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저녁 식사, 다른 걸 먹어도 괜찮다고는 하지만 언제나처럼 가장 좋은 음식은 피자인 디노를 따라온 페이스는 적당히 먹은 피자 대신 이 가게에서 파는 브라우니를 공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피자를 우물대던 디노가 문득 입을 열었다.
“페이스, 다음 주에도 시간 돼”
“왜 가고 싶은 피자집이 있어”
“아니아니, 연수 끝나고 같이 살아야 하니까. 같이 집을 보러 다녀야지.”
“…”
페이스가 빤히 바라보자 디노가 눈을 반짝거렸다. 제 애인이 눈을 반짝이는 건 꽤 예쁘고, 기껍고, 뭐든 들어주고 싶어지지만… 이건 그냥 그래,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입에서 우물거리던 브라우니를 삼켜낸 페이스가 디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디노, 우리 연수 끝나기까지 반년 정도 남았다는 건 알지.”
“으음, 알고 있지.”
“그럼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물어봐도 괜찮아”
“…….”
방금까지 초롱초롱하던 눈이 어둑해진다. 디노를 굳이 재촉하지 않고, 페이스는 그저 말끄러미 쳐다만 볼 뿐이었다. 이내 곧 디노의 입이 열렸다.
페이스는 6개월이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잖아.
나는 아직도 페이스를 처음 봤을 때가, 페이스가 나한테 마음을 열어줬을 때가, 페이스와 단순한 멘토·멘티가 아니라 이런 관계가 되었을 때가 눈에 선해. 그런데 곧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페이스를 보지 못한다는 게 무서워서 욕심을 부렸나 봐. 미안, 페이스의 사정도 듣지 않고. 다른 사람이랑 살 수도 있는 건데.
디노의 풀죽은 얼굴을 바라보던 페이스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디노 옆에 앉았다.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모습에 페이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디노의 얼굴을 잡아서 자기랑 눈 마주치게 했다.
“디노, 나 봐.”
시무룩하게 내려간 눈썹, 이게 뭐라고 페이스는 이 눈썹에 참 약했다. 그걸 알아서 디노가 일부러 시무룩한 얼굴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침대 사정에 관해서- 오늘은 일부러가 아닐 것이었다. 디노의 뺨을 꾹 눌러서 오리입을 만든 페이스가 쪽 뽀뽀를 하자 디노의 눈에 언뜻 빛이 돌아온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페이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아직 싫다고 한 적 없어.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당황했을 뿐이야.”
한숨을 고른 페이스가 피식 웃었다. 나도 이제 디노가 없으면 외로운데, 디노 아니면 내가 누구랑 살겠어 혹시 브래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면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아, 하고 머쓱한 얼굴을 하던 디노가 슬쩍 페이스를 끌어안아 왔다. 응, 페이스가 원하는 사람과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근데 이왕이면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게 나라는 거 기쁘네.
디노의 속삭임과 함께 페이스의 뺨에 손이 올라온다. 페이스는 눈을 감고 키득거렸다. 이내 애교와 같은 입맞춤이 쪽쪽, 닿아왔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페이스가 속삭였다.
“그래서 후보는 어디야 웨스트”
“아니, 거긴 페이스를 아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이스트는 어때 가장 멀고, 밖에서 뽀뽀해도 괜찮을 거야.”
“웨스트에서도 뽀뽀하면서.”
들켰네, 하고 키득거리던 디노가 다시 페이스의 입술을 물었다.
***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두 사람은 또 다른 연수팀으로 발령이 났다. 메이저 히어로로 진급한 디노는 그대로 웨스트섹터의 연수팀 리더를, 그리고 막 a를 단 페이스는 노스의 보조 히어로로.
“이래선 이스트에 집을 구한 의미가 없잖아~”
그러니까 좀 더 알아보고 했어야지. 사정을 이미 들은 키스가 비웃는 사이 페이스는 상 위에 엎드려 잉잉 우는 척하는 디노의 팔을 토닥였다. 오프 때 가는 용도로 생각하면 괜찮잖아. 다른 섹터니까 오히려 휴가 맞추기도 편할 거고. 방만 다를 뿐이지 타워에서는 같이 사니까, 오히려 더 자주 만날 수도 있어.
페이스, 하고 안겨 오는 디노를 끌어안은 페이스가 슬쩍 웃었다. 영 불만인 것으로 보이는 디노와 다르게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당장, 페이스는 불안함 따위는 없었다. 그야 그의 애인이 반년 전부터 몽땅 그의 불안함을 가져가 버리지 않았는가.
제 품에 안긴 분홍 머리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춘 페이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여태까지 그랬듯, 나와 함께 살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