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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hu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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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hu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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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이 액자를 손으로 쓸었다. 모울이 에이든을 단정하게 할 땐 영락없이 집을 나가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제 목에 걸린 칼을 만지작거리는 카인에게 오라고 모울이 손짓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늘 똑같이 흘러가던 오후가 사진 하나로 다른 날보다 더 특별해졌다. 사진은 금방 인화되어 액자에 넣어졌다. 편안한 침묵 속에서 카인은 사진을 오래오래 보았다.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한 둘과 모울에 시선을 고정한 카인. 카인이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럽게 웃었다.



    사진을 찍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모울과 에이든은 잠든 지 오래다. 구김살 하나 없는 미간에 뒤척이느라 티셔츠가 올라가 보이는 배까지, 누가 부자 사이 아니랄까 봐 자는 모습까지 똑같다. 자기 집에서 보리라 생각도 못 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카인이 소리 없이 들어와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았다. 카인은 아빠를 빼닮은 어린 얼굴을 내려보며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지 샅샅이 찾았다. 모울과 닮은 건 귀와 꼬리고, 머리색은 나랑 닮았고. 역시 아빠보단 모울을 더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기왕 낳아줄 거 좀만 더 모울을 닮게 낳아줄 것이지. 카인이 양심 없이 중얼거렸다.



    아담이 들으면 저 불효자식 기껏 키워줬더니 를 외치며 넘어갈 말이었다. 그러나 여긴 아담이 없고, 당분간 얼씬도 안 할 것이니 그 말을 직접 들을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담에게 그나마 위로가 될까.



    아이가 모울의 가장 귀여운 부분을 닮아서 다행이었다. 자면서도 움찔거리는 귀를 보며 카인이 생각했다. 손이 아이의 귀 위를 서성이다 거둬들여진다. 늑대 귀는 예민한 부위라고 모울이 그랬다.



    카인은 이제야 아이와 친해질 결심을 했다. 모울은 언제나 자신이 아이와 잘 지내길 바랬으므로-아니다. 모울은 카인이 에이든을 헤치지만 않는다면야 관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 자신이 먼저 한발짝 다가갈 작정이었다.



    손가락이 아이의 포동포동한 뺨을 찔렀다. 뺨은 부드러웠다. 처음으로 한 접촉이 아이가 자는 사이 몰래 찌르는 거라니, 모울이 알았다면 한참을 웃어댔을테지. 카인이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모울은 정말 잘 잤다. 무슨 꿈을 꾸는지 제법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난 카인이 코를 가볍게 꼬집었다. 모울이 이마를 찌푸리며 입으로 푸우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서야 놔주었다. 찡그려진 이마가 곱게 펴진다. 자리를 안락하게 만들 듯 몇 번 뒤척이더니 깨는 일 없이 잠들었다.



    카인은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소리 내 웃고야 말았다.



    그래, 놀이공원에 가자. 이 나이대 아이들과 모울이라면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겠는가 불현듯 모울이 티비 속 룰루랜드를 보며 저기 아담과 함께 가면 즐겁겠다고 이야기한걸 떠올린다. 그런 이야기를 한걸 보면 놀이공원에 간다면 좋아할 테니. 카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머릿속 작은 가족이 박수를 치며 그를 응원했다. 너는 할 수 있어. 카인 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 환상을 쫓아낸 카인이 히죽 웃었다.



    어쨌든 모울과 에이든은 '나의' 가족이지 않은가. 아빠의 가족이 아니라, 나의 가족.



    ***



    "놀이공원에 가자."



    아침을 먹다 말고 들린 그 한마디에 모울이 씹던 음식을 주룩 흘렸다. 저게 웬일이래 에이든은 입 안에 든 음식을 부지런히 씹어 삼키고 모울에게 물었다.



    "진짜로 가요"



    이야기를 한 당사자가 버젓이 앞에 앉아있는데도 모울에게 물어보는 그 모습에 카인은 다소 의기소침해졌다. 물론 카인 앞에서 귓속말로 물어보지 않은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긴 했다만 바퀴벌레 악마라고 물어보는 것보단 낫지만



    카인이 버섯을 피우거나 말거나 모울이 대답했다.



    "물론 가는 거지. 그렇지, 카인"



    설마 한입으로 두말하겠냐며 카인을 쏘아봤다. 에이든이 만세를 외치며 작은 팔을 들어 올렸다. 꼬리가 붕붕 흔들렸다. 눈에 띄게 기뻐하는 에이든에 모울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모울에게 카인이 다가와 슬쩍 속삭였다. 도망 안 갈 거지 그 속삭임에 귀가 파르르 떨렸다. 그래. 도망 안 갈게.



    ***



    카인은 입구에서 주춤거렸다. 룰루랜드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경쾌한 음악이 들어오지 말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외출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굳이 여기를 와야 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면 안 되는 걸까 그래, 차라리 다른 곳에 간다고 하자. 카인이 모울과 에이든에게 몸을 돌렸다.



    흥분한 아이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어떤 놀이기구를 탈것인지 떠들었다. 모울에게 이야기하는 중에도 아이의 시선은 입구에 위차한 기념품 가게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울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이야기에 맞장구 치고 있었다. 그런 모울의 꼬리도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래, 흔들리고 있었다 아담을 닮은 에이든이 귀여워 함께 흔들린 것이지만 카인은 그걸 몰랐다.



    그 들뜬 분위기에 아무리 카인이라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카인이 몸을 돌렸다. 가자. 룰루랜드로. 홀로 비장한 카인이 룰루랜드 입구에 들어섰다. 모울과 에이든이 뒤따랐다. 에이든의 들뜬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에이든은 입장하자마자 롤러코스터를 가리켰다.



    "우리 저거 타요"



    해맑게 웃던 아이가 대답을 마저 듣지 않고 달려갔다. 인기 어트랙션인지 줄이 길었다. 그 긴 줄을 본 카인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죽이고 먼저 타면 안되나 제법 사악한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모울이 그런 그를 잡아 이끌었다. 그래, 아이 앞이니까. 에이든이 줄에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난 에이든의 꼬리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흔들렸다.



    저러다 탈골되는 건 아니겠지 같은 늑대 악마인 모울이 고민했다가 이내 접었다. 저렇게 신나 하는데 뭐 어때. 그리고 탈골되더라도 금방 낫겠지.



    어지간한 자극엔 신물난 악마들을 위해 만들어진 롤러코스터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끝내줬다. 정신머리를 카인이 비틀거리며 롤러코스터에 내려왔다. 그 뒤를 따라 모울이 귀를 누르며 에이든을 찾았다.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진 에이든이 눈을 반짝거렸다. 정말 신났다며 흥분한 에이든은 둘의 상태를 보고 꼬리를 늘어뜨렸다.



    "나 충분히 놀았는데, 이제 집에 갈까요"

    "아니"



    급속도로 침울해진 에이든에 반사적으로 대답한 모울이 잠깐 얼굴을 쓸었다. 조금, 조금만 쉬자.. 그 대답에 에이든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꼬리도 다시 붕붕 흔들렸다. 애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오늘 하루 쯤이야.



    롤러코스터는 시작일 뿐이었다.



    에이든은 평소 얌전하게 있던 것과 달리 정말 신나게 뛰어다녔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거나 할아버지기에 배운 기타를 치곤 하던 얌전한 아이는 사라지고 고삐 풀린 망아지 하나만 남아있었다.



    에이든은 지쳐가는 어른들을 두고 혼자 달려가다 도로 뛰어와 얼른 하자고 재촉하기 일수였다. 롤러코스터를 탔으니 범퍼카도 타야하며, 또 회전목마를 타야하고... 아이는 눈에 보이는 모든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했다. 어른들은 신난 아이를 방해하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기로 하고 조용히 따라갔다.



    ***



    하얗게 불태웠다. 완전히 지쳐버린 카인이 벤치에 쓰러지듯 앉았다. 회전목마에 있는 마차에 모울과 함께 탔던 그나마 좋았던 기억을 곱씹으며 카인은 지쳐버린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놀이기구를 타서 지쳤을 아이를 위해 모울은 츄러스를 사러 가 에이든과 단둘이다. 아까까진 그렇게 신나 하더니 둘만 남자 급속도로 말이 사라진 에이든에 카인은 눈물을 삼켰다.



    모울이 간 방향을 뚫어져라 보는 에이든을 가만히 둔 채 카인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참, 붉네. 이제 이 정도면 집에 가도 되겠지. 체력은 둘째치고 심적으로 힘든 카인은 집이 간절히 그리웠다. 누군가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반사적으로 목에 두른 식칼을 더듬던 카인이 소매를 잡아당긴 게 아이인 것을 깨닫고 손을 내렸다.



    "무슨 일이야."



    목을 타고 나오는 소리는 제법 퉁명스럽다. 그 퉁명스러움에 아이가 흠칫하며 몸을 떨더니 카인의 손을 잡았다. 아이가 먼저 잡아온 건 처음이라 놀란 그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에이든이 카인의 눈을 곧게 보며 말했다.



    "오늘 고마워요."



    룰루랜드 기념모자를 눌러 쓴 아이는 카인에게 오늘 즐거웠다며 마저 속삭였다. 그러더니 무언갈 꺼내 카인의 손에 쥐어주는게 아닌가. 카인은 손을 폈다. 사탕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카인은 멀뚱히 에이든을 보았다. 아이는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츄러스를 들고 오는 모울에게 달려갔다. 달려오는 에이든에게 모울이 츄러스를 물렸다.



    레몬 사탕. 카인은 즐겨 먹진 않는 단 맛이 입에 맴돈다. 모울이랑 키스하면 이런 맛이 나는데. 사탕을 입에 굴리던 카인은 오늘 하루가 나름 괜찮았다는 걸 인정했다. 에이든에게 츄러스 하나 물려준 모울이 카인에게 다가왔다. 이제 집에 가자


    나의 가족과 함께 돌아갈 집. 그래,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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