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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aru_otak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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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설에서 나온 아이가 커서 마다라의 라이브를 보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예전에 썼던 글을 번역했습니다.

    봄은 여전히 푸르다(뭐야. (너 그 때와는 다른 사람 같다).
     보이는 한없이 밝은 초록빛의 바다, 그 한가운데서 무대를 노려보았다. 커다란 팔다리를 활짝 펴고, 이 세상에 한 치의 그늘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표정으로, 그것은 마치 큰 남자가 즐겁게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은 아무리 고개를 돌려봐도 거대한 몸과 목소리로 아이들을 위협하고 떨게 만들었던 그 남자와 겹쳐지지 않는다. 해맑은 미소와 감미로운 노래소리는 사랑이라는 것이 넘쳐흐르는 것 같아서 반감이 들 정도였다.

     나는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다짐하며 소년 시절을 보낸 시설을 나온 것은 올 봄이었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눈에 비친 것은 새 건물이었다. 몇 년 전 완공된,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키우기 위한 건축물.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낡은 건물은 완전히 불타버렸고, 그 무렵에는 그 자리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날 밤. 하룻밤 사이에 아이들의 소박하지만 분명 기쁨과 행복이 있었던 삶의 터전이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큰 불은 건물과 사람, 그리고 작은 보물 같은 추억들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었다. 잔인하게도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들에겐 재조차 남지 않았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어른들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지워버리는 어른들이 미워 견딜 수 없었다. 너희들이 지우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보물이라고 말할 줄 몰랐다.
     그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몸만 커져갔다. 힘에 겨워 주먹을 휘두르면 눈앞의 어른들은 무참히 위축되었다. 조롱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어른이, 사회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라면 왜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허무한 만능감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것은 재앙을 형상화한 듯한 큰 남자다.
     빛으로 가득 찬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남자. 저게 언젠가 지금보다 조금 더 작았던 이 손을 바닥에 신발 밑창으로 꿰매고 있던 남자라고 여기서 말한다면 누가 믿어줄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건가 싶어 웃음을 터뜨리고, 폭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폭력으로 응수하는 남자였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분명 그 남자에게 마음을 찢긴 겨울날의 기억이었다.
     마른 낙엽이 웅크린 몸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몹시도 거슬렸다. 쉽게 넘어졌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몸이 튀어올랐지만, 아기 손을 비틀듯 다시 눌려서 어느새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앞으로도 아무나 때려서 마음대로 움직이겠다는 건가, 남자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길게 내뱉었다. 큰 남자의 다리가 자신의 손등 위, 몇 밀리미터를 남겨두고 측정한 것처럼 딱딱하게 정지해 있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경쾌한 음악이 공연장을 감싸고 있었다. 경쾌한 기타의 음색은 이국적인 바람을 몰고 오는 것 같았다.
     사이리움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공연을 보러 온 것도 우연이다. 몇 주 전 우연히 포스터를 통해 개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포스터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공연장 맨 뒤에서 멍청하게 서 있다.
     시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역시 이 거리에서는 남자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 정중하게도 공연장 안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아야 할지 무대를 보아야 할지 헷갈렸다. 결국 우연히 보러 온 라이브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짜증나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본다.
     카메라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듯, 남자는 모니터 너머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부른다.
     큰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가 된다. 긴 팔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춤으로. 바닥이 없는 체력은 모두에게 가슴 뛰는 꿈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한 에너지로. 빙글빙글 그 쓰임새를 뒤집어 남자는 인간 찬가를 높이 노래했다.
    (저런 얼굴로 춤을 출 수 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풀린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가볍게 손뼉을 쳤다. 리듬을 타는 건 잘한다. 지금은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고, 그런 취미도 없지만, 어린 시절의 보물을 몸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몸을 흔들고 손뼉을 치면 순식간에 음악과 하나가 되는 영혼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또 한 곡이 끝났다. 큰 박수가 터진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신다.
    "이 멍청아 멋지잖아"
     열광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나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웃었다.
     멀리 보이는 작은 덩치 큰 남자가 그 순간 내 쪽을 바라보며 멋쩍게 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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