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아무 조각글정말 지독한 불운이다. 퍼스트 뉴타입이니, 1년전쟁과 여명전쟁의 영웅이어도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아홉 살인 여자아이를 남겨두고 아내인 벨토치카와 함께 허무하게 이승을 떠났다.
부고를 알린 건 아무로의 전우인 카부토 코우지였다. 1년전쟁 때는 적으로 만났지만, 9년 전에 샤이안에 갇혀있던 아무로를 격려해주고 함께 싸우겠다는 자신을 동료로 인정해줬다. 여명전쟁 이후에는, 둘 다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보니 자주 만나고 얘기한 덕에 많이 친해졌다. 아무로와 달리 자신의 비관적인 말도 기분 나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는 친화력도 한 몫했다. 그런 그가 슬픈 목소리로 오열을 꾹 참으며 전한 말은.
-너한테도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아무로가 벨과 함께 사고로 죽었어. 공단 폭발사고에 휘말렸나봐.
샤아도 아무로도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르는 군인의 인생에서 겨우 벗어났다. 군인의 인생을 벗어나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을, 그리고 샤아에게 정말로 필요했지만 지금도 미련이 남아 지켜보기만 하는 남자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다. 아이를 남겨두고, 예상치 못하게, 허무하게. 안식처를 잃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붉은 기와 곱슬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닿은 검은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펑펑 울었다.
'파파, 마마. 보고싶어. 왜 날 두고 가'
아이의 오열이 전해졌다. 자신을 포함한 뉴타입들도 아이의 감정을 느꼈는지 몇몇은 오열했다. 뉴타입이 아니어도 오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의 유골함은 납골당에 나란히 안치되었다. 납골당 뒤 벤치에서 혼자 앉아 뒤로 넘긴 앞머리를 벅벅 긁어 흐트러뜨렸다.
그의 고충을 아주 조금 알고있는 카미유가 위로해주려 다가가려다, 아무로의 사념이 단 둘이 있고 싶다는 말을 남겨 손을 거두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왔구나. 바빠서 못 올 줄 알았어.'
"숙적이자 전우인 자네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어. 당연히 와야지."
'애가 마음에 걸리긴 하네…너무 서럽게 울고있어서…'
애써 태평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본인도 이런 끝맺음을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린아이도 있으니 더더욱. 전장이라는 원하지 않는 장소에 겨우 벗어났더니 돌아갈 곳을 남기고 반려와 함께 사념의 그릇이 박살나고 말았다. 그를 전장에 끌고 간 만악의 근원인 자신이 그리 생각할 자격은 없지만 이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자네는 이런 결말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군."
'…그래. 비참해. 아이를 두고가서 더. 그래도 괜찮아. 다들 슬퍼해줬고, 우리 애는…당신이 잘 키워낼 수 있을거야. 난 그저 지독한 불운에 휘말린 게 아니야. 그냥 사람을 죽인 죗값을 치른 거 아닐까 거기에 벨토치카가 휘말린 게 더 슬플 뿐이야.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복잡한 감정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울고있다. 비참함과 이걸로 사람을 죽인 죗값을 치뤘다는 해탈과 어째서 그녀까지 말려들어야하는 억울함과 비통함이 소용돌이친다. 샤아는 입술을 깨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렇게 슬픈 날인데 날씨는 얄밉게도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 두 사람을 비웃는다. 네놈들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이 어울리는 놈들이다.라고 비웃는 것 같았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념인데도 굳은 살이 박힌 손길이 느껴진다.
'가끔, 당신이랑 딸 만나러 갈게.'
"그래…"
할 말을 다 하고 후련해진 아무로가 씁쓸히 미소지으며 어깨를 토닥이고 사라졌다. 샤아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 그의 사념이 떠나간 곳을 한참동안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