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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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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솔직하지 못한 밤

    술 마시는 키스페이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페이스~ 오늘은 평소보다 늦었네”
    “아, 지인들이랑 좀 붙잡아서. 오치비쨩은 자”
    “진작 들어갔지. 주니어랑 디노는 내일 오전 패트롤이니까.”



    주니어는 성실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웃던 디노가 문득 코를 킁킁댔다. 디노 페이스의 물음에 디노가 씨익 웃고는 페이스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페이스, 술 먹었지 아, 조금. 페이스의 대답에 충격받은 얼굴을 한 건 디노가 아니라 키스 쪽이었다.



    “어이 페이스, 너 나랑은 술 안 먹으면서”
    “애초에 술 먹으려고 한 것보다는 그냥 잠깐 얘기 나누다가 마신 거고, 키스는 술 먹으면 달라붙잖아.”
    “참나, 너무 각박하네.”



    이성적인 답변에도 키스는 납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페이스가 들어왔을 때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으니 이미 취한 상태였으니 예정된 수순이기는 했다. 무시하기에는 주정뱅이가 너무 시끄러웠다. 한참을 투덜대던 키스가 페이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야, 안 되겠다. 너 이리 와 나랑 2차 해”
    “아니, 오프라고 해도 나 피곤하고, 별로 그럴 마음 안 드는데.”
    “멘토로서의 명령이다. 이리 와서 나랑 술을 먹어”
    “하아…….”



    억지 가득한 말에 결국 페이스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조금은 흥미진진하면서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디노가 페이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페이스, 내가 키스 뒷목 쳐서 기절시킬까”
    “아니야, 디노. 걱정은 고맙지만… 괜찮아.”



    내가 처리할 테니까 디노는 들어가서 홈쇼핑 봐. 슬슬 시작할 시간이잖아 페이스의 웃음기 어린 물음에 알고 있었냐며 멋쩍게 웃은 디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 놓인 피자 박스는 당연하게도 말끔하게 비워진 상태다.


    “아마 한 시간은 깨어있을 테니까 키스가 너무 곤란하게 굴면 찾아와, 페이스.”
    “알았어. 고마워, 디노.”



    방 안으로 들어가는 디노에게 손을 흔들어준 페이스가 키스의 옆에 앉았다. 키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컵을 가져오겠다며 주방으로 향한 사이 페이스의 시선은 테이블 위를 훑었다. 언제부터 마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비어 있다.



    “키스, 술 다 마신 거 아니야”
    “걱정 마라, 내가 비장의 술을 남겨놨지.”



    디노 녀석은 아무리 도수가 높아도 콜라 먹는 얼굴로 마셔서 재미가 없어. 하고 투덜거린 키스가 부엌 찬장을 뒤적거린다. 눈썹을 치켜올린 페이스가 도수 높은 건 싫어, 하고 딱딱하게 잘랐다. 애냐 키스의 말에도 페이스는 꿋꿋했다. 키스에 비하면 애지. 내 취향 술은 없어 나 일어난다 협박과도 같은 말에 키스가 인상을 와그작 구겼다.



    “있어 있어, 딱 네 입맛이다.”



    하여간 농담도 못 해, 하고 개봉도 하지 않은 술과 유리잔을 가져온 키스가 페이스의 옆에 털썩 쓰러지듯 앉았다. 키스가 따라줄 때까지 구경하던 페이스의 손가락이 컵을 감쌌다.



    “Cheers.”



    쨘,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청량하다. 한 입 홀짝거린 페이스가 한 입을 더 홀짝거리고는 입을 뗐다.



    “술 너무 달아. 이거 뭐야”
    “잭다니엘 허니.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쓴 것도 괜찮거든. 애초에 도수 낮은 거 달랬지 단 거 달라고 안 했고.”
    “투덜거리지 마. 맥주 준다”



    으, 하는 얼굴에 맥주를 무시하지 말라며 작게 웃은 키스가 어느새 빈 잔에 새로운 술을 따랐다. 키스는 뭐 마시는데 너 같은 어린애한테는 도수 높으니까, 먹을 생각도 없어. 가벼운 농담이 부딪힌다. 각자의 술만 홀짝거리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엔 침묵만 흐른다. 디노였다면 이 침묵을 깨려 들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엔 꽤 익숙한 일이라, 굳이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계속되는 침묵은 툭, 키스의 머리가 페이스의 어깨 위로 얹어지며 끝이 났다.



    “…키스 뭐 해”
    “뭐 어때, 어깨 좀 빌려줘.”



    능청맞게 말하며 키스는 제 머리를 슬쩍 어깨에 부벼댔다. 색 연한 곱슬머리가 뺨에 닿는 감촉에 페이스는 괜히 숨을 참았다. 이 주정뱅이 멘토, 하고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반, 키스가 차라리 이 상태로 잠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사실 이런 게 처음은 아니었다. 키스는 꽤 자주 페이스랑 술을 마시고 싶어 했다. 디노는 영 취하지를 않아 재미가 없으니 네가 어울려 달라는 게 이유였다. 페이스는 몇 번은 거절하고 몇 번은 받아줬지만, 키스가 매번 페이스에게 달라붙는 게 문제였다. 밀어내도 뺨을 부비고, 와락 끌어안고, 다음 날이 되면 기억하지 못하고 멀쩡한 얼굴로 대해 왔다.


    키스가 자신의 볼에 입을 맞춘 순간 페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말았다. 이 진심 아닐 행동에 기대하게 되는 자신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그런데도 또 이렇게 말려들고 만다. 괜히 얄미워진 탓에 저한테 기대서 흐흐, 웃고 있는 키스의 뺨을 늘린 페이스가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머야, 심술부리지 말고 술이나 마셔… 뺨이 늘려진 탓에 불분명한 발음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에 페이스가 피식 웃었다.



    “키스는 술이 모든 것에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술은 최고의 친구지. 친구는 나의 많은 것들을 위로해주고.”
    “아핫, 완전 주정뱅이잖아.”
    “어허, 멘토한테 못 하는 말이 없다.”




    짐짓 화난척해 보이는 키스를 툭 밀어낸 페이스가 다시 술을 집어 들었다. 키스가 챙겨준 술은 달달하니 홀짝홀짝 마시기가 좋았다. 내일 몰려올 숙취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춰야 하지만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울렁거리는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주정을 부리는 멘토를 외면할 방법은 술밖에 없었다.



    어느새 키스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어깨가 스르르, 키스의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형의 힘으로 페이스를 받쳐낸 키스가 그의 손에 잡혀있던 술잔을 조심스럽게 빼낸다. 슬그머니 페이스의 머리를 자기 무릎 위에 두게 눕힌 키스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소파에 걸쳐져 있던 이불이 페이스의 몸을 덮었다.


    규칙적인 숨소리, 자신의 무릎 위를 누르는 약한 무게, 자세가 조금 불편한 탓인지 뒤척이며 내는 작은 신음. 그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키스는 그저 얼음이 다 녹은 자신의 술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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