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디노.”
쪽, 가볍게 뺨에 입술을 가져갔던 디노가 방긋 웃었다. 마주 웃은 페이스가 그대로 입맞춤을 되돌리자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손이 기분 좋았다.
디노는 참 스킨십이 많은 애인이었다. 손을 잡고 패트롤을 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껴안아 오거나 입을 맞춰오기도 했다. 키스와 주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체 생활이었기 때문에 농밀한 스킨십은 불가능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디노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어디서든 페이스에게 달라붙어 왔다.
그러니까 디노가 페이스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비단 말하지 않아도 디노의 눈동자만 봐도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라면 페이스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어린애 같았고,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페이스는 좀 더 확실한 것을 원했다. 대신 되는 입맞춤 같은 것보다는 확실한 말을 원했다. 디노의 입에서 직접,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그것을 말하기엔 빌리의 말대로 페이스는 솔직하지 못했다.
디노는 페이스가 가끔 그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페이스,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하고 물어보면 싱긋 웃으며 디노가 너무 좋아서 바라봤어, 하고 앙큼하게 시치미를 떼곤 했다. 그게 귀엽기도 했지만 티 내지 않을 뿐 기본적으로 디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페이스의 부분이 있다는 걸 반기지 않았다. 사실은 못마땅했다. 티 내지 않는 것은 혹시라도 페이스가 겁을 먹고 도망가버릴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도망가게 놔둘 수는 없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앉아 잠시 눈을 굴린 디노가 결론을 내렸다.
술을 먹이자.
***
“디노…….”
“응, 페이스. 더 마실래”
“아니…….”
더 마시면 내일 숙취 올 것 같다며 설레설레 머리를 내저은 페이스가 디노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졸린 듯 눈을 깜빡거리는 속도가 느려진 것을 느긋하게 구경하던 디노가 페이스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페이스, 많이 졸려 아니… 괜찮아. 품 안으로 들어온 페이스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린 디노가 그를 제 무릎 위에 앉혔다.
이미 반쯤 감긴 눈이 말똥말똥한 파란 눈과 마주치자 페이스가 배시시 웃었다. 너무 귀여워……. 마음 같아선 꼭 끌어안고 잔뜩 뽀뽀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노리는 게 있었으니 욕망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페이스와 시선을 마주친 디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자 빤히 바라보던 페이스 역시 느릿하게 감겼던 눈꺼풀을 다시 들어 올렸다. 깜빡, 깜빡, 몇 번 더 반복한 디노가 달큼한 목소리로 페이스에게 속삭였다.
“페이스, 요즘 나한테 바라는 거 있지”
“바라는 거…”
“응, 뭐든 해줄 테니까 얘기해줄래”
“으응……. 진짜 해줄 거야”
“물론이지.”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너를 해칠 생각 따위 전혀 없다는 무해함의 표출, 그리고 적당하게 몸을 돌고 있는 알코올이 페이스의 망설임을 날려버린다. 몇 번이고 입을 달싹거리던 페이스가 디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게 페이스가 원하는 거야”
“응……. 디노가 사랑한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아. 진짜 위험하다. 도대체 뭘 바라는 건가 싶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건 반칙이다. 페이스를 끌어안은 디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디노, 안 해줄 거야 해준다며…. 칭얼거리는 소리까지 귀엽다.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몇 번이고 심호흡하던 디노가 페이스를 제 품에서 떼어내고 얼굴을 마주했다.
“페이스.”
“응, 디노.”
“사랑해.”
“…나도.”
“사랑하고 있어. 정말이야.”
“나도 사랑해, 디노.”
서로를 바라보던 눈이 서서히 감긴다. 맞닿은 입술이 열렸다.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괜찮았다.
“으…….”
머리 아파, 눈을 뜬 페이스가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자 앓는 소리를 들은 디노가 후다닥 달려왔다. 일어났어, 페이스 응, 좋은 아침, 디노. 디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그 입술에 그대로 키스한 디노가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속삭였다. 사랑해, 페이스.
“……응”
“엄청, 엄청나게 좋아해.”
“……나 어제.”
“그런 건 언제든 말해줘도 괜찮아.”
서서히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에 당장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싶어질 만큼 부끄러웠지만 그러기엔 페이스를 직시하는 디노의 눈이 너무나도 달았다. 결국 디노의 목을 끌어안은 페이스가 그의 귓가에 제 입을 가져다 댔다.
“나도, 엄청 좋아하고 있어, 디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