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파칭코 빚처럼 불어나니까 제 때 풀어라(1)(미완)* 더파이널 이후 스포 있으니 유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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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 여기 이보게, 내 신원을 확인할 사람이 여기 있네"
전신 하얀 쫄쫄이를 입은 것도 모자라 괴상한 오리 가면을 쓴 남자는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양 지나가던 남자의 팔을 붙들었다. 그러면서 옛 전우이자 친구인 자를 향해 연신 도움 요청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옛 전우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코딱지만 팔 뿐이었다.
"무슨 헛소리야 빨리 경찰 불러 수상한 장발이 민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고"
"아닐세, 나는 고양이님이 지붕에서 떨어지려고 하기에..."
"그 변태같은 복장은 뭐야"
긴토키는 눈을 굴리며 그저 지켜만 보았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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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돌아온 이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카츠라는 계속해서 양이를 할 때와 비슷하게 즈라... 완결 이후 오버Z로 거리에 활개 치고 다니다 보니 사건 사고에 휘말리거나 억울한 누명 쓸 때도 있겠지.
전신 쫄쫄이 입고 나타나는데 변태로 안 신고당하는 게 용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비슷한 류로 억울하게 잡혀갈 처지에 놓이는데
때마침 긴토키가 지나감. 즈라는 당연히 도와주겠지 싶어서 긴토키 여기 이보게 내 신원을 확인할 사람이 여기 있네 하면서 도움의 요청 눈빛 보내는데
긴토키 싸늘한 표정으로 코 파면서 이런 변태 친구로 둔 적 없답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하고 지나가 버림. 평소 같으면 즈라도 그냥 머릿속 꽃밭으로 지나쳤을 발언이고 마음에 안 담아뒀겠지만
하필이면 전날 밤에 스기 관련으로 너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네게 남은 것이 무엇이 있지 식의 악몽을 꿨던지라 울컥한 거야. 어쨌건 진선조 도움으로 위기 벗어나서 집에 가는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모른 척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하며 서러워짐.
가만 돌이켜보니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거야.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긴토키는 자기한테 항상 날 선 말만 골라서 하고 손부터 나가서 맞은 적도 많은 거야.
옛날에는 이런 관계는 아니지 않았나, 이제는 내가 그렇게나 꼴 보기 싫어진 걸까, 하긴 나라도 내가 싫겠다 이런 쓸모없는 놈은...
스기를 떠나보낸 이후로 심적으로 많이 지친 즈라한테 있어서 결국 그날 일은 시발점이 되었음. 그 이후로 아예 자취를 감추어버린 즈라 보고 싶다.
해결사에는 아예 알리지도 않고 발걸음을 끊어버리고, 진선조한테도 잠시 여행 갔다 오겠다 나라도 안정된 것 같고 내가 이제 여기 남아있을 이유는 없네. 하면서 사라져버림.
요즘 즈라가 안 보인다 해.
오버 Z 드디어 끝냈나 봐요, 카츠라씨.
한 달 정도 지나고 하면서 파치구라 은근히 카부키쵸 거리 지나갈 때마다 혹시라도 즈라가 출몰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안 보임. 긴토키 코 후비면서 그 바보라면 또 철창신세겠지~하고 말았음.
근데 이제 그게 두 달이 되고 석 달이 되니까 본인도 초조해짐. 홍앵 건도 있기도 했고 혹시 또 아르타나 관련 일 생겼나 싶어서 진선조에 의뢰자 핑계 대면서 찾아감.
은근슬쩍 히지한테 말 흘리니까 카츠라 쉰다고 여행 간다고 하던데 말 듣고 안심되면서도 뭔가가 괘씸해지는 거야. 왜 자기한테는 안 알리고 갔지 확인 차 정확히 여행이라고 했냐고 물으니까 어 쉬고 싶어서라 하더라.
대답 돌아오는 거 듣고 어이구 그 백수 허구한 날 광대 짓만 하면서 놀아대는데 뭔 휴식이래 휴식은 하면서 나가는데 뒤에서 히지가 어이 해결사 카츠라가 2년 동안 뭐 했는지 알면 그 소리 안 나올걸 함.
누가 그걸 모르나 적어도 너보다는 내가 그 녀석에 대해서 잘 알거든 쏘아붙이려다가 내가 왜 즈라 녀석에게 이렇게 열 올려야 하나 싶어서 그냥 진선조 나옴. 2년 동안 저 세금 도둑이랑 은근히 친해졌단 말이지, 자기한테는 말도 안 하고 사라진 주제에.
만사옥에 돌아오는데 엘리가 와 있음. 즈라 왔나 싶어서 신발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사람 걱정하게 한 대가로 머리라도 때리려고 사무실 안으로 돌진하는데 즈라는 코빼기도 안 보임... 엘리만 눈물 뚝뚝 흘리면서 혹시 카츠라 씨 여기 안 왔냐고 물음.
긴토키 하면서 뭔데 너희 둘이 같이 여행 간 거 아니었냐고 물으니까 엘리가 처음에는 그랬는데 자기가 화장실 갔다 오는 사이에 쪽지 하나만 달랑 놔두고 가버렸다는 거야.
여기서부터는 혼자 다니겠다는 글귀가 적힌 쪽지였대. 엘리는 헤어진 장소에서 2주간 기다렸대 카츠라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안 뒤따라가고.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니까 혹시라도 먼저 돌아온 건가 싶어서 찾아왔는데 여기도 없는 거냐고 하면서 팻말에 눈물 뚝뚝 흘리고 있음. 파치구라도 사건의 심각성 깨닫고
"이게 무슨 일이냐 해."
"카츠라 씨가 말 없이 사라진 것도 놀라운데 엘리자베스 씨를 떼놓고 갔다는 건 대체..."
그렇게 몇 분 흐르고 갑자기 엘리가 팻말 들고 긴토키 개패기 시작함. 파치구라 말릴 생각도 안 함.
"엘리가 저 정도까지 하는 거 보면 즈라가 사라진 것도 긴쨩 때문인가 보다 해."
"대체 긴 상 카츠라 씨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엘리자베스 씨가 저러는 거예요"
"아야 이 오리 괴물 일단 말려봐 말려야 내가 생각을 할 거 아니야"
- 애초부터 카츠라 씨가 에도를 떠난 것도 이 망할 천파 때문이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에도를 떠나야겠다며 말하고는 혼잣말로 작게 긴토키가 나를 꼴 보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하루빨리 정리하는 게 좋겠지 했어. 그러니까 너 때문이야 망할 당뇨병환자. 당장 찾아와.
"싸운 적도 없는데 걘 뭔 소리래냐. 기억 안 난다니까"
엘리가 팻말 더 높이 쳐드니까 긴토키 일단은 현관으로 뛰어나가면서
"야야 알겠다 일주일만 주라. 즈라 녀석 찾아올 테니까~ 그 녀석 갈 만한 곳 뻔하거든 내 손바닥 안이라고."
하고 대충 짐 챙겨서 나감. 따라온다는 파치구라 만류하면서. 해결사는 그럼 누가 보냐 이제 너희들 긴 상 없어도 잘 하잖아 내가 자식 하나는 잘 키웠다니까. 그 전파 녀석 찾아서 끌고 올 테니까 기다려.
마지막으로 즈라 녀석을 본 적이 언제였더라. 북두심헌에서 라면 먹을 때였나 아니면 오버 Z 복장 입고 난리칠 때였나. 하도 자주 본 탓에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뭐 걔 서운하게 한 거 있나
... 스스로에게 물어도 찔리는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긴토키는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아니 그건 뭐 어 걔가 짜증나게 하니까. 그 얼굴을 그런 괴상한 오리가면에 가리지를 않나 전신 쫄쫄이를 입지를 않나. 누구라도 그런 녀석보면 주먹부터 나간다고 어
하루는 상처 입고 골목에 널부러져 있는 카츠라를 집으로 끌고 왔더니 하는 말이 이거였다.
데헷 바렛챳다 ♡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넘어졌다네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카츠라가 숨기고 싶어하는 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긴토키도 아니었던지라 어이구 이 바보야 하며 기껏 치료해준 카츠라의 머리를 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좀 쉬어도 될 텐데. 워낙 천성이 부지런한 카츠라는 가만히 있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랬던지 설사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일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천성부터가 백수인 긴토키와는 정반대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이었다.
긴토키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카츠라의 옆에 앉아 코를 후볐다.
- 이제 몸도 예전같지 않을 거면서 집에 처박혀 있으면 안되냐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막 움직이고 싶어서 좀이 쑤셔 영령지사인지 나발인지 다 때려치고 밀린 잠이나 자던가 왜 그렇게 사냐.
- 어찌 사무라이가 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 수 있겠나. 아직 나라가 혼란하다네.
- 나라가 그런 너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디 정 그렇게 할 일 없으면 고양이 찾아달라는 의뢰 있을 때 불러줘
- 오오 그게 정말인가 고맙네 긴토키
- 보수는 안 줄 건데.
- 발바닥 젤리만 만져도 충분하다네.
***
긴토키가 가장 먼저 찾아간 장소는 쇼카촌 서당이 있는 곳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상한 장발이 오지는 않았냐며 대충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니 그런 사람 본 적 없다고들 했다. 그림이 이래서 그렇지 실제로는 좀 잘생긴 녀석인데, 하며 생김새를 대충 묘사했으나 카츠라를 아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럼 그 수상한 오리 녀석하고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 그 녀석 변장의 달인이니까 몰래 숨어있을 수도 있지.
오보로가 묻힌 곳에 향을 올리며 합장한 후, 타카스기가 자기 머리를 밟고 올라갔던 언덕까지 둘러본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1년 넘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날 일은 생생하게 기억났다. 2년 만에 타카스기를 만났던 날이었으니까. 자신의 칼에 맞은 얼굴의 상처가 바로 회복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 언덕을 지나 인적이 드문 숲까지 다다랐을 때 그는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30년 넘게 버려진 사당은 그간 방문객이 없었던지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었을 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나무가 우거져서 그런지 비도 여기까지는 닿지 않았나 보군.
긴토키의 시선은 구석진 자리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자신이 찾고 있는 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즈라."
***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히끅."
어렸을 적 그 녀석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숨어서 곧잘 울곤 했다. 특히 타카스기 녀석하고 말다툼이라도 했을 때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딸꾹질까지 하면서 펑펑 울었다.
밤이 되도록 오지 않아서 결국 긴토키가 툴툴대면서 데리러 갈 때도 많았다. 싸운 건 쟤네 둘인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허구한 날 싸우는 자신과 타카스기 사이에 끼어들어서 카츠라가 처맞을 때도 있었으니 불평할 처지는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 녀석 우는 꼴을 가만 보고 있으면 재밌기도 했으니 마냥 싫지는 않았다. 항상 단정하고 새초롬한 얼굴의 녀석이 자신의 앞에서만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카츠라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긴토키라고 해서 처음부터 즈라를 잘 찾은 건 아니었다. 뭣보다도 그 녀석은ㅡ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이런 식으로 미끼를 던져주면 숨어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서는 바보였으니까. 그러고 나서 자기가 실수한 걸 깨닫고는 아차, 하면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곤 했다.
"또 여기 있었냐."
"이제는 장소를 옮길 거다."
"야야 귀찮다고 그냥 여기서 울어라. 찾을 수 있게."
그런 카츠라의 옆에 긴토키는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서 턱을 팅팅 부어오른 눈덩이 위에 차가운 손을 가져다 대곤 했다. 저 얼굴로 마을에 나갔다간 괜히 자기가 울렸다는 오해는 사절이었으니까.
"계집아이도 아니고 그런 일로 질질 짜면 쓰나, 즈라."
"계집애가 아니라 카츠라다. 히끅. 그리고 할머니께서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 하셨다."
"그렇게 당당하게 울 수 있으면 왜 즈라 군은 숨어서 울고 있을까나 타카스기 앞에서 울어. 그 녀석도 지금 네 모습 보면 머리 박고 사과할걸."
"그 녀석 앞에서는 죽어도 싫다."
긴토키의 입에서 타카스기 이름이 나오자,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는 카츠라였다. 이상한 구석에서 경쟁심리를 불태운다니까.
하지만 긴토키는 알았다. 맨날 입으로는 타카스기 녀석 싫다 하면서도 두 눈은 항상 그 녀석이 가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타카스기가 무슨 사고라도 칠까 봐 조마조마하는 부모처럼 전전긍긍해 하며 그 등을 쫓아가는 카츠라를 모를 리 없었다.
"... 그럼 나는 되냐."
"너는 내 장수니까."
"..."
"너라서 괜찮은 거다, 긴토키."
순식간에 긴토키의 귀가 달아올랐다. 지금만큼은 그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귀를 가려줘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녀석이 대단했다.
"... 그럼 장수로서 명령 하나 하자."
긴토키는 일어서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스탠바이 자세로 앉아있는 카츠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카츠라는 그 손을 잡고선 엉거주춤 일어났다. 다리에 쥐가 난 모양이었다.
"너 찾는다고 헤매느라 배고파 죽겠다고오- 돌아가거든 단팥 주먹밥 만들어주라."
"주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리고 단 것만 먹으면 못 써요"
"그래, 그래. 돌아가자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
지겨우리만큼 들었던 그 대답은, 이번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 없나."
긴토키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20년이나 지났는데 그 때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하며 몸을 돌리려는 찰나, 구석에 떨어져 있는 물건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
가는 곳마다 연신 다 허탕이었다. 도대체 카츠라 이 녀석은 땅으로 꺼졌는지, 아니면 하늘로 꺼졌는지 된통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녀석이 갈 만한 곳을 지도에 표시해서 닥치는 대로 다 가다 보니 방방곡곡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애시당초 양이를 20년 가까이 하던 녀석이니 활동 범주는 광범위하겠지. 다 찾아가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토키는 한숨을 깊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홍앵 때의 일도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행여라도 낯선 곳에서 봉변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 이렇게까지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조사도 그 때와 마찬가지 아닌가.
문득 두려워졌다. 카츠라 쪽에서 발걸음을 작정하고 끊어버리면 찾아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괜히 짜증나는 마음에 발에 걸리는 돌부리를 걷어찼다.
... 아팠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그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혹시... 백야차 공 아니십니까"
뒤에서 자신의 옛 이명을 부르는 소리에 긴토키는 잔뜩 긴장하며 동야호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