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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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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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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

    쓰고 싶은 장면만 씀

    🍕→🎧→🍺 짝사랑
    🍕는 무자각

    담배 냄새는 싫다.


    가끔 같이 밤을 보낸 이들이 담배를 꺼내들 때마다 페이스는 웃으면서도 그것을 슬쩍 밀어냈다. 당연히 필 줄 알았다며 권유할 때마다 손을 내저으면 의외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런 과정들이 귀찮았기에 웬만하면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이를 택해 호텔로 향하게 된 건 제법 오래된 취향이었다.


    분명 그랬건만 페이스는 가끔 골초인 그 남자와 입을 맞추는 상상을 하곤 했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일까 술을 많이 마셔서일까, 혹은 본래 타고난 것일까. 그가 알고 있는 이들 중에 유독 목소리가 낮은 그가 페이스, 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고 굳은살 박힌 손으로 제 몸을 더듬는 꿈을 꾼 날이면 온몸이 예민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자판기에서 뽑은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예민해진 심기를 달래던 페이스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달콤한 액체에 잠식되어 있던 후각이 문득 씁쓸한 향기를 포착한 탓이다.


    “여어, 페이스. 오늘도 핫초코냐. 양치는 잘 하고 있겠지”
    “아핫, 키스는 건강 신경쓰고 있어 폐나 간이나, 신경써야 할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어째 한 마디를 지지를 않는구만~.”


    커다란 손이 페이스의 머리를 스치듯 훑었다. 기껏 세팅한 머리가 흐트러지는데도 짜증보다 앞선 감정은 설렘이다. 키스가 보지 않는 사이에 표정을 수습한 페이스가 키스를 살짝 밀어냈다. 키스가 이길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젊은 혈기를 이기는 건 힘든 일이라~. 밀어내는 대로 밀려난 키스가 언제 쓰다듬었냐는 듯 손을 주머니에 슬쩍 꽂고는 휘적휘적 걸어나간다. 빨리 안 오면 또 주니어한테 잔소리 들을 거다 아핫, 그건 무섭네. 반 조금 안되게 남아있는 핫초코를 들이킨 페이스가 키스의 뒤를 쫓자 성큼성큼 나아가던 걸음이 아주 약간 늦춰졌다. 그 걸음을 따라잡은 페이스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키스가 나빠. 그런 페이스의 정수리를 흘깃 내려다본 키스가 다시 눈을 돌렸다. 그의 옆에서 달달한 냄새를 풍기며 걷는 루키는 역시 어렸다.



    ***



    “키-스, 또 여기서 담배 피다가 브래드한테 걸리면 혼난….”

    키스를 찾아 온 옥상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코 끝을 스치는 익숙한 담배 냄새를 따라오며 잔소리를 하던 디노의 입이 닫혔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그가 예상하고 있었던 옅은 밀색의 곱슬머리가 아닌 흑발이었다. 페이스 걱정스러운 부름에도 고개는 자신 쪽을 향하지 않았다. 손에 들고만 있던 담배가 툭, 바닥에 떨어졌다.

    “페이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도리도리, 여전히 디노에게 등을 돌린 채 고개만 내젓는 페이스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챈 디노는 잠깐 고민하던 발걸음을 내딛어 페이스에게 다가갔다. 오늘따라 무지무지 춥네~ 떼를 쓰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페이스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자 힘없이 안겨온다. 중력에 이끌려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못 본 척, 디노는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에 시선을 주었다. 냄새부터 예감했지만 역시 익숙한 디자인은 그의 친구가 즐겨 피는 종류였다.

    “페이스, 담배는 싫어하지 않았어 패트롤할 때마다 피했잖아.”
    “…싫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페이스의 몸의 무게가 뒤로 쏠리며 디노에게로 기대졌다. 잔뜩 속이 상한 얼굴의 한 부분이 보여 디노는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을 더 주었다. 브래드와의 문제일까. 제 친구와 같은 눈색이지만 나이의 차이 때문일까, 속눈썹에 매달려있는 눈물 때문일까. 페이스는 유독 안쓰럽고 애틋함을 느끼게 만드는 얼굴을 했다. 상처받고 외로워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누구라도 자신처럼 안아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래만을 바라보던 페이스의 시선이 올라와 디노와 맞닿았다.

    “…담배는 정말 싫어, 디노.”
    “앞으로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사람 보면 내가 혼내줄까”
    “아핫, 그래 줄래”

    힘없는 목소리에 디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떽 해줄게. 페이스를 괴롭히는 사람들 전부. 듬직하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금방 그쳤던 울음을 다시 삼켜낸 목소리였다. 울지 마, 페이스. 그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그날 밤 그의 루키에게서는 더 눈물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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