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와 페이스가 브래드에게 자신들의 연애 사실을 공표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비록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관계가 단절된 시기가 있기는 했지만, 브래드가 9살 어린 동생을 몹시 귀여워했다는 것을 아카데미 때부터 알고 있었던 디노로서는 큰 각오를 하고 고백한 사실이었다.
만약 헤어지라고 한다면 거부하겠지만 한 대 정도는 맞아줄 생각으로 얘기했건만, 정작 브래드는 멀쩡한 얼굴로 너희가 행복하다면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스도 성인이고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지극한 정론이었다.
“페이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아낄게.”
“그래,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잘 부탁한다, 디노.”
“뭐야, 브래드가 우리 아빠야”
마치 장인어른을 앞에 둔 예비 사위 같은 대화에 같이 긴장하고 있었던 페이스도 안심한 얼굴로 웃었다. 그런 페이스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디노가 팔을 벌려 단단히 끌어안고는 쪽쪽, 입을 맞추었다. 간지럽다며 웃는 페이스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던 브래드는, 분명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어이, 브래드 너 간장 흘러넘치고 있잖아”
“아.”
지적 고맙군, 그렇게 말한 브래드가 휴지를 뽑아 간장으로 흥건한 상을 닦아냈다. 얼굴은 침착하기 짝이 없으나 어째서인지 가슴에 달고 있는 엠블럼이 거꾸로 달려 있다는 점에서 평소답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키라가 손을 뻗어 브래드의 이마를 짚어봤지만, 손으로 전해져오는 온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브래드, 편찮냐 열은 없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도대체 그 말버릇 어디서 들은 거야, 아키라…….”
“엉 이런 거 별로야 빌리가 알려줬는데.”
“빌리 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진 윌이 한숨을 쉬는 사이 식탁에서 일어난 브래드는 척척 방으로 걸어 나갔다. 그래, 차라리 푹 쉬어라. 윌과 아키라가 브래드의 뒤에서 간절하게 두 손을 모았다. 왼손과 왼발이 함께 나가는 것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네가 본 브래드는 어땠어”
“신문 뒤집어서 읽고 계시던데.”
“서류도 30분째 처리 안 하고 그냥 멍하니 만년필만 보고 있던 건 봤어 대체 왜 저래”
“아마 페이스 군이 디노 상이랑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윌의 조심스러운 말에 아키라가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뭐야, 브래드 그거야 브라더 콤플렉스 그런 말 하지 마, 브래드 상은 그냥 페이스 군을 많이 아끼고…… 아끼는 방식이 좀 다른 거야. 그에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던 아키라가 고개를 반짝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오스카는”
“울었어….”
“우리 멘토들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