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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딴건 내가써야돼 5

    남겨주신 응원글 감사합니다 ㅠㅠ....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마 한번 힘내서 계속 낋여보겟습니다...

    5"저 시내 상점가에 좀 다녀올게요. 부탁하실 일 있으세요"

    "어머, 그럼 올 때 전갱이 생선 좀 사다줄래"

    레이겐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겐을 따라서 쫑쫑 따라온 시게오가 말했다. 저도 같이 갈래요. 그 말에 부인은 절대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게오가 한 번 더 힘을 꾹 줘서 고집스럽게 말했다.

    "저도 스승님 따라서 갈래요."

    "모브는 집에 있어."

    레이겐은 그렇게 말하며 본가 현관에 걸려있는 밀짚모자를 쓴 뒤 신발을 신었다. 대낮임에도 서늘하게 그늘이 든 현관 앞에 선 시게오가 한번 더 물었따.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레이겐은 시게오의 머리를 쓰다듬고서는 현관 밖으로 나섰다.

    바깥은 더위가득한 햇살이 한참이다. 맴맴,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레이겐은 버스 정류장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상점가에 가서 일단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부인이 부탁한 전갱이 생선을 사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슬리퍼를 끌고 걷는 동안 녹음 짙은 나무 그림자가 밀짚 모자를 쓴 레이겐의 얼굴을 어룽어룽 덮었다 흔들리길 반복했다. 더워서인지 버스가 늦게 오는 것 같았다. 한참 기다린 뒤에 탄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자, 버스가 가볍게 덜컹거리며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미나미 상점가에는 사람이 붐볐다. 시장을 겸하고 있어서 낮에는 이런저런 것을 팔고는 했는데, 요즘 레이겐이 푹 빠진건 상점가 중심에 있는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고로케다. 집에 갈 때 저것도 사가야겠다. 레이겐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까운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었다. 아삭한 소다바를 베어물자 그제서야 좀 살 것 같았다. 레이겐은 상점가를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아삭아삭 베어물었다. 잠깐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그새 녹은 하드바가 손가락을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여름은 퍽 불쾌한 계절이다. 레이겐은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우고서는 손수건에 끈적한 아이스크림을 닦은 뒤 손가락을 핥았다. 카게야마의 본가의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몇개 사서 넣어두고 싶지만, 문제는 여기까지 가는 시간이다. 버스 안에서 아이스크림은 죄다 녹아버릴 거다. 물론 녹은 채로 다시 얼린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먹고 싶은 것도 아니고.

    슈퍼의 근처에는 문구점이 있었다. 철지난 뽑기 기계와 먼지 쌓인 장난감들을 바라보던 레이겐은 문득 시게오의 생각이 났다. 측은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게오의 방에는 세 살 어린 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이나 책 같은건 거의 없다. 그나마 시게오의 엄마 아빠가 가져다 놓은 것들도 눈에 띌 때 마다 치워버리는 듯 했다. 애는 본당의 어른들이 올 때 마다 한자로 부적 쓰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오래된 장난감, 예를 들자면 색실공이나 켄다마 같은걸 가지고 놀곤 했는데 전혀 90년대에 살아가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것은 아니여서 레이겐은 시험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매번 창의적으로 그 애와 놀아주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었다. 레이겐은 잠시 문구점 앞에 서서 제 지갑을 벌려보았다. 결혼이라는 걸 한 뒤로, 카게야마의 어르신들로 부터 용돈은 주기적으로 잔뜩 받고 있어서 돈은 넉넉했다. 그는 어린아이가 쓸 법한 커다란 스케치북 몇 권과 색연필, 그리고 크레파스를 샀다.

    문구점을 나서는데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복을 입은 제 또래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마 같은 학교 동급생인 것 같았다. 레이겐은 그 애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 미간을 작게 찌푸리다 사과했다. 미안해, 아직 이름을 다 못 외워서. 그 말에 소녀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토메라고 했잖아. 뭐, 그럴 수 있지. 전학 와서 학교 다닌지 2주 뒤에 바로 방학 해버렸으니까. 토메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토메는 아는 채 하며 상점가의 곳곳을 소개시켜 주었다. 어떤 곳이 제일 저렴한지, 어떤 찻집의 메뉴가 맛있는지, 뭐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이었다. 레이겐은 그런 토메를 군말없이 따라다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말했다.

    "미안한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레이겐이 도시에서 온 외지인인데다가 카게야마 가문이 있는 고저택에서 통학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기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친분을 쌓는다는건 원하는 바가 있어서일테였다. 정곡을 찔렸는지 토메가 작게 손가락을 꼼질거리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초능력자를 찾고 있거든."

    "그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 꿈은 외계인을 찾는건데, 초능력자를 찾아서 도와달라고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넌 카게야마 가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잖아. 그 가문은 옛날부터 우리 지역에서 유명했거든. 거긴 살아있는 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라고. 그런 곳에서 너를 굳이 데려온 이유가 뭐겠어."

    내가 추측하건데, 넌 초능력자야 그래서 그 가문의 수련을 받기 위해서 온거지. 내가 맞지 토메는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레이겐에게 말했고, 그 말에 레이겐은 어이가 없어서 남은 아이스크림을 전부 삼켰다. 완전히 틀렸으면서도, 일부분은 맞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예전같았으면 바보 취급을 했을텐데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는 시게오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 애가 일으키는 신비한 기적이 레이겐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난..."

    초능력이 없어.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상점가의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아, 미나미 상점가에서 잠시 안내방송 알려드립니다. 현재 상점가 관리소에서 나팔꽃 무늬 유카타 차림을 한 세 살 정도의 남자 아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관계되시는 분은 상점가 관리소에서 아이를 인도 해 가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미나미 상점가에서 안내방송 드립니다. 현재 상점가 관리소에서 미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나팔꽃 무늬 유카타 차림을 한 세 살 정도의 남자 아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 방송에 레이겐은 어쩐지 시게오의 생각이 났다. 하지만 카게야마의 본가에서 상점가 까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레이겐은 토메에게 물었다.

    "미안한데 관리소는 어디에 있어"

    토메는 상점가의 서쪽 출구쪽으로 레이겐을 데려다 주었다. 관리소에 도착하자, 맨발에 유카타를 입은 시게오가 관리소 의자에 앉아서 하얗고 빵실한 뺨을 오물거리며 엄지를 빨고 있었다. 레이겐은 자신이 지어준 그 애의 이름을 불렀다.

    "모브"

    부름에 아이의 작고 부드러운 머리통이 돌아갔다. 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게오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천천히 번져갔다. 시게오는 맨발로 뛰어와 레이겐의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스승님. 시게오는 레이겐의 바짓자락에 제 부드러운 뺨을 가득 비볐다. 레이겐은 시게오를 안아올려 맨발을 살폈다. 다행히 맨발에 생채기가 나거나 어디 다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옆에서 그 애를 보던 토메가 웃으며 말했다.

    "귀여워라, 네 동생이야"

    "아뇨, 저는 스승님의 신랑이예요."

    레이겐의 품에 안긴 시게오가 토메를 똑바로 바라보고서는 또박또박 말했다. 레이겐은 억지웃음을 짓고서는 시게오를 고쳐안으며 황급히 변명했다.

    "농담이야. 원래 세 살 애가 뭘 알겠어 자주 거짓말 하는 미운 나이잖아. 얘는 그냥... 친척 동생이야."

    "하긴 그렇지."

    토메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이 레이겐의 품에 고개를 묻은 시게오가 중얼거렸다. 거짓말 아닌데... 레이겐은 시게오의 다소 억울해 보이는 귀여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보기 드물게 큰 목소리를 내며 으름장을 놨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어떻게 온거야. 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치만 스승님이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

    "미아가 뭔지 알아 미아가 되면 다시는 엄마도, 아빠도, 리츠도, 그리고 나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

    항상 아이의 어리광을 받아주기만 했던 소년의 짐짓 엄한 표정에 시게오의 얼굴이 울먹울먹 울상이 되었다. 머리카락이 너울거리며 곤두서는 걸 보고서는 레이겐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시게오가 입을 앙 다물며 울음을 참고서는 말했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다시 못 보는건 싫어요."

    "그 쯤 했으면 동생은 용서 해 줘."

    토메가 슬그머니 끼어드는 통에 레이겐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아들고서는 등을 토닥거렸다. 이내 히끅거리며 울음을 참은 시게오가 레이겐의 옷깃을 꽉 쥐는 통에 그는 신발가게에 도착할 때 까지 그 애를 안아든 채 가야만 했다. 어차피 용돈 받은 건 많았음으로 아이의 신발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이겐은 신발 가게의 의자에 히끅거리는 아이를 앉힌 뒤, 운동화를 골랐다. 생각 해 보니 아이가 신발을 신은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곰돌이 그림이 그려진 캐릭터 운동화를 시게오의 작은 발에 신겨보았다. 신발은 약간 컸으나, 가게에서는 그보다 더 작은 신발이 없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사야만 했다.

    새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시게오는 레이겐의 손을 잡고서는 상점가를 걸었다. 레이겐이 먹었던 것과 똑같은 소다바를 입에 물린 시게오는 언제 울음을 참았냐는 듯, 레이겐과 함께 밖에 나온 것이 마냥 좋은지 살짝 발개진 얼굴로 생글생글 웃었다. 아이는 먹는 속도가 느리다. 쥐고 있던 소다바가 줄줄 녹아서 시게오의 작은 팔뚝을 타고 질질 흘러내렸다. 시게오의 혓바닥과 옷소매가 파란색으로 물든 걸 보고 레이겐은 공용 화장실로 데려가 그 애의 입과 소매를 씻겨야만 했다. 그럼에도 시게오는 유순하게 시키는대로 팔을 내밀라면 내밀고 씻으라면 씻었다. 시게오가 투정 없는 순한 아이라서 다행이었다. 레이겐은 시게오의 작은 손을 잡고서 생선가게에 가서 반쇼 부인이 부탁했던 전갱이를 샀고, 정육점에서는 튀긴 고로케 3개를 샀다. 막 튀긴 고로케를 포장해서 봉투에 담아 준 가게 주인이 물었다. 네 동생이니 참 귀엽네. 그 말에 레이겐은 작게 볼을 붉히며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았다. 시게오가 귀엽다는 이유 만으로 봉투안에는 고로케와 튀김이 하나 더 들어있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시게오는 잠들어버렸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레이겐은 시게오를 억지로 깨워서 내렸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집에 가려면 아직 30분은 더 걸어가야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레이겐은 서서 꾸벅꾸벅 조는 시게오의 앞에 쭈그려 앉아 등을 내밀었다.

    "모브, 여기 업혀."

    응, 아이의 작은 투정과 함께 등 뒤로 따끈한 감촉이 들러붙었다. 레이겐은 시게오를 업고서는 천천히 산길을 따라 걸었다. 여름의 매미 우는 사이로 아이가 잠들어서 곤히 색색거리는 소리가 붙었다. 작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아까 먹은 달콤한 소다 향기가 났고, 걸을 때 마다 시게오의 발에 신겨진 신발이 달랑거리며 흔들렸다. 레이겐은 걷다가 흘러내리는 아이를 다시 들춰업고서는 걷기를 반복했다. 고즈넉한 산길을 삼십 정도 걷다보면 저 멀리 우거진 나무사이로 돌담과 고저택이 보인다. 카게야마의 명패가 새겨진 대문을 넘어 돌계단을 오르고 토리이를 넘어, 신사를 지나치면 그들이 머무르는 고저택이 있다.

    고저택 안으로 시게오를 업고 들어서자, 얼굴이 창백해진 반쇼 영감과 카게야마의 친척 몇 명이 뛰쳐나왔다. 아이고, 시게오 도련님 말도 없이 사라지시면 어떡해요 그들은 그런 말을 하며 레이겐의 등에 업힌 시게오를 살펴보더니 아이가 무사한 것을 보고서는 안심하듯 한숨을 내 쉬었다. 고저택에는 순경도 한명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없어졌으니 경찰에 신고한 모양이었다.

    "레이겐 군, 시게오 도련님을 어디에서 발견한게야"

    어... 미나미 상점가에서요. 레이겐은 대답하고나서 등 뒤에 업힌 시게오를 깨운 뒤 땅에 내려놨다. 소란스러움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 시게오에게 어쩌다 거기까지 갔냐고 묻는 친척에게, 시게오는 하품을 하고서는 말했다.

    "스승님이랑 같이 있으려고요."

    그 대답에 사람들이 저들끼리 이야기 하더니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듯 싶었다. 미아 사건으로 불려온 순경은 그래도 미아가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고, 카게야마 친척들도 시게오에게 한참 초능력을 가지고 이래서는 안되고 저래서도 안된다는 잔소리를 늘어놓은 뒤에야 고저택 근처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은 다 식은 고로케와 반쇼 부인이 튀긴 전갱이 튀김을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시게오는 소다바를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지 않고 조금 남겼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참고서를 펼치는데 다다미 문가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반쇼 부인에게도 혼이 한번 더 난 시게오가 레이겐의 눈치를 보며 서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옆에 와서 그가 하는 모양새를 지켜봤을 텐데, 많이 혼이 났는지 기가 죽은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모브."

    이리와. 그 말에 시게오가 레이겐의 옆에 와 앉았다. 레이겐이 시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시게오가 울음을 꾹 참고서는 말했다.

    "잘못 했어요. 스승님 말 안들어서 다시는 부인 못 보는거 싫어요."

    "어른들 말 잘 들으면 그럴 일 없어."

    "스승님도 어른이예요"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지나면 어른이 된다. 이미 레이겐의 몸은 어른의 것 만큼 커졌다. 키가 178cm나 되고 변성기도 지났으니까.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된다는건 뭘까. 레이겐은 공부하던 참고서를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어른이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지. 그 말에 시게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레이겐의 품에 안겨들었다. 오늘만큼은 레이겐도 덥다고 아이를 밀어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날은 시게오가 레이겐의 방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들은 같이 잠들게 되었다. 시게오의 방에서 가져온 이부자리를 펴 주고 옆에 앉아서 스텐드를 켜 놓고 수학 공식을 필사하는데, 얇은 이불을 덮은 시게오가 레이겐을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꿈뻑 꿈뻑 계속 바라보다가 잠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뻐요... 레이겐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러냐, 작게 대꾸하고서는 필사하지 않는 다른 손으로 아이의 배를 작게 도닥여주었다. 이내 시게오는 잠이 들었다. 어두컴컴한 여름 밤이 내려 앉은 산 너머로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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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그딴건 내가써야돼 6
    6토독, 토독, 새벽부터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지문 너머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레이겐은 부스스 깨서 이부자리에서 몸을 누이며 뒤척였다. 제 머리맡에 놓인 아날로그 시계가 오전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해가 뜰 시간인데도 거뭇거뭇 날이 어두웠다. 그는 하품을 길게 하고서는 문득 깨달았다. 매일 새벽마다 귀찮게 깨우러 오던 시게오가 오늘은 없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에 그는 이부자리를 개고서는 다다미 문을 열었다.

    "모브"

    카게야마의 신사가 있는 고저택은 늘 조용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조용했다. 절간에 온 것 처럼 비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서는 시게오가 쓰는 방 문을 열었다. 그 애의 이부자리는 곱게 개켜진 채였다. 부엌으로 가자 명주천으로 만든 덮개를 씌운 소반이 있었다. 그걸 열자 정성스럽게 만든 오니기리와 함께 쪽지가 두 개 놓여있었다. 이틀동안 사이타마 현에 입원해 있는 리츠 도련님을 뵈러 시게오 도련님이랑 다녀올거예요. 냉장고에 된장국이랑 옥수수 삶아뒀으니까 나중에 드세요. 레이겐은 다른 쪽지를 넘겨서 보았다. 반쇼 부인이 쓴 것 보다 약간 더 두툼한 종이에는 삐뚤삐뚤한 히라가나로 적힌 짧은 문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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