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무엇인가.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다. 머리카락을 비비 꼰다던가, 입술을 잘근 깨문다던가 하는 그런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
아담은 이 지옥에 떨어지고 나서 제 이마께를 쓰다듬는 습관이 생겼다. 무언갈 찾으려 허공을 휘적거리던 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마에 닿았다. 엔젤이 최초의 남자는 나르시스트냐 비꼬았던가. 그런 말에 아담은 으레 그렇듯 요란하게 최초의 남자는 나르시스트가 아니라 원래 잘난 거라 응수했다. 그럼 엔젤이나 다른 이가 그걸 나르시스트라 한다며 맞받아치고, 날카롭지만 아프진 않은 말이 몇 번 오가다 웃음으로 끝났다.
루시퍼만이 아담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담은 무의식적으로 류트가 가져간 헤일로를 찾았다. 아담은 그 헤일로만 있다면 점점 거멓게 물들어가는 날개도, 황금에 섞이는 빨강도 정화되어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여겼다. 그리고 악몽도. 악몽도 더 이상 꾸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담은 늘 악몽에 시달렸다. 꿈에서 아담은 헤일로도 날개도 없는 인간이었다. 천사 모습을 한 루시퍼가 나타나면 시작한다. 천사와 인간이 하는 일은 매번 달지만 평범했다. 나무 열매를 따거나 헤엄을 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그런 일들. 마지막은 늘 똑같았다. 천사는 아담을 버리고 떠났다. 그럼 아담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곤 했다.
루시퍼는 그가 꾸는 꿈을 알진 못하지만 악몽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강박적으로 벗으려 하지 않는 가면, 자기 직전 벗은 가면 밑으로 드러난 다크서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제발 날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아담까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던 것이다. 루시퍼는 그게 고까웠다. 버리지 말아달라 애원하는 이는 당연히 아버지겠지. 입에 쓴맛이 감돈다.
***
"바보야 나는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단 말이야 나도 천국 못 가는데 너라고 갈 수 있겠어 바보바보"
너는 무슨 그런 헛소리를 이렇게 패놓고 이야기하니·····. 아담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그딴 자세는 왜 취하는 건데···. x발, 새끼, 생긴 건 귀여우니 허리에 손 올리고 볼 부풀리는 게 어울리긴 하네···. 아담은 떠나가는 정신을 부여잡고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루시퍼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게 너무너무너무너무 분하고 원통했다.
내가 그렇게 많이 때렸나··· 바닥에 제 머리를 쾅쾅 박아대는 아담을 보고 루시퍼가 드물게 반성했다. 절대 제 자세를 보고 그러리라 생각도 못 하는 눈치였다.
"괜찮니, 아담"
허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보는 아담에 루시퍼가 걱정스레 물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빨강이 섞인 황금 피를 한손으로 훔치며 아담이 대답했다.
"어, 괜찮아. 이마에서 피도 흘러내리고 갈비도 나간 데가 정신도 멀쩡하진 않지만 괜찮아."
"다행이네 네가 그 쓸모없는 걸 찾고 있을 때보다 한결 낫다."
"그으래, 그랬구나."
아담이 이 악물고 대답했다. 손이 이마에 맴돌 때마다 눈을 가늘게 뜨는 게 불안했긴 했지만, 그냥 무작정 팰 줄은 몰랐다. 이름이 불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가면에 꽂힌 주먹으로 폭력은 시작됐다. 아담은 정말로 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팬케이크 구워줄까"
"메이플 시럽 아주 많이. 내가 잘생긴 만큼 부어줘."
"오, 시럽을 붓지 말란 이야기를 돌려 말할 필요는 없단다."
관리해야지. 킬킬대며 웃는 루시퍼에 아담이 크게 한숨을 쉬고 일어났다. 몸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지옥에 오고 나선 이런 통증에 익숙해졌다. 성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뒤로 그림자가 길게 졌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물론 루시퍼는 아담이 계속 헤일로를 찾아 제 머리를 더듬다 아무것도 아닌 척 앞머리를 다듬을 것을 안다. 아담도 알았다. 이 습관은 제가 천국에 가기 전 까지 계속되리라는 것을. 악몽을 꾸며 일어나는 나날이 계속되겠지만, 그가 어쩌겠는가. 그는 지옥에 있고, 이제 적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