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Panic여름이 한창이다. 쏟아지는 햇살이 모래사장을 반짝거리게 하고, 뜨거운 바람이 바닷바람을 몰고 온다.
　왜 이렇게 더운 날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해야 하나 싶지만, 이것도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 Double Face에 들어온 특이한 계통의 일이었다. 뭐랄까, 의외의 아이돌 유닛을 이용해 어떤 브랜드의 수영복 홍보를 하고 싶다고 한다. 한여름에 밖에서 놀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유닛이라는 점에서 백기를 든 것이 바로 자신들이었다.
　고학은 파라솔 아래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며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마다라다. 앞으로 미디어 노출을 늘리고 싶어서 다양한 색깔의 일을 찾아다니며 코하쿠를 찾아왔던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독단적으로 일을 받거나 거절했을 텐데, 요즘은 코하쿠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그녀는 많이 변한 것 같다. 이해관계가 맞아서 맺은 관계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로. 마블 캐스트, 골동품 시장, 그리고 SS 예선에 이어 봄밤의 일분일초 라이브까지.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걸음걸이로 걸어가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요즘 그녀는 자주 웃는다. 예전부터 밝게 행동하는 여성이었지만, 요즘은 특히 그렇다.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웃음이 아니라, 무심코 흘리는 듯한 그녀의 미소는 내 마음을 심하게 뒤흔든다. 기쁘고, 가려워서, 두근거리고, 두근거린다. 그녀를 앞에 두면 두근거리는 가슴의 박동은 날로 커져가는 것 같았다.
　한가한 이야기.
　촬영 스태프들의 웅성거림에 코하쿠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 사이에서도 머리 한 뼘 정도 높은 마다라를 금세 발견할 수 있었다. 남자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무슨 서류에 눈을 부릅뜨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흐름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힘차게 몸을 일으켜 그 무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사람이 많다. 내가 왔을 때 직원이 이렇게 많았을까.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인파를 헤치고 겨우마다라 앞에 도착했을 때, 코하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응　아, 코하쿠 씨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좀 더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녀의 눈동자보다 약간 밝은 미도리.
　분리형 수영복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복부. 복근이 살짝 드러나고 있다. 홀터넥 톱에는 은은한 순백의 프릴이 달려 있고, 발끝으로 갈수록 예쁜 그라데이션이 그려져 있다. 발목을 따라가다 보면 발목과 비슷한 색의 리본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날씬한 샌들은 늘씬하고 키가 큰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얼굴 옆에서 손을 흔들며 그녀는 고운 하얀 피부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 촬영이 시작될 거에요."
"...... 이거. 후드티."
"어"
"태닝, 하면 안 되잖아."
　그 말만 남기고는 그만두기에 바빴다. 얼굴이 새까맣게 탄 마다라에게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어 건네주자, 서둘러서 코하쿠는 인파를 뚫고 그 자리를 떠났다. 햇볕의 열기와 뱃속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얼굴이 뜨거워졌다.
(뭐, 뭐, 뭐, 뭐야, 저기, 아니, 촬영　촬영용　익숙해져라, 나　(뭐야, 뭐야, 뭐야, 아니, 촬영용이야)
　몇 번이고 자신의 뺨을 두드리며 고학은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스태프들 사이에 홀로 남겨진 마다가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촬영은 낮 12시 전에 끝났다.
　이른 시간에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오가 가까워질수록 햇볕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스태프들 중에도 여기저기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인사를 마치고 손 씻으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마다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후 코하쿠는 퇴근을 했는데, 그녀의 계획은 어땠을까. 설마 두고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함께 픽업 차량으로 왔고, 돌아갈 때도 그럴 거라고만 생각했다.
(신경 쓰이는 아이의 수영복에 정신이 팔려서 전혀 일정 같은 건 신경을 쓰지 않았어. 나도 참 멍청한 놈이구나 ......)
　한숨을 쉬며 모래를 걷어차며 걷는다. 근처 공원과 호텔 입구까지 찾아갔지만 수확은 없다.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돌이켜보면 촬영 중이던 마다는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혹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닐까
"...... 아니, 괜찮아. 미안하지만 그쪽은 취소해 줄 수 있을까. 모처럼 예약해 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촬영장 근처까지 돌아온 코하쿠는 드디어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시선 끝에 보이는 것은 ES의 송영 차량이다. 목소리는 그 뒤에서 들려온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혼자가 아닌 것 같다. 코하쿠는 기척을 죽이고 슬금슬금 다가간다. 귀를 기울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응, ...... 미안해, 안즈씨. 하지만 아마 코하쿠 씨도 이제 돌아가고 싶을 것 같아서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호텔 직원에게 잘 말할 수 있겠어　안 되면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나만 쓰게 해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겠지."
　호텔. 사용하겠다. 무엇을
　작은 목소리에 의식을 집중시킨다. 힘차고 잘 들리는 마다라의 목소리와 달리, 프로듀서의 목소리는 자칫하면 묻혀버릴 것 같을 정도로 가늘다. 아무래도 둘이서 이 후의 계획을 세웠던 모양인데, 그것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요. 좋은 경험이 되었어　이런 일은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고하쿠 씨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 같아요."
　갑자기 내 이름이 나와서 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
"응 ...... 응. 아니, 고하쿠 씨가 지쳐서 그런 게 아니라 ...... 어, 제가, 음........ 음, 뭐랄까 ...... 봐요, 코하쿠 씨도 좀 더, 놀아주려면 다른, 귀엽고 부드러운 느낌의 여자애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때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시들어간다.
　놀다. 다른 여자애들과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을 연결하며 혼란스러워하며 필사적으로 생각을 풀어나간다.
"촬영 후라고 했으니까 수영장은 ...... 아, 점심 먹고 나서부터 잡아준 거구나. 예약이 힘들었겠지. 미안해."
　수영장. 해변을 끼고 있는 호텔에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유명한 실내 수영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들은 오늘 촬영이 끝난 후 들르기 위해 그 예약을 한 것 같았다.
"...... 좀 더 내가 귀여운 느낌의 ...... 이런 보기 싫은 몸매가 아니라. 적어도 가슴과 엉덩이가 좀 더 있었으면 이렇게, 유혹의 한 두 가지 여유가 있었을 텐데 ...... 아하하하　농담, 농담이야"
　나는 숨을 헐떡였다.
"이거　응, 코하쿠 씨가 빌려줬어. 햇볕에 타면 안 된다고 해서요. 아니야, 나름대로 잘 다듬고 왔는데........ 그런데 전혀 봐주지 않아서 ......,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져서 ......."
　차 안에서 이야기하던 프로듀서가 유난히 큰 목소리로 마다라의 말을 부정하고 있다.
　머리를 감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코하쿠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숨기느라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차 그림자에서 슬며시 얼굴을 내민다. 이쪽으로 등을 돌린 마다라와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보였다.
　마다라는 코하쿠가 무뚝뚝하게 밀어붙인 후드티를 여전히 입고 있다. 촬영 중에는 벗고 있다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시 입었던 것이다.
　무심코 코하쿠는 달려나가고 있었다.
"마다라한"
　놀라서 돌아본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 얼굴에 미소가 없는 것이 가슴을 조여왔다.
"가, 참아　그런, 그런 거 아니야　네 몸이 재미없다는 둥, 멍청한 소리 하지마. 나, 나, 나, 이렇게 귀엽고 예쁘게 나올 줄 몰랐어, 너무 예뻐서, 정말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참을 수 없어 ......"
　입을 반쯤 벌린 채, 마다라는 반사적으로 코하쿠의 손을 잡아준다. 그 뒤에서는 프로듀서가 입꼬리를 천천히 웃는 모양으로 바꾸고 있다.
"어, 어, 어, 정말, 엄청 귀엽다고 생각했어. 진짜로. 그런 피부를 보여줘도 되겠어　새하얀 배, 보여도 괜찮아　뭐야, 그 펄럭이는 모습도 너무 잘 어울리잖아. 그리고, 귀엽다든가, 부드럽다든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마다라의 몸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다른 사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아니라, 저기........"
　갑자기 옆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에 코하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프로듀서가 바로 옆에 와서 코하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 의도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프로듀서는 낄낄거리며 "그 정도만 해줘요"라고 말했다.
"아마 이미 다 알아들었을 거예요."
　그 말에 코하쿠는 고개를 숙인 마다라의 얼굴을 살짝 아래에서 들여다본다.
"우......"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인 것 같은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얼굴은 끓어오른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번 일, 근처에 이곳이 있다는 걸 알고 제가 추천해 드렸어요. 두 분 모두 너무 바쁘게 일하셔서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서서히 자신의 발언에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고학은 멍하니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격정적으로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마다라의 어깨를 받쳐주었다.
"후후, 아니야, 잘했어. 미케지마 씨, 그럼 취소 얘기는 이제 그만 하시죠　수영장, 한 시간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이 근처에는 식당도 많으니 인기 있는 곳 몇 군데를 알려드릴게요. 평일 낮 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할 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마다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프로듀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하쿠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그리고 사쿠라카와 군, 아까 같은 발언은 가급적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해 주세요. 누가 어디서 듣고 있는지 모르니까. 너 같은 사람한테는 귀에 거슬리겠지만 ...... 한다면 가급적이면 둘이서만 있을 때라던가."
"아, 안즈 씨"
"후후, 죄송해요, 특이한 걸 보니까 재미있어서요."
　그럼, 저녁에 다시 데리러 올게요.
　당황한 듯 큰 소리로 말하는 마다라를 가볍게 치워주며 프로듀서는 씩씩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 한여름 현장에도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든든해 보였다.
"...... 어, 마다라 씨"
"......"
"호, 참을성이 없어. 아니, 아까는 정말. 아니, 아까는 진짜로 생각한 건데, 어, 음......."
"이제 그만"
　슬며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다. 또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급히 손을 뻗어 닦아주려고 하자, 마다라는 순순히 몸을 숙여 코하쿠의 손바닥에 부드럽게 뺨을 비벼댔다.
"...... 파커, 고마워요."
　기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코하쿠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을 돌렸다.
　아, 안 돼.
　이토록 엉뚱하고, 이토록 서툴고, 이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인가.
　달려들어 그녀의 몸을 껴안자 마다라는 몸을 비틀며 간지럽게 웃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정말 귀여워요"
"당연하지　어떤 의상이든 잘 소화해내는 것이 내 특기야, 아빠의 특기야"
"어떤 아빠가 그런 아빠가 있겠어"
　익숙한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준다. 남국풍의 화려한 요리 사진들이 즐비한 화면을 보며 두 사람은 발걸음을 가볍게 여름 하늘 아래로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