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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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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맥스는 아픈 걸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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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키스 맥스는 유독 아픈 것을 싫어했다. 정확히는 몸을 일으키기 힘들 정도로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고, 그럴 만한 상처를 입는 것을.

    다행히도 키스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편은 아니라 앓아눕는 일이 거의 없었다. 키스의 삶에서 아픈 건 휴식의 이유가 되어주지 못했으니 잘된 일이었다. 열이 펄펄 끓던 날에도 그의 아버지는 술을 가져오라며 소리를 질렀고,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밤거리를 얇은 점퍼 하나만으로 가로질러야 했던 그날이 생생했다. 얇은 벽 너머 남자의 신경을 건드릴까 싶어 터져 나오는 기침을 베개에 내뱉던 날들이 있었다. 무언가를 기대할 수도 없고 편히 아플 수도 없는 삶은, 저주와 같았다.

    그 남자를 벗어나고 아카데미에 들어간 후에도 키스의 삶은 안온하지 않았다. 손가락질과 수군거림, 편견 가득한 시선은 평생 키스를 쫓아다닐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에 상처받기엔 키스의 삶은 이미 수많은 굴곡으로 가득했다. 히어로가 되어도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비참했던 삶보다는 나을 것이다. 분명 처음엔 그것만을 목표로 했건만 어느새 브래드와 디노, 두 사람이 키스와 함께 삼총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브래드 녀석이야 학교 측에서 붙인 거였으나 어느새 이득과 손해, 그런 것 따질 것 없이 두 사람과 함께 하는 나날들 자체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이 드는 건 키스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잘 아프지 않다는 말은 또 언젠가는 아플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예고 없이 몸이 펄펄 끓기 시작한 키스는 몸을 옴짝달싹할 수도 없이 앓았다. 아침마다 디노의 강요에 따라 운동장에서 만나는 게 일상이었건만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은 키스의 모습에 데리러 왔던 두 사람이 당황할 정도였다. 키스는 앓는 중에도 당황한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다행히도 수업이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를 두고 가는 대신 간호하겠다며 키스의 침대 옆에 앉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하고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것을 마지막으로 끊어졌던 의식은 철퍽, 하는 소리와 물컹한 것이 얼굴에 닿아오는 감각에 돌아왔다.



    “…뭐야, 이거.”
    “아, 키스 깼어 몸은 좀 어때 브래드가 치킨 수프랑 약 얻어왔으니까 먹고 자”
    “내 얼굴 위에 올려진 이건 뭔데.”
    “물수건”
    “……물을 안 짰어”
    “물을 짜면 금방 건조해지잖아”



    네가 간호하면 병이 더 심해지겠다. 투덜거리면서도 시키는 대로 수프를 비워낸 키스는 약까지 삼키고 디노의 토닥임에 따라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누워 이불까지 덮었다. 내일까지 아프면 어떻게 처리가 될지 사감과 이야기하고 돌아온 브래드가 물수건을 깔끔하게 갈아주었다.



    “대단하네, 브래드 난 키스가 눈으로 욕했다니까”
    “아파서 예민했을 뿐이지 네 뜻은 알았을 거다. 디노 너는 건강해서 아픈 적도 없다고 했으니까 서툴 수밖에 없지. 나는 페이스가 아플 때마다 아플 때마다 더 내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한 바람에 배운 것뿐이다.”
    “브래드는 든든한 형이니까 분명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을 거야”



    두 사람의 대화를 배경처럼 들으면서 키스는 약 기운 때문인지, 몸이 여전히 좋지 않아서인지 몰려드는 수마에 다시 의식을 맡겼다. 소곤대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그 뒤로 디노는 아픈 적이 없었고 브래드가 아플 때면 키스와 디노가 병간호했다. 아프지 마 형아, 하고 울먹거리는 소리를 통화 너머로 같이 듣기도 했다.



    멀쩡한 가족이 있는 녀석이란 그런 거구나. 서브스턴스로 즉각 회복되지 못할 만큼의 중상을 입고 병실 침대에 누운 키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문이 열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브래드가 걸어들어왔다.



    “깨어 있었나.”
    “…안 와도 됐는데.”
    “상태만 확인하러 왔다만 들은 것보단 멀쩡한 것 같군.”
    “친히 봐주러 와주셔서 황송하기 짝이 없네.”



    둘이 이야기하는 사이 다시 문이 열린다. 늦은 시간인데도 방문객이 제법 많았다. 들어온 제이가 두 사람을 보고는 사이가 좋구나, 하고 웃었다. 아니, 별로. 제이, 이게 사이좋아 보여 동시에 티격태격한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 째려보았다.

    그럼 난 상태를 확인했으니 이만 들어가 보지. 일어나는 브래드에게 손을 흔들어 보낸 키스가 제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제이도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키스가 이렇게 아픈데 얼굴은 보러 와야지. 회의가 이어지는 바람에 늦게 왔네, 미안.”
    “아니, 괜찮아. 괜히 오게 해서 미안한데.”
    “문병 선물도 없이 왔는데, 뭘. 얼마나 입원해야 한대”
    “음…… 일주일 정도. 선물로는 술이 좋은데.”
    “다 나으면 사줄 테니까 그때까지는 금주해야지. 환자인데 담배 피우러 갔다가 잭한테 혼나지 말고 금연도 하고.”
    “아아, 유일한 삶의 낙까지 통제를…….”



    키스의 중얼거림에 제이의 얼굴에 걱정과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은 제이가 퇴원만 하면 비싼 술을 사주겠다며 그의 불만을 잠재웠다.




    ***




    잠시 방심한 사이에 쏟아지는 물을 제대로 맞았던 키스는, 귀찮다며 몸을 제대로 말리지 않았던 죄로 그대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엔 숙취라고 생각했는지 구박하며 키스를 침대에서 꺼내려 들던 주니어는 키스의 몸이 정상이 아님을 깨닫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디노와 페이스를 찾았다.



    “어, 키스 아파”
    “이대로는 패트롤도 무리겠는데.”
    “그러니까 몸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했지”



    다가온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드는 바람에 골이 울렸다. 숙취보다도 더 괴로운 감각을 느끼는 것이 키스의 얼굴에 고스란히 느껴졌는지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예민해진 청각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소곤거리는 소리까지 다 잡아냈다. 그것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 키스가 죽은 듯이 누워있는 것을, 이불째로 번쩍 들어 올린 디노가 잠시 그를 디노의 침대에 올려놓았다.



    “뭐 해…….”
    “잠깐만 기다려, 키스 감기에는 따뜻한 게 좋다고 했어 내가 마침 이럴 줄 알고…….”



    또 뭘 샀냐고 잔소리할 기력도 없었던 키스가 입을 다물고 젖은 빨래처럼 늘어져 있자 이내 키스의 침대에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을 끝낸 디노가 그를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살짝 두툼한 매트가 하나 설치된 것 말고는 별반 다를 것 없는 느낌에 키스가 눈을 뜨자 디노가 슬쩍 웃더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는 사이 들어온 주니어의 손에는 치킨 수프가 들려 있었다.



    “오……. 그거 누가 만든 거냐.”
    “쿠소 DJ가 잭 데려왔어.”
    “잭이라면 믿을 만 하지.”
    “얌전히 입 벌려.”
    “먹여주기까지 하는 거냐. 과도하게 친절한데.”
    “환자 목에 깔때기를 꽂아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얌전히 입 벌려, 쿠소 멘토.”
    “…….”



    얌전히 입을 벌린 키스의 입 안으로 묵묵히 수프를 떠먹인 주니어는 약까지 삼키는 것을 확인하고는 허튼짓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며 엄포를 놓고는 방을 나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 그리고 어쩐지 뜨겁기 짝이 없는 침대에 키스는 손을 더듬어 디노가 깔아둔 매트에 연결된 스위치를 확인했다. 9. 가장 맨 위로 올려져 있는 숫자는 매트 온도를 나타내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 자식은 혹시 나를 태워 죽일 생각인가……. 키스는 즉시 매트의 온도를 3으로 낮췄다. 지글지글 끓는 감각이 괴로우면서도 어쩐지 잠이 왔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깬 키스가 발견한 건 자신의 얼굴 바로 위에서 물수건을 갈아주던 페이스였다. 눈을 뜬 키스의 모습에 살짝 놀란 듯하던 페이스가 슬며시 웃었다.



    “빨리 나아, 키스.”
    “…뭐냐. 감동인데”
    “키스가 없으니까 오치비쨩이 나를 밀착 감시하잖아.”
    “역시 그쪽이냐….”



    한숨과 함께 눈을 감은 키스의 손이 이불 안으로 들어가도록 세심하게 이불을 다듬고 나가준 페이스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키스는 역시 아픈 것이 싫었다. 아픈 것을 좋아하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러나 이 삶은 더 이상 저주가 아니었다. 아픈 것은 낫게 될 것이고 그의 소중한 사람들은 멀쩡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키스는 더 이상 무력하게 상실할 만큼 약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키스는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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