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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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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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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위로가 필요한 날

    오늘은 메이저 히어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패트롤을 빠질 수 있었던 키스가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며 슬쩍 웃었던 것과 다르게 아침부터 영 악재만 겹쳤다던 페이스는 누가 봐도 눈치챌 정도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한두 번이면 웃어넘길 만하지만 짧은 사이에 반복되었다면 예민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나마 이제 남은 공식 일정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주니어와 디노가 햄버거를 먹으러 간다며 패트롤이 끝난 후 타워로 돌아오지 않아 그의 신경을 건들 것이 딱히 없다는 것만이 다행이었다. 소파에 앉은 채로 헤드폰을 끼고 있는데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틀린 음악과 미묘하게 찌푸려진 미간이 페이스가 얼마나 저기압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기 전과 후, 어떠한 변화도 없이 앉아 있는 페이스를 바라보던 키스가 슬쩍 다가와서 소파 옆에 앉아도 페이스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러나 헤드폰을 빼내자 신경질적인 마젠타가 키스를 올려다보았다.



    “왜 기분 안 좋은데”
    “…별로.”
    “왜, 누가 괴롭혀 혼내줄게.”
    “그럼 지금 내 옆에서 귀찮게 구는 아저씨 좀 치워줄래”
    “아저씨라니 너무하네.”



    능청을 떨어봐도 페이스의 표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기분 좋아지게 해줘 키스의 물음에 페이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술 마시자고”
    “아니, 쪼끄만 게 술 같은 소리 하고 있어. 기분 안 좋을 때 술 마시는 거 중독의 지름길이다.”
    “키스가 할 말은 아니네, 그거.”



    자못 훈계조로 말하던 키스는 말로 하는 대신 제 무릎 위를 툭툭 쳤다. 한숨 내쉰 페이스가 두 팔을 벌리자 그를 공중에 들어 올린 키스가 제 무릎 위로 안아 올리곤 다정한 어투로 물었다. 식사는 제대로 했어 페이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키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식사는 제대로 해야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 돌아와서 먹으려고 보니까 여기에도 아무것도 없었고. 하필 미루고 미루던 냉장고 대청소를 끝낸 게 어제였다. 당연히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디노랑 주니어랑 먹고 오지.”
    “안 끌려. 가봤자 가토 쇼콜라나 먹을 텐데 그랬다간 두 사람 다 잔소리 할거고….”



    그 투덜거림에 적잖이 동의하는 키스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페이스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어차피 배도 별로 안 고프니까 괜찮아. 그것 때문에 기분 안 좋은 거 아냐. 내버려 두면 풀어지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바보네, 이거. 애인이 기분 안 좋은데 어떻게 내버려 둬.”
    “키스 때문에 화난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지분거리는 거지. 짜증 났을 때 잘생긴 애인이 이렇게 아양 떨어주면 기분 좀 풀리지 않아”
    “참나…….”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자 키스가 제 손으로 페이스의 얼굴을 감쌌다. 더 기분 좋게 해줄게, 눈 감아. 눈 안 감으면 그래도 상관은 없어. 하여간 순순하지 않다면서도 웃은 키스가 페이스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쪽, 쪽, 작은 입소리와 함께 이마에 닿았던 것을 시작으로 페이스의 눈가에 자잘하게 입맞춤이 쏟아진다. 섹스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만한 키스는 해봤지만 이런 귀엽기 짝이 없는 입맞춤에는 영 면역이 없는 페이스의 볼가가 붉게 물든다. 그것을 본 키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붉은 볼에도 부지런하게 입을 맞췄다.
    키스의 손에 갇힌 터라 도망갈 수도 없어 페이스는 제게로 쏟아지는 애정의 비에 제 몸이 젖어가는 걸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꼼꼼하게 코에도 입을 맞춘 키스가 드디어 입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페이스는 학습된 대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그러나 키스는 그에 응하는 대신 페이스의 머리를 젖히게 하곤 턱까지 간질거리도록 입을 맞춘다.



    “…키스, 나 달래준다며.”
    “아, 이렇게 가벼운 걸로는 효과가 없어”



    방금전까지는 잔뜩 풀린 얼굴을 했으면서 살짝 놀린 걸로 다시 뾰족해지는 애인의 얼굴을 보던 키스가 엄지손가락으로 페이스의 눈가를 쓸어내렸다. 너도 내 말 안 들어줬잖아. 이번엔 진짜 눈 감아. 나는 수줍음이 많아서 네가 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럽단 말이야. 아아, 그것참 처음 듣는 이야기네. 키스의 능청에 웃으면서도 눈을 감기 무섭게 키스의 입술이 닿아왔다. 쪽, 쪽, 입 위를 몇 번 간지럽히던 것은 이전과는 다르게 꽤나 성급한 태세로 입 안쪽을 파고들었다.


    입안 구석구석을 다 알아내겠다는 듯 치열을 쓸어내린 혀가 마중 나온 혀와 뒤섞인다. 혀뿌리를 꾹 누르자 자극받은 침샘에서 흘러나오는 침이 두 사람의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데도 안중에도 없었다. 예민한 입천장을 찌르는 혀에 페이스의 몸이 파들거리며 떨리는 것을 손으로 지탱한 키스가 천천히 페이스를 소파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하아, 누구의 입에서 나온 건지도 모르는 탄식과 같은 한숨이 신호가 된 듯 잠깐 떨어졌던 입은 다시 하나가 된 것처럼 달라붙었다. 무릎으로 페이스의 다리 사이를 자극하는 통에 키스의 등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실렸다. 자칫하면 찢어질 만큼 옷을 잡은 손에 힘을 주던 페이스를 막은 것은 그 옷의 주인인 키스가 아닌, 때마침 들이닥친 그들의 동료였다.



    “-페이스, 키스, 배고팠지~ 피자 왔…”
    “쿠소 DJ, 점장님이 너 주라고 가토 쇼콜라 포장해주셨….”



    다행히도 예민한 귀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즉시 잡아낸 덕에, 본능적으로 잡고 있던 키스의 몸을 그대로 집어 던진 페이스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방비 상태에서 믿고 있던 애인에게 집어던져져 등부터 처박힌 키스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고통의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느닷없는 폭력 현장의 목격자가 된 두 사람은 일단 손에 들린 것들부터 내려놓고 페이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저 쿠소 멘토가 또 무슨 잘못을 했어…”
    “페이스, 많이 강해졌네… 근육 트레이닝이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서 기뻐”
    “……손이 삐끗해서 그런 거야. 미안, 키스 좀 침대에 눕히고 올게.”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 페이스가 널브러진 키스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날아간 어이와 찾아온 고통에 잠겨있던 키스가 페이스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너 같이 즐겨놓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미안, 키스. 고의가 아니었어. 그리고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하지 말아줄래”
    “네가 내 상황 되어봐……. 내 허리 나가면 가장 아쉬울 건 너면서.”



    하여간 이런 상황까지도 짓궂은 농담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심 미안했던 탓에 평소라면 대충 던졌을 키스를 부드럽게 침대 위에 눕힌 페이스가 키스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 대충 둘러대고 올게. 좀 나아지면 나와.



    “너…….”
    “아, 맞다, 키스.”



    잡으려는 키스의 손을 피해 쌩하니 도망가던 페이스가 문가에 다다라서야 뒤를 돌아보곤 웃었다. 위로 고마워, 덕분에 기분 다 풀렸어. ……. 하여간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타이밍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차라리 옷을 벗기도 전에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두 사람이 들어온 탓에 다 잡은 고기를 놓쳤는데도 키스의 얼굴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허리의 복수는 후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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