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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hu6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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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룻담_전력 #룻담_60분전력
    주제 : 욕조

    이미지로 캡쳐하기 애매해 포이피쿠로 올렸어요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이 욕조는 귀여운 황금오리 네 마리로 다리를 달았다. 이 황금오리에 주인이 명령을 내리면 폴짝 뛰어 원하는 곳으로 데려 갈 수 있었다. 각각 특색이 있는 사랑스러운 황금오리들은 제가 맡은 역할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이 오리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욕조에 틀어박힌 주인이 바깥에 아무런 반응도 안할 때-물론 아주 특별한 주인이니 그만큼 뭔가... 어... 엄청 대단한 걸 하고 있지 않겠냐가 오리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상대를 보고 접근 허가를 내리는 것도 이 오리들이다. 문가에 서서 욕조를 가만히 바라보던 황금날개의 천사가 한숨을 쉬더니 걸어들어온다.

    막내 오리가 욕조를 힐긋 올려다 보았다. 욕조 밖으로 하얀 팔이 하나 튀어나와있다. 이런 상태의 주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을 테다. 저 덩치가 우리 갸날픈 주인님을 상처입히려 하면 어쩌지 막내가 눈에 힘을 모은다. 까만 고무 눈이 빨갛게 바뀐다. 그걸 눈치챘는지 가까이 다가오던 괴한이 멈춰섰다. 천장을 바라보며 뭐라 중얼거리던-나중에 첫째 오리 말하길, 아주 상스러운 F워드가 섞인 중얼거림이니 굳이 알 필요는 없다고 했다.- 괴한이 무릎을 굽혀 상냥한 눈길로 오리들을 바라보았다.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제법 부드럽게 오리들을 달랜다.

    “이것 참 기특한 오리들이구나. 루시, 큼, 너희들의 주인을 헤칠 일은 없단다. 약속하마.”

    네 마리의 오리가 일제히 꽥꽥대며 회의를 진행했다. 오리들은 황금날개의 천사를 한 번 봐주자고 결정한다. 아직까지 빨갛게 열을 뿜어내는 막내 오리의 눈이 그제서야 꺼진다. 남자는 안심하고 걸음을 옮긴다. 오리들은 다가오는 하얀 로브와 바닥을 쓰는 황금날개를 본다. 저렇게 커다란 황금날개가 있다면 우리 주지. 우리가 더 잘 쓸 수 있는데 오리들이 소근거렸다.

    아담은 팔자에도 없는 아이 달래기를 하느라 - 하, 그 미친 오리들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눈을 빛내는 게 호러 영화 저리가라였다. - 마음이 지쳐 루시퍼에게 ☆지옥특제갈비~하나가 먹어도 둘이 죽는 특별제~☆ 를 뜯어내고자 마음 먹었다. 아담이 욕조 안을 멀거니 들여다 본다.

    루시퍼가 팔만 욕조 밖으로 빼낸 채 눈을 감았다. 온세상의 빛을 모아 빚은 금실과 백금실이 물 속에서 흔들린다. 백자 같은 이마를 지나 길게 뻗어난 속눈썹이 어여쁘게 내려앉았다. 그 악마적인 아름다움에 아담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것은 나를 홀리러 온 악마다. 아담은 무심코 생각했다. 수면으로 손끝을 뻗는다. 나를, 파멸시킨 악마인데.

    백금색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루비색 홍채를 감싼 노란 공막을 드러낸다. 잔잔하던 물 안에서 악마가 길게 숨을 내쉰다. 긴 숨결 따라 숨방울이 나왔다가 수면으로 올라와 거품되어 사라졌다.

    루시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은 몸에도 물보라가 인다. 아담은 수면에 손을 댄 그대로 멈춰서 그 모독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본다. 아 지옥의 왕이 여기에 왔다 빨간 빛을 품은 홍채가 아담을 본다. 손이, 손이, 악마가.

    욕조에서 빠져나온 주인은 천사의 날개를 잡아당겨 욕조로 이끌었다.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힌 날개에서 황금깃털이 빠져 흩날렸다. 바닥에 떨어진 깃털이 쓰레기처럼 발에 채여 욕조 밑으로 굴러들어갔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깃털에 둘째오리가 헛숨을 들이켰다.

    위에선 무언갈 빠트리는 소리와 물에서 뽀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난다. 퍼드득 거리는 소리도 나는 것 같다. 하얀 로브에 감싸여 보이지 않던 검은 군화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첫째 오리가 아우들에게 굳은 목소리로 눈을 감으라 명령했다. 처리하더라도 오리들에게 시키던 주인이 스스로 손을 대다니.

    버둥거리던 군화가 끝끝내 처진다. 오리들은 숨죽이며 주인의 눈치를 기민하게 살폈다. 젖은 프록코트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웅덩이를 만든다. 주인이 황금날개의 남자를 안아 들고 걸어간다.

    주인이 방을 나서도 침묵은 길어진다. 셋째 오리가 침묵 속에서 힘겹게 입을 뗐다. 주인님은 늘 상냥하셨는데… 둘째 오리가 대답했다. 그러게. 다음에 저 남자가 오면 그냥 쫓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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