에 극점에서만 자라는 최대한 많은 식물 표본 채집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극점의 겨울은 사람이 바깥을 오랫동안 돌아다닐 수 없을 만큼 몹시 추웠다. 도구가 더 있으면 견딜 수도 있겠지만 극점에 도달할 때 가져온 장비의 대부분은 망가지거나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음으로 해가 떠있는 계절 동안 최대한 많은 표본을 채취해야만 했다.

    레이겐은 생물 관련 전공을 하기는 했으나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식물 병리학에 관련된 쪽으로, 본인이 썩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그 전공을 골랐다. 학계에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샘플 수집 및 군생지 기록, 성분 분석 등을 하면서도 그는 이 정보를 일본으로 전송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들었으나, 손을 부지런히 놀려 잡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한참 흙냄새를 맡으며 식물을 조사하지만, 극점에서는 해가 지지 않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옆에서 흙을 뒤집으며 풀뿌리를 구경하던 시게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레이겐을 불렀다.

    "스승님."

    저 멀리 검은 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레이겐은 식물들을 챙겨온 군장에 잘 챙겨넣은 뒤, 저 멀리 홀로 우뚝 서 있는 인공물을 바라보다 그 쪽을 향해 시게오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건물 근처에 도착할 때 쯤, 옅은 소나기가 툭, 툭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 흙에서 나는 좋은 냄새가 물 비린내와 함께 풍겼다. 시게오는 손을 내밀어 제 손바닥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을 만졌다. 차갑고, 깨끗했다. 비가 빨리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음으로 그들은 건물 안에서 비를 잠깐 피하기로 했다.

    극점에는 언어가 소실된 건축물들이 저 멀리 대 초원 사이로 군데군데 서 있는 바오밥 나무처럼 멀건히 서있고는 했다. 높은 나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없는 질 좋은 까만 토지 위에 자라난 낮은 풀들사이로 홀로 우뚝 서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을 걸쳐 풍화되어 있었다. 이 곳은 자연이라기엔 인공물이 있었고, 그렇다고 인공적인 환경이라기엔 설치된 것들은 너무나 낡아있다. 마치 우연히 사고처럼 그 곳에 박혀버린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사용되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벽돌 건물은 반 쯤 풍파되어 있었으며, 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1층 내부에는 빨간 페인트칠이 발렸을 소파나 거의 다 부스러진 홍보 전단지 같은 것들이 엉망으로 흙과 잡초와 함께 흩어져 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이 건물을 같이 조사 해 볼 예정이었다. 레이겐은 시게오를 제 뒤로 물린 뒤 반 쯤 부셔진 유리문을 군화로 걷어차고서는 안으로 들어섰다. 발 아래로 깨진 타일이 잘그락 거리며 밟혔다. 이 곳은 아마도 무언가를 판매하는 상점 같은 느낌으로, 벽에 그려진 빵 사이에 끼워진 고기와 야채, 붉은 토마토 그림이 아직 선명했다. 이게 뭔가요 레이겐은 시게오의 질문에 벽에 그려진 그림을 빤히 보았다. 이건 햄버거라는 음식인데, 빵과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끼운거야. 이 붉은 열매도요 그건 토마토라고 하는거야. 토마토요 그래 토마토. 보존식에 들어있는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에 사용되는 토마토. 시게오는 토마토가 뭔지 모른다. 왜냐면 극점에는 토마토가 자라지 않으니까. 레이겐은 픽 웃으며 시게오의 젖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 뒤 카운터로 향했다. 멸망 전에 사용되었을 낡아빠진 지폐와 닳아빠진 동전이 카운터위에 놓여진 포스기의 사이에 끼어있었다. 그는 쓸모 없어진 돈들을 전부 다 걷어내고, 포스기를 뜯은 뒤 몇 가지 부품을 챙겼다. 겉면 뿐 아니라 철판으로 덮힌 부분을 더 뜯어내면 대용량 배터리나 쓸만한 전선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끙끙대며 힘을 주던 레이겐이 시게오를 불렀다.

    "모브. 이것 좀 뜯어줄래"

    그 말에 가게를 구경하던 소년에 기계를 향해 제 양 손을 내밀었다. 이내 푸른 빛과 함께 으득, 으득, 소리가 나고서는 철판으로 뒤덮힌 구조물의 덮개가 저혼자서 구겨지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푸른 빛을 띄고 있는 그것은 레이겐의 옆에 안착하다 이내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소년의 초능력에도 놀라지 않은 레이겐은 이내 웃으며 고맙다, 작게 덧붙였고 시게오는 제 스승이 기계를 분해해 배터리를 꺼내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괜찮은 부품을 군장에 정리해 넣은 레이겐은 가게 안을 좀 더 둘러본 뒤, 제일 멀쩡해 보이는 스툴 의자에 앉았다. 시게오가 맞은 편에 앉자, 그는 테이블 위로 가득 쌓인 먼지와 흙들을 손으로 털어 낸 뒤 웃었다.

    "이 곳은 뭐 하는 곳이었을까요."

    "아마 음식을 파는 곳이었을걸."

    "아마"

    일단 벽에 음식 그림이 그려져 있고, 화폐가 있으니까. 그 말에 시게오는 잠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열 살 쯤으로 보이는 그 애는 자신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나이도, 가족도, 그 나이 또래라면 알고 있어야 할 기초지식조차도 없었다. 그냥 그 애는 갑자기 극점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피어난 사람 같았다.



    저는 줄곧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처음 만난 순간 시게오는 그렇게 말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만큼 아주 오랫동안, 그 애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해가 지지 않는, 해가 떠오르지 않는 동안 그 기묘한 아이는 아주 오랫동안 갓 자란 풀들이 가득한 풀밭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려왔다고. 레이겐은 처음에 아이가 착란증세를 보이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해가 지지 않는동안, 해가 떠오르지 않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어린 아이가 생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애가 뿜어내고 있는 신비로운 힘, 초능력을 보고 있다면 그 애가 하는 말은 다 진짜처럼 느껴졌다. 초능력이라는게 실존하는데 그 애가 누군가를 기다려온다는 말 또한 진실 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는 수첩에다가 오늘 찾은 건물에 대해서 기록했다. 인공물의 위치를 기록해서 극점의 지도를 만드는 일도 그가 극야에 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언젠가 이 곳을 다시 오게 될 일이 생긴다던가, 혹은 자신처럼 예기치 못하게 이 곳에 오게 될 후발대를 위해서였다.

    자신들이 머무르고 있는 극점 한가운데에 있는 건물은 링거나 이동식 침대 등 병원에서 쓰던 물건이 제법 많았음으로 레이겐과 시게오는 그 곳에 '병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병원' 에서 부터 남쪽으로 똑바로 나흘 정도를 걷다 보면 '횡단보도'가 나온다. 그가 처음 이 곳에 당도했을 때 마주한 첫 인공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표지판은 횡단보도에서나 있을법한 표지판이니까. '횡단보도' 에서 반나절 정도 더 걸어가면 레이겐이 처음 도착한 해변이 있다. 헬리콥터가 부서지고, 사람이 몇 죽은 그 곳이다. 그 곳에서 해안선을 따라서 동북쪽으로 쭉 몇시간 걷다보면, 절벽 위에 송신탑 하나가 등대처럼 우뚝 서 있다. 당연하지만 송신탑은 고장 나 있다. 대부분 인공물들은 반나절에서, 며칠 정도 걸어서 걸리는 거리에 드문 드문 존재했다.

    레이겐은 극점을 조사하면서, 이것들은 멸망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과 동시에 극점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치 초능력처럼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 아직 빙하가 녹지 않은 시절, 패스트푸드 가게로 쓰였던 스툴 의자에 앉아 지지 않는 극야의 여름 태양과 옅은 소나기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일과를 마치고 벙커로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는 그쳤지만, 두 사람의 신발은 완전히 젖은 지 오래였다. 질퍽질퍽한 땅을 밟아서인지 진흙 같은 것도 튀어있었다. 레이겐은 겉옷을 벗은 뒤 버너에 물을 끓였다. 그 동안 시게오는 티백을 능숙하게 뜯어서 군용 보온 컵에다가 넣은 뒤 끓인 물을 부었다. 레이겐은 벙커 현관에 대충 걸터 앉은 뒤 군화를 벗고 흙먼지를 툭툭 털어낸 뒤 옷을 갈아입었다. 고소한 찻내음이 벙커 안을 기분 좋게 맴돌았다.

    바깥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한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밀린 공부를 하기 위해 벙커 안 의자에 앉았다. 레이겐이 의자에 앉자 시게오는 끓인 녹차를 레이겐에게 가져다 주었다. 레이겐은 그것을 마시면서 시게오가 쓴 한자와 공부한 것들을 대충 봐 주었다. 레이겐은 틀린 획을 고쳐주며 짧은 설명을 했다. 나중에 이렇게 쓰면 아무도 못 알아볼걸. 열 살 아이치고는 퍽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쓰여진 한자들이다. 마치 갓 연필을 쥔 것 같은. 설명을 듣던 시게오가 레이겐에게 물었다.

    "여기서는 글씨를 쓸 일도, 스승님 말고는 누군가와 대화 할 일도 없잖아요."

    "하지만 언젠간 여기서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날이 분명 올 테니까."

    "단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배우는 건가요"

    레이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지식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그 말에 시게오의 작고 둥근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아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 너는 내가 오기 전 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는 오직 '병원' 이라는 장소만 있는 줄 알고 있었지. 하지만 나를 만나서 너는 이 극점 밖에도 사람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이 또한 지식이고 깨달음이란다. 어쩌면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근원을 알아가기 위해서 배우고 있는 걸 지도 몰라."

    사실 그렇게 깊게 생각 해 본 적은 없다. 레이겐에게 배움이란 살아가는 수단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애가 이 곳에서 나갈 수 있을지 없을 지 조차 이 곳에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겐은 이 아이를 사회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가능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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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그딴건 내가써야돼 6
    6토독, 토독, 새벽부터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지문 너머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레이겐은 부스스 깨서 이부자리에서 몸을 누이며 뒤척였다. 제 머리맡에 놓인 아날로그 시계가 오전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해가 뜰 시간인데도 거뭇거뭇 날이 어두웠다. 그는 하품을 길게 하고서는 문득 깨달았다. 매일 새벽마다 귀찮게 깨우러 오던 시게오가 오늘은 없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에 그는 이부자리를 개고서는 다다미 문을 열었다.

    "모브"

    카게야마의 신사가 있는 고저택은 늘 조용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조용했다. 절간에 온 것 처럼 비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서는 시게오가 쓰는 방 문을 열었다. 그 애의 이부자리는 곱게 개켜진 채였다. 부엌으로 가자 명주천으로 만든 덮개를 씌운 소반이 있었다. 그걸 열자 정성스럽게 만든 오니기리와 함께 쪽지가 두 개 놓여있었다. 이틀동안 사이타마 현에 입원해 있는 리츠 도련님을 뵈러 시게오 도련님이랑 다녀올거예요. 냉장고에 된장국이랑 옥수수 삶아뒀으니까 나중에 드세요. 레이겐은 다른 쪽지를 넘겨서 보았다. 반쇼 부인이 쓴 것 보다 약간 더 두툼한 종이에는 삐뚤삐뚤한 히라가나로 적힌 짧은 문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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