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여서 시끄럽고 복작복작하기 짝이 없었다. 13기 히어로들 여럿이 모였으니 시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술집 전체를 빌렸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팬들까지 끼어들어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꽤나 입에 맞는 술을 찾았던 페이스는 분위기에 취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다소 주량을 넘긴 상태였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윌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어 돌아갈래 그 정도는 아니야, 고마워, 윌. 발음도 또렷했고 발걸음도 망설임이 없었던 탓에 윌은 더 걱정하는 사이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웃음으로 배웅했다.

술과 흥에 취한 빌리가 빈 맥주병으로 저글링을 시작했고 다른 쪽에서는 오늘은 브래드가 사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키스가 메뉴판의 이곳에서 저기까지, 를 시전하다가 저지당하고 있었다. 나긋나긋한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선 페이스가 문을 닫자 소음이 뚝 끊긴다.

가게 앞에 놓인 나무 벤치에 앉은 페이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분위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정신이 없는 통에 취해서 키스처럼 주정을 부리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언제 키스가 다가와서 술을 권할지 몰랐으니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까, 바깥 공기가 시원하기도 했고. 기분 좋은 얼굴로 눈을 감았던 페이스는 저벅저벅, 하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다시 눈을 떴다.



“……브래드”
“페이스. 많이 취했나”
“아니, 잠깐 바람만 쐬려고. 브래드는”
“네가 나오는 걸 보고 따라 나왔다.”
“아핫, 어떻게 봤대.”
“틈틈이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제 앞에 선 브래드를 위해 자리를 조금 옆으로 옮기자 브래드가 순순히 페이스의 옆에 앉았다. 관계가 개선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던 페이스는 과하게 솔직한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당황과 왠지 모를 심통이 섞인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브래드가 손을 들어 페이스의 뺨에 가져다 댔다.



“앗, 차가워. 뭐야”
“초코우유다.”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지만, 초코우유는 왜”
“술을 과하게 마셨을 때는 우유가 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고, 너는 초콜릿을 좋아하니까.”
“…….”



브래드가 내민 우유 팩을 받아든 페이스가 빨대를 팩에 콕, 찍었다. 우유를 마시는 데에만 집중하던 그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던 브래드는 이내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그러고 보니 둘만의 술자리를 가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키스가 끼어들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그 녀석도 눈치라는 게 있다.”
“…그래, 그러면.”



수락의 말은 작고 나직했지만 바로 옆에 앉은 브래드에겐 들릴 수밖에 없었다. 더 말을 붙이기 전 빨아들일 내용물이 없어 소리를 내는 빨대를 뱉어낸 페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돌아갈까, 키스가 사고 치기 전에.”
“아아, 제이가 잘 말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가게에 들어간 두 사람은 얼마나 시킨 건지 술 냄새를 이기고 가게를 가득 메운 피자 냄새에 동시에 웃고 말았다. 그 웃는 얼굴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본 사람은 아쉽게도 아무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