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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마다 앓아대다 결국 이딴건 내가 써야한다는걸 깨달음..
    나중에 좋은 제목이 생각나면 바꾸겠어요 (수정 삭제될수잇음)

    모브레이 / 꼬마신랑 모브와 결혼하게 된 고등학생 레이겐 이야기입니다.

    1평생 도시의 그럴듯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레이겐에게 시골로의 이사란 다소 생소한 것의 부류였다. 갑자기 대학 입시를 일년 앞두고 저 멀리 남쪽 나가노 현 촌구석으로 전근 발령이 난 아버지에게, 그래도 아들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전학이 말이 되냐고 하는 어머니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짐을 싸라고 명령하듯 말하는 아버지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돌부처 그 자체여서 레이겐은 별 저항없이 얌전히 짐을 쌌다. 어차피 반항해 봐야 별 소득도 없이 잔소리만 늘어날 뿐이다. 전학 소식이 알려진 레이겐에게 닥친 것은 친구들의 조롱과 몇 안되는 안부 편지였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진짜로 그렇게 여겼던 녀석들이 별로 없었을 뿐이다.

    이사는 봄에 진즉 끝났지만 레이겐이 그 곳에 도착한 것은 초여름이었다. 이제는 사람이 몇 들리지도 않는 간이역에 선 기차는 레이겐을 내뱉듯 내려놓고서는 서둘러 남쪽으로 떠났다. 기차안의 냉방은 그리 강하지 않았었지만 막상 내리자 숨이 살짝 막힐 것 같은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레이겐은 귓구멍에 이어폰을 꾹 끼우고서는 군데군데 타일이 깨진 플랫폼 위에 서서 택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아직 그는 개인 휴대전화가 없었다. 그렇게 여름철에 푸릇푸릇하게 자란 잡초를 보면서 고민하는데, 인상이 푸근해보이는 늙은 역무원이 다가와 물었다. 할머니 댁에 놀러온게냐 아직 방학을 맞이하기에는 조금 일렀지만, 레이겐은 일전에 다니고 있던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이른 방학을 맞이한 참이었다. 그는 귓구멍 깊숙히 틀어막았던 이어폰 중 하나를 뽑고서는 퉁명스럽게 말하려다가 그냥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죄송한데 택시 좀 불러주실 수 있나요. 역무원은 느긋하게 레이겐에게 간이역 사무실을 향해 손짓하고서는 걸음을 옮겼다. 레이겐은 커다란 더플백을 매고서는 노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소 안은 털털거리는 낡아빠진 선풍기 한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역무원은 레이겐에게 택시 한대를 불러주고서는 의자를 권했다. 레이겐은 별 군말없이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서 그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고개를 숙였다 들자, 이마에 땀이 한방울 주르륵 흘러내렸다.

    인구 평균 연령대가 높은 촌구석 마을 답게, 호출 된 택시 기사도 나이가 많은 아저씨였다. 대신 실어주겠다고 하는 기사를 만류한 레이겐은 제 옷가지와 교과서, 뮤직플레이어 등이 들어있는 더플백을 제가 들고 트렁크에 실었다. 택시 안은 그래도 미약한 냉방이 돌고 있었다. 레이겐은 땀을 하얀 반팔 교복 셔츠로 훔치고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찬바람을 쐐자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래서 학생, 어디로 간다고

    레이겐은 주머니에서 꺼낸 쪽지에 적힌 주소를 기사에게 불렀다. 그 말을 들은 기사가 잠시 주름진 제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손님으로 가는거니 레이겐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레이겐의 얼굴을 한번 본 기사는 제 정장 모자를 고쳐쓰고서는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구불거리는 산길의 낡아빠진 아스팔트 길을 따라서 택시 한대가 덜컹거리며 달렸다. 레이겐은 양쪽 귀에 이어폰을 꾹 꽂은 채 여름의 하늘거리는 잎사귀와 무성한 덤불이 자라난 산길 따위를 구경했다. 유리창 너머로 반투명하게 무표정해보이는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비춰진다. 누가봐도 도시에서 온 것 처럼, 따분하고 불만이 많아보이는 그런 모습이다. 앞으로 공부는 어떡하지, 레이겐은 잠깐 그런 생각을 했으나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을 이내 접어두기로 했다.



    한참 산길을 달린 택시가 멈춰섰다. 산을 깎아서 만든 듯한 너른 평지위에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낡고 오래된 고저택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키가 작고 큰 나무에 매달린 선명해지기 시작한 녹음이 매미 소리와 함께 찌르르 흔들렸다. 레이겐은 당황해 귀에 꽂은 이어폰을 뽑으며 물었다. 아저씨, 여기 맞아요 그 말에 기사는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으로 가는게 아니였니. 레이겐은 주머니에서 종이 쪽지를 꺼내서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사실 그렇게 들여보아도 개인 휴대전화도 없는 고등학생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실수 하셨을리가 없는데. 하지만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엔 현금이 부족했다. 레이겐은 어쩔 수 없이 일단 지갑에 있는 현금을 전부 기사에게 주고서는 택시에서 내렸다. 일단 이 집에 있는 전화를 빌려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묵직한 더플백을 들춰매고서는 돌담을 더듬으며 걸었다. 커다란 돌덩이 사이사이에 낀 이끼와 흔적들이 이 저택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목조 대문에는 커다란 목판에 한자 두 글자가 먹으로 새겨져 있었다. 카게야마. 레이겐은 그것을 따라 중얼거리며 읊었다. 그보다 이런 오래된 저택에 전화기가 있을까 레이겐은 반신반의하며 커다란 목조 대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누구 안 계세요"

    초여름의 약간 텁텁한 바람이 부는 것과 함께 매미 우는 소리가 찌르르 났다.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아서 매미 소리는 마치 조롱의 소리 같기도 했다. 레이겐은 땀이 식었던 뺨 위로 다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번 더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실례합니다. 그와 동시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대문은 열려있었다. 레이겐은 살짝 진이 빠진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서는 오래된 일본 전통 고저택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멋대로 종아리 까지 올 만큼 수북하게 자란 풀밭 사이로 사람 다니는 작은 돌계단이 있었다. 폭이 좁은 돌계단을 몇칸 오르자, 신사로 들어가는 작은 토리이가 보였다. 레이겐은 토리이 너머로 아주 오래된 성목을 두르고 있는 하얀 고헤이가 여름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더플백을 맨 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흙이라고는 별로 밟아본 적도 없는 새 스니커즈가 신사의 자갈을 밟자,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레이겐은 신사 주변을 작게 기웃거려보았지만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겐은 일단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무거운 더플백을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초여름이라지만 볕은 따가웠고, 가방에는 교과서니 참고서니, 그런 것들이 잔뜩 들어있어서 오래 들고 있으려니 어깨가 빠질 것 처럼 무거웠다. 그는 작게 기지개를 펴고서는 손부채질을 하며 신사 주변을 돌아보았다. 특별히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신사는 아닌 것 같았다. 화려한 종이나 펜으로 쓰여진 탄자쿠 같은 것도 없고, 사람들에게 팔아먹기 위한 오미쿠지나 부적을 판매하는 곳도 없다. 무엇보다 신사의 분위기 자체가 깨끗했다. 무엇을 모시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속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무척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매미가 우는 여름 바람 사이로 어디선가 통, 통, 통 작게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레이겐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자갈이 밟힐 때 마다 발바닥이 간지러웠다. 신당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과 함께 작은 공 하나가 도르륵, 굴러와서는 레이겐의 스니커즈 콧등을 톡 치고서는 멈춰섰다. 레이겐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워들었다. 대나무 살과 색종이를 붙여서 만든 공이다.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작은 공을 만지작거리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저택의 나무로 된 마루위에 서 있는 어린 꼬마가 엄지를 입에 문 채 공을 주워든 레이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겐은 한 세 살 쯤으로 보이는 꼬마를 향해 다가갔다. 숱 많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잘려있는 꼬마는 제 몸뚱이 만큼이나 작고 작은 새까만 기모노와 하카마를 입고 있었다. 약간 수줍음을 타는건지, 낯을 가리는건지, 꼬마는 우물쭈물하며 마루의 기둥 뒤에 제 몸을 살짝 숨기고서는 레이겐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레이겐은 자기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그 말에 꼬마가 레이겐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꼬마가 걸을 때 하카마의 바짓단이 마룻바닥에 질질 끌렸다. 소매속에서 작은 손이 뻗어 나오더니 레이겐을 향해 내밀었다. 공을 달라는 것 같았다.

    "집에 어른은 안 계시니"

    레이겐은 마룻바닥에 걸터 앉고서는 꼬마에게 공을 쥐여주며 물었다. 꼬마는 고개를 작게 저어보이고서는 제 손에 쥐여진 공을 마루에 튀기며 놀기 시작했다. 통, 통, 통 마루를 튕길 때 마다 대나무 살로 만들어진 공이 가볍게 튀어올랐다. 아까부터 듣던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서인지 레이겐은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꼬마의 작은 손에서 통통 튀던 공이 마당 밖으로 도로 떨어졌다. 레이겐은 꼬마가 공을 떨어뜨릴 때 마다, 마루에서 몸을 일으켜 그것을 가져다 주었고, 꼬마는 그를 한참 말없이 쳐다보다 작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공놀이가 질렸는지 꼬마는 레이겐의 품으로 파고들자, 레이겐은 당황하면서도 제 품으로 들어오는 꼬마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형은 어디서 왔어요 꼬마가 물었고, 레이겐은 잠깐 생각하다가 서쪽을 향해 가리켰다. 저쪽에 있는 대도시에서 왔어. 아직 도시라는 게 뭔지 아는지 모르는지 꼬마는 작게 고개를 가웃거리더니 레이겐의 하얗고 품 넉넉한 고등학교 하복 셔츠에 고개를 묻고서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레이겐은 품에 기모노를 입은 아이를 안은 채 마루에 걸터 앉아 멍하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들은 원래 체온이 높은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몸이 뜨끈했다. 초여름의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었고 꼬마와 닿은 몸에서 점점 땀이 났지만, 그것이 불쾌하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꼬마는 작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동생이 있어요. 이름은 리츠인데요, 엄청 귀엽구요, 리츠는 아파서 아직 저랑 공놀이를 못해요. 레이겐은 그런 말에 대충 건성으로 대답 했다. 응, 나도 누나가 있는데 누나는 어른이라서 도시에 있어. 나만 부모님이랑 같이 여기에 온 거야. 솔직히 말해서, 별로 오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이 아이의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줄어들었다. 고개를 숙여보니 색색거리며 아이가 자고 있었다. 레이겐의 하얗고 품 넉넉한 하복 와이셔츠 위로 아이의 새까만 머리카락이 찬찬히 흐트러졌다. 하얀 피부 위로 오똑한 작은 코가 무척 귀엽다고, 레이겐은 생각했다.



    "시게오 도련님"

    레이겐이 들어왔던 대문 너머로 사람이 들어왔다. 레이겐은 잠든 아이를 안은 채 마룻바닥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허둥지둥 목례를 해 보였다. 레이겐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본 여자가 작게 어머, 소리를 내고서는 레이겐에게 고개를 연신 숙여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이내 여자가 아이를 안아들자, 품에 있던 뜨끈한 감각이 사라지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서야 레이겐은 자신이 땀범벅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전화 한 통 쓸 수 있을까요. 제가 택시를 타고 잘못 온 것 같아서요. 레이겐이 그렇게 말하자, 여자는 레이겐에게 되물었다. 혹시 레이겐 군 맞니 네, 맞아요. 그 말에 여자는 아이를 안은 채 활짝 웃었다. 오늘부터 여기서 네가 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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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그딴건 내가써야돼 6
    6토독, 토독, 새벽부터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지문 너머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레이겐은 부스스 깨서 이부자리에서 몸을 누이며 뒤척였다. 제 머리맡에 놓인 아날로그 시계가 오전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해가 뜰 시간인데도 거뭇거뭇 날이 어두웠다. 그는 하품을 길게 하고서는 문득 깨달았다. 매일 새벽마다 귀찮게 깨우러 오던 시게오가 오늘은 없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에 그는 이부자리를 개고서는 다다미 문을 열었다.

    "모브"

    카게야마의 신사가 있는 고저택은 늘 조용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조용했다. 절간에 온 것 처럼 비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서는 시게오가 쓰는 방 문을 열었다. 그 애의 이부자리는 곱게 개켜진 채였다. 부엌으로 가자 명주천으로 만든 덮개를 씌운 소반이 있었다. 그걸 열자 정성스럽게 만든 오니기리와 함께 쪽지가 두 개 놓여있었다. 이틀동안 사이타마 현에 입원해 있는 리츠 도련님을 뵈러 시게오 도련님이랑 다녀올거예요. 냉장고에 된장국이랑 옥수수 삶아뒀으니까 나중에 드세요. 레이겐은 다른 쪽지를 넘겨서 보았다. 반쇼 부인이 쓴 것 보다 약간 더 두툼한 종이에는 삐뚤삐뚤한 히라가나로 적힌 짧은 문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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