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Search
    Create an account to secretly follow the author.
    Sign Up, Sign In

    helios_dull

    @helios_dull

    ☆quiet follow Yell with Emoji 💖 👍 🎉 😍
    POIPOI 77

    helios_dull

    ☆quiet follow

    [🍭+🎧] 俺たちベスティ♥

    아카데미 시절 날조 있음

    “페이스 군, 페이스 군, 빌리 군이랑 친구야”
    “…아.”



    빌리는 그를 베스티라고 불렀지만 그건 오히려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선이라는 것을 페이스는 알고 있었다. 친구가 되는 데에 조건은 없다지만 두 사람은 철저히 서로의 이득을 위해 맺어진 관계로, 이것이 진짜 우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친구라고 답하기는 하지만….
    빌리는 페이스의 정보를 팔아 돈을 받고, 대신 생활에 편리할 법한 이야기를 제멋대로 종알거리고는 한다. 가끔 귀찮은 일에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이득을 가져다주기에 페이스는 이 관계를 적당히 묵인하고 있었다. 잠겨있지 않은 옥상,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음악실 구석, 도서관의 어딘가에서 홀로 있을 때면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해댄다. 선생님의 비밀스러운 취향이라던가 유행하는 패션 등의 소소한 가십부터 요즘 유독 시비를 걸어오는 동급생의 약점이나 다음 시험의 내용 같은 민감한 내용까지 빌리가 제공하는 정보는 다양했다.


    유독 적은 종류라면 빌리 와이즈, 그 본인에 대한 것들이다. 어느 가게의 사탕이 맛있다든지,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다든지,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다든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이야기할 법한 류의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면서 빌리는 유독 제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삼갔다. 오이라, 오렛치,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 것처럼 굴어 상대를 안심시키는 화법은 상당히 교묘해서, 눈치가 빠른 편인데다가 그와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페이스 정도가 아니고선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정말 정보를 다루는 이로서 약점을 숨기려 하는 것인지, 혹은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알기 위한 시도조차 않았다. 빌리의 선을 건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도 건드려질 각오가 되어야 할 터.
    페이스는 빌리가 제 선에 다가오지도 않기를 원했으므로.


    .
    .


    “그 고글 속에는 뭐가 있는 거야”
    “으응~ 갑자기”



    툭 던져진 물음에 빌리의 눈썹이 의문의 아치를 그렸다. 단순히 화제 전환용 질문은 아니었는지, 페이스의 시선은 빤히 그를 응시하고 있다.


    “DJ 빔스, 혹시 고글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기라도 바라는 거야 오이라라고 해도 무리, 애초에 비둘기가 들어갈 사이즈가 아닌데도”
    “그럼 뭐가 있는지 보여줄 생각은 없어”
    “……아쉽지만 오렛치의 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베스티가 봤다가는 뿅, 사랑에 빠져버릴 거고 DJ빔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가는 수많은 팬에게 깔려 히어로가 되는 건 불가능해질 테니까 무리….”
    “물론 공짜로 볼 생각은 아니고.”
    “-일리가 없지 우리 베스티는 SO COOL 하니까, 오이라한테 반할 리가 없어”



    그나저나 얼마를 줄 거야 DJ 빔스는 화끈하니까, 믿고 있다구
    극적인 태세 변환과 함께 슬쩍 다가오는 빌리를 밀어낸 페이스가 휴대폰을 두드렸다. 띠롱, 하는 경쾌한 알림과 함께 날아온 입금 내역을 확인한 빌리가 얌전히 손을 고글로 가져간다. 영 어색한 듯 머뭇거리던 손이 이내 고무줄을 잡아당기고,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간 파란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
    “…….”
    “베스티, 슬슬 소감이라던가 뭔가 말해주지 않을래”
    “돈도 냈는데 굳이 그런 것도 해야 해”
    “너무해, 너무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냉정하게 굴면 오이라 상처라구”



    일부러 과장된 소리와 함께 파란 눈은 다시 주황색 고글에 가려진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 눈의 위치를 가늠하기라도 하듯 빤히 보던 페이스가 그대로 긴 의자에 드러누웠다. 용건 끝났어, DJ 애초에 여기에 들어와서 멋대로 말을 건 건 빌리 쪽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인사도 없이 그냥 가는 건 서운하잖아 빌리의 투덜거림에 헤드폰을 끼는 것으로 답해준 페이스가 눈을 감았다.



    .
    .



    빅터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연구실로 향한 그레이를 보내고, 핫초코를 홀짝이던 페이스에게로 몸을 돌린 빌리가 다짜고짜 볼을 부풀려왔다.



    “DJ, 그레이한텐 엄청 친절하네. 질투나~”
    “아핫, 질투 나는 게 어느 쪽이야”



    친절을 받는 그레이의 쪽인지, 스스럼없이 구는 페이스의 쪽인지.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빌리는 이것저것 요즘 서운하다며 고글을 쓴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흑흑 거짓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지난 추억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지, 라던가 DJ가 그렇게 친절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던가 하는 반 농담의 타박과 함께였다.

    페이스가 그레이에게 잘 해주는 이유는, 그레이 개인이 가진 매력 때문도 있지만 빌리 본인이 가장 크다는 걸 이 악우는 알고 있는 걸까.


    [진정한 친구를 가질 수 있도록 빌어줄게.]


    그는 그저 그가 넘지 못했던 빌리의 선을 넘고, 스스로 고글을 벗게 만들어, 결국 빌리의 첫 친구가 된 그레이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뿐이다.
    그는 되어주지 못했던 것을 드디어 얻어낸 빌리를 향한 나름의 배려건만.
    종이컵 바닥을 드러내도록 마지막 모금을 마신 페이스가 입술을 핥았다. 가루가 뭉친 바닥의 내용물은 지극히도 달았다.
    Tap to full screen .Repost is prohibited
    😭😭😭😭😭😭😭😭😭😭
    Let's send reactions!
    Replies from the cre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