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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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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불가능한 회피

    모브의 다소 폭력적 묘사 有

    DJ, 정말 솔직하지 못하네. 빌리는 몇 번이고 그렇게 놀려대곤 했다. 어릴 때의 자신, 리틀 페이스는 매사에 솔직하게 굴었지만 그때는 솔직하게 굴어도 될 만큼 삶이 편했을 뿐이었다. 저를 보호해주던 이들을 벗어나 마주친 세상, 부족한 재능 대신 적당히 잘생긴 제 얼굴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굴어서는 안 되었다.
    솔직하게 굴어도 괜찮을 사람들을 만났지만 오랜 기간 굳어진 방어본능을 고치는 건 쉽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 페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하게 대하지 못해 잃는 것도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키스와의 관계는 솔직했다가는 망가질 게 뻔한 관계였다.


    페이스는 키스가 좋았다. 입만 열면 얄미운 소리를 해대는 데다가 술 먹고는 길거리에서 잠을 자거나 옷을 벗어 뒤처리도 곤란하게 하고, 멘토로서 하는 말이라며 곤란하게 하는 일도 잦았지만 그래도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페이스에게 사랑이란 곤란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디노는 페이스가 진심 없는 말들로 곤경을 회피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길은 이쪽이었다. 키스는 애초에 그의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주지도 않을 거고, 진지하게 받아준다고 해도 거절할 게 뻔했다. 그에게 자신은 브래드 빔스의 동생이자 책임져야 할 루키일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페이스는, 러브앤 피스하지 않은 행동으로 키스를 잊으려 들었다. 몸 정이 섞이면 마음은 금방 달래진다. 여자들만 만났던 예전과 달리 하룻밤 상대로 남자를 탐색하기 시작한 건 성별이나마 키스와 같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키스의 몸이 좋아서, 그래서 땡기는 게 아닐까. 자조적으로 생각한 페이스는 무료한 낯으로 남자들의 몸을 훑었다. 그의 마음에 찰 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었다. 얼굴이 괜찮다 싶으면 대화에서 안 맞았다. 오늘도 꽝인가, 씁쓸한 기분에 페이스가 손안의 마티니를 홀짝이고는 쓴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바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바텐더가 공짜 술이라며 밀어준 것이었다. 보는 앞에서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터라 이 한 잔을 마지막으로 일어나야지, 싶었던 페이스가 눈을 깜빡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어느새 클럽이 아닌 호텔 침대에 누워있던 페이스가 상황 파악이 된 건 가운 차림의 남자가 제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을 때였다. 낯선 술을 마시고 취한 자신을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아직 본방송에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옷은 조금 구겨진 것 외엔 멀쩡했다. 선잠이 들었던 동안 조금 명료해진 정신으로 페이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남자가 다가온다. 페이스, 일어났어 씻으려고 아아, 아니, 미안하지만 돌아가고 싶어졌어. 뭐 미안, 호텔비라면 줄 테니까 품속에서 지갑을 뒤적이던 페이스의 시야에 일순 별이 튄다.



    “이 새끼가, 곱상하다고 봐줬더니 내가 만만하냐”
    “아…….”



    제 뺨을 문지른 페이스가 마젠타색 눈을 섬뜩하게 빛냈다. 피곤하고 귀찮아서 취한 사람을 데려온 것까지는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히어로라 조절은 해야겠지만 일단 먼저 맞은 건 이쪽이니 정당방위는 성립이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남자에게,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할 만큼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할 터였다.





    잔뜩 힘을 줬던 주먹이 욱신거리고 뺨의 통증도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한 대 더 때리고 나올 걸 그랬나. 다행히도 이미 늦은 새벽이니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의료실로 찾아가 괜한 걱정을 듣는 것도 내키지 않아 혼자 거실에 있는 구급상자로 처치를 할 계획을 세운 페이스가 숙소의 문을 열었다.



    “어, 왔냐”
    “…키스, 안 잤어”



    타이밍도 하필이면. 담배라도 피고 왔는지 어슬렁거리고 있던 키스가 문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차라리 오늘 들어오지 말걸, 그냥 피곤해서 들어왔더니 곤란한 일이 생겼다며 속으로 혀를 차는 사이 다가온 키스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너 얼굴이,”
    “아, 이거 시비 걸려서. 별거 아냐.”
    “손자국이 빨갛게 났는데 뭐가 별거 아니야.”
    “키스 나 걱정해 칼 맞은 것도 아닌데 뭘.”
    “입 다물어.”



    조용해진 페이스를 끌고 소파에 앉힌 키스가 퉁명스러운 손으로 그의 뺨에 얼음팩을 가져다 댔다. 더 붓기 전에 이러고 있어. 고개를 끄덕인 페이스의 맞은편 소파에 앉은 키스가 진지한 낯짝을 했다.



    “요즘 왜 그래, 너”
    “사적인 문제니까 신경 쓰지 마.”
    “너 까칠하게 굴 때마다 내가 더 집요해지는 거 알지.”



    얼굴이 장점인데 어쩌냐,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에 페이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고는 선을 그었다. 그러잖아도 짜증 나는데 짜증 나게 굴지 말아줘, 키스. 그러길래 누가 맞고 오라냐…. 작게 투덜거린 키스가 구급상자를 열어보고는 혀를 찼다. 연고 다 떨어졌네. 받아올 테니까 그동안 찜질 잘하고 있어.


    다소 급한 걸음으로 나서는 키스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페이스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익숙한 냄새와 촉감에 서서히 긴장이 풀리자 눌러놨던 술기운과 피곤함이 페이스를 잠식한다.


    키스가 이렇게 다정하게 굴 때마다 포기에서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을 향한 눈을 마주할 때마다, 귀찮다면서도 결국 제 말을 들어주고 마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아무 말 없이도 제 의중을 알아채는 섬세함을 알아차릴 때마다 페이스는 솔직하게 굴고 싶어졌다.


    역시 키스 앞에서는 취하지 않는 게 좋겠어. 오늘 만났던 남자도 그 옅은 색의 곱슬머리가 클럽 빛을 받아 키스와 겹친 게 틀림없었다. 솔직하게 굴지 말고, 점점 거리를 둬야 할 텐데 더 좋아하게만 되어버린다. 불공평해, 속삭인 페이스의 숨소리가 점차 일정해졌다.






    병동과의 거리는 꽤 되는데도 급하게 돌아온 키스가 마주한 건 새근새근, 깊게 잠들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페이스였다. 잠시 의중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던 키스가 몸을 굽혀 페이스를 안아 올렸다. 능력으로 옮기면 되잖아. 마음속의 양심이 속삭이는 소리를 무시한 키스는 굳이 직접 안아 올려서는 페이스를 그의 침대 위로 눕혔다.



    “…으응.”
    “더 자라.”



    얕게 잠들었던 건지, 페이스의 눈이 비몽사몽 하게 뜨인다. 그런 페이스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은 키스가 평소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에 마치 어린 페이스처럼 배시시, 제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인 페이스가 소곤거렸다.



    “그럼… 조금만 다가와 봐.”



    응석 가득한 말에 별생각 없이 누운 페이스에게로 얼굴을 가까이하자 페이스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쪽,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입술 위로 말캉한 것이 맞닿았다가 금방 떨어졌다. ……. 키스가 말을 잃은 사이 새근새근하는 일정한 숨소리와 함께 페이스는 다시 눈을 뜨지 않고 꿈속으로 떠났다.

    ……미치겠네.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비틀비틀 루키들의 방에서 나온 키스가 그대로 주방과 거실 사이 어딘가에 서서는 자기 얼굴을 감쌌다. 그 짧은 순간, 술을 마셨을 페이스의 알코올 냄새, 페이스의 본래 냄새, 그리고 다른 남자의 냄새가 느껴졌다.

    내일 일어나면 절대 괴롭힌다. 중얼거리면서도 냉장고로 향한 키스는 그를 위한 해장용 햄버거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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