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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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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Skin care

    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대충 문질러 닦은 키스가 욕실의 문을 잡아 열었을 때, 그는 소파에 앉아있던 페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둔 페이스가 그를 불렀다.



    “이리 와, 키스.”
    “개 부르는 것처럼 부르고 있네.”
    “키스를 개랑 비교하는 건 개한테 실례지.”



    단호한 어조로 대답한 페이스가 재촉하듯 수건을 얹은 제 무릎을 두드린다. 처음은 아닌 일이지만 영 낯설기 짝이 없는 것은 그의 인생 대부분은 이런 것을 경험해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페이스의 눈짓에 맞춰 그의 무릎 위에 머리를 누인 키스가 눈을 감자 조심스러운 손길이 앞머리를 넘겼다.



    “세수 제대로, 꼼꼼히 하고 왔지”
    “나 28살이다.”
    “그래 내 귀에는 세수하기 싫다고 칭얼거리던 키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서.”



    그런 건 뭐하러 기억하고 있어. 투덜거리는 키스의 뺨을 마사지하듯 여기저기 만져보던 페이스는 이내 합격점을 내린 것인지 탁자에 내려두었던 통의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척척, 하는 젖은 소리 후에 내용물을 잔뜩 머금은 붓이 얼굴을 스치듯 간지럽힌다. 차가움에 감은 눈을 움찔거리자 작은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흘러나왔다. 점성이 있어 흘러내리지 않고 얼굴 위를 점령한 팩의 냄새는 불평할 만큼 달지도, 자극할 만큼 강하지도 않아 과연 까다로운 페이스가 고른 제품이라고 할 만했다. 물론 키스와 나는 피부 타입이 달라, 하는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 페이스는 다른 제품을 쓰곤 했지만.



    꼼꼼히 팩을 바른 페이스가 손을 떼고 이내 키스를 내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에도 무게가 있다던데, 브래드의 시선이 저절로 지난날의 과오를 되짚어 보게 하는 섬뜩함을 담고 있다면 자신을 바라보는 페이스의 시선은 나른해진 의식을 더 나른하게 만드는 것처럼 편안하고,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물론 이따금 페이스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제 형 만만치 않은 싸늘함이 담긴 시선이 그를 찔러대긴 했지만 어쩐지 키스 자신의 팔에 기대어, 혹은 자신의 옆에서, 위에서, 앞에서, 등을 마주하고, 지금 편안하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페이스를 볼 때면 그는 어쩐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디노의 조부모님에게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라고 디노가 잔뜩 이야기했다며, 디노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을 때 느꼈던 간지러움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어쩐지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소중히 만져야 할 것 같다가도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본능만이 남은 얼굴로 키스만을 갈구하기를 원했다. 어리고 유치한 가학심. 페이스가 일면을 알 수는 있어도 그 욕심이 얼마나 거대한지는 알지 못할, 몰라야만 할 감정.



    팩이 굳을 동안 키스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건 어쩌면 다행이었다. 입술만 달싹여도 기민하게 알아차린 페이스가 씁, 하고 그의 입을 다물게 한 전적이 많았기에 그는 섣부른 시도를 해 괜히 페이스의 심기를 거스르는 대신 이렇게 자신의 피부에 정성을 다하는 페이스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할지를 고민하기로 했다. 이내 슬쩍 올라간 입꼬리를 발견한 페이스가 툭 쳐서 자제시키기 전까지, 키스의 상상은 끝이 없었다.


    길었듯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페이스는 키스의 어깨를 톡톡 치며 그를 일으켰다. 머리에도 안 남게 꼼꼼히 씻고 와. 알았지 주니어도 아니고 어린아이 취급하는 말투가 기껍진 않았지만 그는 얌전히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전에 머리에 붙은 것을 떼지 않은 것을 본 페이스가 욕실 문에 서서 훈계해댔었으니까.

    애인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씻고 나선 키스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이번에는 페이스의 무릎을 베고 눕는 대신 그의 앞에 얼굴을 대령하고 눈을 감으니 곧 부드러운 두 손이 에센스를 머금은 채 얼굴을 두드린다. 한 손으로 바르지 말고 제대로 바르라니까. 매일 네가 발라주면 내 피부 좋아질 거 같은데. …나잇값 좀 해.


    까칠한 대답과 달리 키스가 눈을 뜨고 본 페이스의 얼굴은 풀려 있었다. 어쩐지 평소보다 손이 오래 머무른다 했더니 제가 관리한 얼굴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지. 두 손으로 에센스를 흡수시키느라 얼굴을 가까이했던 페이스는 갑자기 눈을 뜬 키스를 보고는 잠깐 당황했다가, 이번에는 키스가 아닌 페이스가 눈을 감았다.



    “…….”



    무슨 일을 할지 안다는 듯, 제 앞에서 당당히 눈을 감은 9살 연하의 멘티는 지독하게 그의 취향이었다. 페이스의 뒷머리를 붙잡은 키스는 그대로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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