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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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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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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グレビリ] 나의 여유는 너로부터 비롯된다

    돈 버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빌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정보상도, 영웅의 일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고, 두 가지 일을 다 해내려면 당연히 다른 이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야만 했다. 잠을 줄이고, 여유시간을 줄이고, 모든 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게으름 같은 건 부려선 안 돼. 여유로운 듯 보이는 빌리의 모든 순간은 사실 수많은 계획과 계산으로 이뤄진 것들의 집합이었다.

    그의 사정이 주변에 알려지고, 아버지의 병원비가 해결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좀 더 여유 있게 살아도 괜찮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여유 있게 사는 건 어떤 거지 DJ처럼 적당히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것 그레이처럼 게임을 하는 것 제이처럼 주변 사람들을 돌보거나, 무언가를 키우는 것

    빠이센처럼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 같은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야 그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살아왔으니. 호의를 재고, 무언가를 받는 순간 계산하는 것은 빌리가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빌리의 삶이었다.

    그러니 슬프지만 어쩌면, 빌리 와이즈라는 인간은 영원히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둥근 쳇바퀴 위를 달리는 햄스터, 사실 그 쳇바퀴는 빌리 자신이 굴리고 있는 것이지만 섣불리 발을 멈추기라도 하면 금방 이 위에서 떨어져 다칠지도 몰랐다.



    “빌리 군”
    “앗, 그레이 뽀송뽀송해졌네”



    혼자 가라앉았던 눈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그레이를 보자마자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의아한 표정을 하던 그레이가 이내 머뭇거리면서도 팔을 벌리고 있는 빌리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아 왔다. 그레이의 품은 따뜻해. 살며시 눈을 감는 사이 그의 손이 익숙하게 빌리의 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




    “으응….”



    지끈거리는 허리, 잔뜩 가라앉은 목, 그 외에도 몸 이곳저곳이 삐거덕거리고 쑤셔댔다. 오늘이 오프라고 한 번만 더, 조금만 더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이 모양이 되고 만 것이다. 다행히 제이와 애쉬는 잠귀가 어두운 편이라 녹초가 된 빌리가 그레이에게 안겨 욕실로 향했다가 돌아올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고, 커다란 수건으로 꾸벅꾸벅 조는 빌리를 돌돌 감아뒀던 그레이는 빠르게 시트를 바꾸고는 그를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침대 위에 누이곤 재웠다. 그러니 당장 씻으러 갈 필요는 없지만, 잠이 깬 이상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팔을 뻗어 허니, 즉 그의 휴대폰을 제 손에 쥔 빌리가 화면을 키자 지난 밤 가득히 온 알림들이 가득하다. 그와 동시에 갑작스러운 빛을 느낀 건지 옆에서 자고 있던 그레이가 으응, 하고 몸을 돌려 빌리의 허리를 끌어안아 왔다. 일단 휴대폰을 꺼 빛을 없앤 빌리가 소곤댔다.



    “…그레이, 깼어”
    “으응…….”
    “많이 졸려”
    “응…….”



    아직 제정신이 아닌 듯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도 그레이는 끌어안은 손은 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가볍게 입을 맞추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어둠 속에서도 촉감으로 느껴졌다.



    “그레이, 좀 더 잘까”
    “으으응…….”
    “응, 그러자.”



    어쩌면 여유를 가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영원히 진실된 우정을 만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빌리를, 자신이 기만당했다는 것을 알고도 그레이가 찾으러 와주었듯이. 혼자서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느꼈던 여유를 그레이와 함께 한다면, 빌리도 어쩌면 진짜 여유를 찾게 될지도 몰랐다.

    지금 이 순간, 휴대폰을 다시 켤 마음은 들지 않았다. 빌리는 그저 그레이의 품으로 꾸물꾸물 들어가 안겼다. 다시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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