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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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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꽃반지

    날이 좋았다. 이클립스의 잔당도 서브스턴스의 폭주도 없는 평화롭고 느긋한 날, 마침 한 조였던 페이스와 키스가 땡땡이를 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건 허를 찔러야 하는 법이라며 아기자기한 공원 구석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았다. 페이스는 오는 길에 산 초코라떼를, 키스는 주머니에서 꺼내 든 담배를 손에 쥐었다. 흐르는 대화는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평화롭기만 한 시간. 기분이 좋은지 뒤집어쓰고 있는 헤드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던 페이스는 제 옆에서 일어나는 키스를 보고는 헤드폰을 내렸다.


    “키스, 뭐해”
    “잠깐만 기다려 봐.”


    멀리 떨어지지 않은 풀밭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키스는 별생각이 없는지, 의도한 건지 등을 돌린 상태라 뭘 하는지 볼 수가 없었다. 잠시 기다려줄까 했지만 헤드폰 속 노래가 끝날 때까지 키스는 돌아올 생각을 않았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뭔가 꼼지락거리는 그에게 슬쩍 다가간 페이스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핫, 뭘 하나 했더니…….”
    “뭐야, 아직 덜 만들었다고.”
    “좀 더 부지런했어야지.”


    커다란 손에 쥐인 풀꽃을 꼼지락거리던 키스는 이내 제멋대로 페이스의 손을 가져가서는 손가락에 맞춰 꽃반지를 만들어냈다. 대상이 없어서였는지 솜씨 좋게 매듭을 묶어낸 키스는 남은 줄기를 끊어내고는 뿌듯한 얼굴을 했다.


    “어떠냐, 내 회심의 역작이.”
    “아하…… 예쁘네.”
    “…너 이왕 빈말할 거면 좀 더 성의껏 하지 않을래”
    “아핫, 마음 상했어”
    “아아니-, 넌 역시 다이아 같은 게 좋으냐 반짝반짝, 비싼 거.”
    “아하, 다이아 좋지. 그렇지만 키스는 가난하니까 참아줄게.”


    별로면 돌려주던가. 키스의 말에 페이스는 제 손을 슬쩍 자신 쪽으로 가져간다. 하여간 어렵다니까, 작게 투덜거리는 사이에 꽃반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페이스가 중얼거렸다.


    “…이런 건 너무 빨리 사라지잖아. 꽃도 그렇고, 금방 망가져서는.”
    “내년에도 만들어 줄게.”
    “내년에도 다이아 반지 해주기엔 돈이 부족해 키스 정말 가난했어”
    “…언제 줄지는 비밀이야. 미리 기대하고 있지 마.”


    작게 투덜거린 키스가 페이스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무거워, 페이스의 타박은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굴던 키스의 손이 페이스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뺨에 입을 맞춰 온다. 쪽, 쪽, 소리 나도록 닿아오는 입술에 페이스가 고개를 돌려 키스를 쳐다보았다.


    “키스, 갑자기 왜 이래”


    대답 없이 계속 이번엔 입에 입을 맞추던 키스는 페이스의 뒷목을 잡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키스. 자연스럽게 눈을 감은 페이스와 깍지를 낀 키스가 손바닥을 간질이다가, 이내 그를 끌어안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감았던 페이스의 눈에 이내 짜증이 깃든다.


    “…키스. 매너 최악인 거 알지.”
    “아니, 곧 패트롤 끝날 시간이길래. 주니어의 잔소리는 피해야지.”
    “오치비쨩의 잔소리는 제법 귀찮긴 하지만, 내가 키스의 후순위였다니 마음이 아프네.”
    “어이,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작게 투덜거리던 키스는 말과는 다르게 페이스가 손에 잡은 것들을 끝낼 때까지 아무 재촉 없이 서 있었다.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포기한 키스는 이내 페이스의 머리를 토닥거린다.


    “…반지를 사는 건 어렵지 않아. 너보다 돈이 없다고 해도 나는 메이저 히어로고, 너랑 평생을 함께 살 생각도 하고 있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야.”
    “아하, 로맨틱하네.”
    “네가 변하지 않는 걸 원한다는 것도 알아들었어. 그냥 나는, 너한테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을 뿐이야.”
    “뭐”
    “하여간 사람 창피하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투덜대며 고개를 돌리는 키스를 바라보던 페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가 말해놓고 제법 부끄러웠는지 이쪽을 보지 않는 키스에게 다가가는 대신 아까 키스가 앉아있던 풀밭에 앉은 그의 뒤로 시선이 느껴진다. 잠시 후 제 목적을 이룬 페이스가 팔을 뻗자 키스는 제 능력을 사용하는 대신 페이스의 손을 잡아당겨서는 제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나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뭔데”
    “왜 그렇게 잘 만들어 누구한테 만들어줬어”
    “일단 배운 건 브래드한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겍…….”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마, 타박하면서도 페이스는 가만히 늘어져 있는 키스의 손을 잡아 그가 만들어 낸 반지를 약지에 밀어 넣었다. 주기적으로 관리해 고운 편인 페이스의 손과 달리 투박하기 짝이 없는 손에 꽃반지는 제법 튀었다. 그럼에도 키스는 조심조심, 제 손의 반지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마냥 천천히 들어 올리며 아껴 다루었다. 그런 키스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사이, 오른손이 페이스의 뒤통수를 감싸 안아온다.


    “…….”


    살랑, 봄바람이 두 사람을 감쌌다.


    .
    .


    늦었다고 투덜거리는 주니어와 그를 달래는 디노에게로 다소 속도를 높인 걸음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약지에는 똑 닮은 꽃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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