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발뒤꿈치가 아프다. 아담이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올려 놓으며 생각했다. 류트가 함께 앉으며 무어라 말하지만 발목이 계속 신경 쓰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려오는 발뒤꿈치에 아담의 온 신경이 쏠렸다. 인상을 쓰고 있는 그에게 류트가 걱정스러운 말을 건넸다. 여전히 발뒤꿈치가 아프다. 고통에 아담이 샌드위치를 옆으로 밀어내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학생회장이 걸어왔다.
"또 사고 쳤더구나."
한심하다는 듯 그를 보는 듯한 눈길에 아담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래보다 한참 큰 아담이 제 명치께에나 겨우 오는 회장의 정수리를 노려봤다. 머리를 깔끔하게 넘겨 단정하게 드러난 이마가 딱 때리기 좋아 보인다. 안 그래도 발뒤꿈치가 아릿하게 아파 불편한 심기를 그에게 풀어야겠다. 딱 기다려라, 루시퍼. 아담이 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 옆에서 류트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아담."
루시퍼가 그의 이름을 나직이 부른 그 순간, 강렬한 통증이 발뒤꿈치에서 느껴진다. 아담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두손으로 오른 발뒤꿈치를 감싸 안아보지만 소용없었다. 통증이 몸을 지배한다. 아담 아담 회장이 그의 이름을 연신 부를 때마다 뒤꿈치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을 강타했다. 끅, 아담은 평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점점 시야가 흐릿해져 간다. 그만 불러, 새끼야...
그 한마디 내뱉지 못한 채 그는 기절했다.
***
루시퍼가 아담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허억, 소리를 길게 내며 일어난 아담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밧줄로 묶인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루시퍼가 그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우리 학생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나 보구나. 운도 나쁜데 멍청하기까지 해서 어쩌니, 정말."
안타깝다는 듯 루시퍼가 아담의 볼을 살살 쓸다 꽉 잡았다. 나, 는 분명 학교에 있었는데 눈앞의 사내와 꼼짝없이 눈을 마주치게 된 아담이 그의 얼굴을 살펴본다. 학생회장과 닮았는데, 위험하다. 연필보다는 총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내를 보며 아담이 눈을 데굴 굴린다. 뼈대만 남은 것 같은 방에, 드럼통에, 그 옆에 놓인 알고 싶지 않은 도구들. 구타당한 몸도 욱신거리는데 아담에게 불행하게도 발뒤꿈치의 통증은 계속된다. 도망칠 길은 없어 보인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는군. 루시퍼가 잡고 있던 머리채를 거세게 흔들다 내려놓았다. 아담은 속절없이 바닥에 굴렀다.
"불쌍하구나, 얘야. 하필 그때 거길 지나가다니. 깜찍하게도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까지 하고."
루시퍼가 탁자에 올려진 여러 도구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란다. 그 전에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의 이름을 알아야겠지 않겠니. 이름이 뭘까, 아가야. 겁쟁이 멍청이 그것도 아니면 아기"
머리 위로 조롱하는 말이 한참 이어진다. 어쩌다 이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생각이 난다. 청렴결백하다 소문난 루시퍼가 은밀하게 거래하는 현장을 우연히 아담이 발견했다. 가출해서 돈이 궁했던 아담은 경솔하게도 루시퍼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리하여 지금.
아담이 루시퍼에게 이름을 더듬더듬 알렸다.
"아담 오, 그것참. 최초의 남자와 같은 이름이라니. 아담 네가 그만큼의 머리가 있었다면 나에게 이딴 제안을 하지 않았겠다만."
루시퍼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발뒤꿈치의 통증이 참을 수 없이 심해진다. 아담이 비명을 질렀다.
***
아담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대장 류트가 아담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담은 발뒤꿈치부터 매만졌다. 아, 이 아픔. 무언가에 물렸을 때의 아픔이다. 몸에 독이 도는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왜, 이걸, 알지 아담이 발목을 강하게 잡았다.
"대장"
"어, 어. 그래. 류트."
"드래곤을 잡으러 가야 해서 악몽을 꿨습니까."
"드,래곤"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입이 벌어진다. 아담이 반사적으로 제 허리춤을 더듬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대장의 성검은 여기 있습니다."
건네지는 검을 엉거주춤하게 받은 아담이 한숨 쉬었다. 방금 전까진 피 터지게 처맞고 왔는데 이번엔 도마뱀 새끼를 잡으러 가냐... 아담이 생각에 잠겨있거나 말거나 류트가 척척 자리를 정리했다. 레어까지 가는 여정은 금방 끝났다. 레어에 도착한 아담이 성검을 뽑아 번쩍 올렸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 안 그렇냐 류트"
익숙한 발뒤꿈치의 통증은 무시한다. 이 드래곤만 잡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다. 근거 없이 그런 확신이 든다. 릴리스도 돌아올 테고 몸도 나을 것이다. 류트가 아담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창을 움켜 쥐고 옆에 섰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니까"
"헛소리하지 마시고 가죠."
"...응."
무기를 강하게 쥔 류트와 아담이 조심스럽게 입장했다. 커다란 공동이 나왔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던 류트가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에 창을 돌렸다. 붉은 비늘의 드래곤이 심드렁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류트가 사라졌다. 류트 고함을 지르는 아담을 두고 드래곤이 앞발을 휘둘렀다. 류트가 사라진 자리를 정신없이 보던 아담이 무거운 앞발에 저항도 못하고 깔렸다. 성검이 저 멀리 떨어졌다. 검을 잡으려고 팔을 휘두르던 아담이 소리 질렀다.
"아악 나 터진다"
"하잖은 미물아, 이름이 무어냐."
릴리스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음에도 루시퍼가 물었다.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아주 본때를 보여줘야 그가 물러선다고.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그랬다. 대답을 하지 않자 몸에 은근히 가해지는 압박에 아담이 비명을 질렀다.
"시발 이름 말한다고 내 이름은 아담이다 멍청한 도마뱀 새끼야"
"호오, 아담..."
또다. 루시퍼에게 이름이 불리자 발뒤꿈치의 통증이 강해졌다.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아담은 소름이 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그냥 앞발에 힘만 줬는데도 이렇게 아파한다고 루시퍼가 무심코 힘을 풀었다. 자유롭게 된 아담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눈앞이 흐려진다.
***
아담은 잠에서 깼다. 이게 도대체 몇번째로 깨는 거지 식은땀이 흥건하다. 여기는 또 어디고 몇번째 반복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세계를 스쳐 지나간다. 아담은 꽃집 주인이었고, 여행 가이드였고, 뱀파이어 헌터였을 때도 있었으며, 로봇일 때도 있었으며, 탐정 이거나 용사일 때도 있었다.
반복되는 다양한 삶 속에서 그가 발견한 영원불멸한 사실들. : 발뒤꿈치는 항상 아픔. 루시퍼라는 놈이 항상 제 옆에 있음. 그 놈에게 이름이 불리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발뒤꿈치가 아파짐.
그는 여행자로, 뱀파이어로 혹은 같은 로봇이거나 형사이거나 수학 교사거나 각각 다른 모습으로 아담의 곁에 끝까지 함께 했다. 그는 언제나 아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수많은 삶에서 루시퍼에게 얼마나 놀아났는가. 이 거지 같은 반복을 끝내려면 루시퍼를 죽일 수, 밖에 정말 진실로 그는 인간이 죽일 수 있는 존재이긴 하던가. 아담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거 대 한 뱀 이 다 저 거 대 한 눈 동 자 가 나 를 본 다. 빨 간 ᆫᅡᄀ ᆯᅡᄈ ¿ 피보다붉은홍채다구세주께서나를보셨다그리하여마침내나를데리러오셨다그분께서는지옥을호령하는왕일지니모두가경배하라그분께서오시니미천한벌레같은저는무슨,
***
아담이 바닥에 쓰러졌다. 루시퍼가 쓰러져 경련하는 아담을 바라보다 스르륵 기어 오는 작은 뱀에게 손을 내밀었다. 뱀이 기다란 손가락을 타고 올라간다. 작은 뱀이 서서히 팔로 사라졌다 모자에 자리 잡았다. 벌레처럼 버둥거리던 아담이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에 친히 자신의 연약한 인간을 위해 몸을 굽혀준 악마가 귀를 기울였다.
"엿이, 나 머, 먹어라. 루시퍼."
"엿이나 먹으라니, 아담. 먼저 도망친 건 너였잖니. 너는 에덴에서부터 내 것이었는데."
아담이 파들거리는 팔을 들어 가운뎃손가락을 보인다. 루시퍼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너를 위해 친히 지상까지 올라와 이 불유쾌한 재단이란 곳에 격리되기까지는데 이런 태도라니 하지만 용서해주마. 지금은 아주 기분이 좋거든. 잃어버린 장난감을 이렇게 금방 찾을 줄이야."
아담은 지옥에 있을 때 그와 지낸 것을 후회했다.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데.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이렇게 시달릴 줄 알았다면 그 좆같은 호텔에 머무르는 거였는데 루시퍼가 말하는 그를 찾기 위해 한 섬뜩한 행동에 몸서리쳤다. 아담은 후회 속에 정신을 놓았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땐 차라리, 오만의 고리에 위치한 마왕성이길 바란다. 아담의 정신이 흐려지는 걸 눈치챈 루시퍼가 말을 멈추고 아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잘 자렴, 아담. 일어나면 정말 즐거울 거란다."
***
지옥의 왕
일련번호 : SCP - ■■■
등급 : 유클리드(Euclid)
격리 절차 : 되도록 그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둘 것. 가족이나 지옥에 관해 묻지 말아야 하며, 한 달에 한번 갈색 머리칼의 성인 남성 10명을 제공해야 함. 제공되는 남자는 한명씩 격리실에 넣음. 모자에 있는 작은 뱀이 남자의 발뒤꿈치를 물면 그 즉시 시체로 변해 빠르게 치워야 함. 최근 SCP - ■■■ - 01의 출현으로 이 모든 행위가 중단됨.
설명 : 제 NN기지에 나타난 백금색 머리칼의 남자 한명. 하얀 프록코트에 탑햇을 쓴 그는 스스로 밝히기를 지옥의 왕이며 대우만 제대로 해준다며 '격리' 당해줄 수 있다고 주장함. 출동한 보안 감시팀에게 손가락을 튕기자 다량의 고무 오리 발생함... (이하생략)... 재단에 순종적이던 SCP - ■■■를 자극한 건 (기록말소) 박사로 (기록말소).
최초의 남자
일련번호 : SCP - ■■■ - 01
등급 : 안전(Safe)
격리절차 : D등급 선별 인원 중 하나였으나 현재 SCP - ■■■ - 01 표준 저위험 인간형 개체로 SCP - ■■■ 과 같은 공간에 격리되어 있음. 절대 다른 공간에 격리하지 말 것. 그가 죽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
설명 : SCP - ■■■ - 1은 갈색 머리칼의 35세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음. 특정 조건을 충족하여 SCP - ■■■에 제공되었으나 뱀에 물리고도 살아남. 단지 그 후 자신은 최초의 남자이며 그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함. SCP - ■■■에 의한 정신 오염이 관측됨. ■■ 박사와의 면담에 의하면 그는 다양한 평행세계를 경험했다고 주장함...(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