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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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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_d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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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キスフェイ] Birthday chocolate

    “초콜릿은 언제 다 해치우려나.”
    “작년만 해도 오래 걸렸는데, 이번엔 다섯 배에 열 박스 초콜릿까지……. 키스랑 페이스가 힘내야겠네.”
    “네가 제일 힘내야지, 이 자식아. 저거 해치울 때까진 간식은 피자 말고 초콜릿으로 통일이다.”
    “에엥 너무해”



    웃고 있었고, 식사도 잘했지만 아까부터 무언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페이스는 자신의 등신대 초콜릿의 손가락 하나를 녹여 만든 핫초코를 홀짝이며 키스의 반응을 살폈다. 쌓여있는 초콜릿들을 흘깃거릴 때마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단 걸 싫어하는 그에게 초콜릿 열 박스와 등신대 초콜릿 다섯 개 분량의 냄새는 고역이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억울해 보였고, 무언가 원망하는 듯했다.
    초콜릿 열 박스를 주문한 건 디노지만 그건 애초에 페이스가 초콜릿을 좋아하기 때문이었고, 등신대 초콜릿도 그의 팬들이 보내온 것이었으니 저것들이 불만이라면 책임을 지는 건 역시 페이스여야만 했다.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는지 슬쩍 물어봐도 키스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는 대충 넘길 뿐이었다. 대놓고 물어보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던 터라, 페이스는 이전에 했던 수법대로 일단 키스에게 술을 먹여보기로 했다. 술을 좋으면서도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하는 키스에게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하고 웃은 페이스가 대신 많이 마시지는 않겠다며 덜 마신 핫초코 잔을 흔들어 보였다. 그제야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을 하는 키스의 쨘도 받아주고, 적당히 그도 한 입씩 홀짝이다 보니 어느새 얼굴이 빨개져선 술 냄새를 풀풀 풍기고 앉아 있다. 디노와 주니어도 진작 방 안으로 들어갔겠다. 눈치 볼 것도 없이 키스의 옆에 바짝 다가가 앉은 페이스가 키스, 하고 슬쩍 기대자 키스가 손을 뻗어왔다. 애교부리는 것처럼 그를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적대는 키스의 등을 마주 안아준 페이스가 은근한 어조로 속삭였다.



    “키스, 아직 내 생일 안 끝났으니까, 내가 원하는 거 들어줄 거야”
    “생일 …아아.”
    “…키스”



    생일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걸 보고 페이스가 의아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럴 이유가 없는데. 작년처럼 무슨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의 시간도 충실하게 보냈다. 생일선물이라며 진분홍색 장미꽃다발을 건네주기도 했고. 만족스러운 생일이었다. 페이스에겐 그랬다. 그러나 어째서 키스는 저렇게 무언가 해내지 못한, 부족하다는 얼굴을 하는 걸까. 더 추궁하려는 순간 키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게 기대있던 페이스가 휘청하는 사이 키스는 평소답지 않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멘토 방 앞까지 다다랐다.



    “난 이제 자러 갈란다.”
    “뭐”
    “잘 자라.”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도망가듯 문이 닫혔다. 아니, 도망가듯이 아니라 도망간 게 확실했다. 거실에 남은 건 페이스 혼자였다. 만족스럽기만 했던 생일의 마무리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
    .
    .



    이렇게 나오시겠다. 다음날부터 키스를 바라보는 페이스의 시선이 좋지 못했다. 디노와 주니어가 알아차릴 정도였으나 키스는 꿋꿋하게 회피를 시도했고, 페이스는 이따금 키스를 구박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디노가 슬쩍 그의 옆구리를 찔렀던 것 같지만 답을 듣진 못했던 것 같고, 어린 주니어가 키스를 유도심문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상은 의외의 인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젠 진실을 알아내고 말겠다는 의욕도 없이 그냥 기분이 상한 채로 담화실에 앉아 있던 페이스에게 지나가던 윌이 다가와선 소소한 잡담을 하던 중이었다. 모처럼 편안한 분위기에 페이스의 기분도 꽤 풀렸을 때, 윌이 생각났다는 듯 페이스가 먹고 있던 초콜릿을 가리켰다. 초콜릿은 잘 받았어



    “너무 받아서 문제였지, 윌도 들려서 좀 가져갈래”
    “응 키스 상의 초콜릿을”
    “…잠깐, 윌. 키스의 초콜릿이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는 윌의 모습에 페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받은 초콜릿은 디노가 시킨 열 박스 분량과 팬들이 준 것들이 대부분. 게다가 등신대 다섯 개의 시각적, 후각적 압박감이 너무 심한 탓에 그것부터 해치우고 있었지만, 아직 세 개째의 상반신을 잘라내고 있을 뿐이었다.
    키스는 디노의 초콜릿을 해치우는 데에 도움을 줄 뿐, 키스의 선물은 초콜릿이 아닌 장미 꽃다발이지 않았나. 그러나 이어지는 윌의 당황스러운 말에 페이스의 표정이 점차 이상하게 변했다. 얼마 전에 타워 밖에서 집으로 가는 키스 상을 우연히 봤는데, 분명 초콜릿을 만들겠다고 잔뜩 재료를 들고 있고…….



    .
    .
    .



    “키-스.”



    골이 난 채로 저를 피해 다녔던 요즘의 태도와는 다르게 페이스가 잔뜩 달콤함이 섞인 목소리로 키스의 이름을 부른다. 마음이 풀린 건가, 하고 생각하기에는 페이스가 어딘가 꿍꿍이가 숨어있는 태도로 웃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벗어나지 못한 건, 역시나 그는 제 애인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살랑살랑 웃으며 제 옆에 다가온 페이스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키스는 그의 냄새를 마음껏 들이켰다. 슬쩍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페이스가 키스의 등을 더듬는 감촉이 기꺼웠다.



    “키스, 오늘 키스 집에 가고 싶은데.”
    “뭐하러 어차피 디노나 주니어나 안 들어올 텐데.”
    “두 사람 말고도 방해꾼이 있을 수도 있잖아”
    “문 잠가두면 되잖냐.”
    “왜 그렇게 집에 가기 싫어해 여자라도 숨겨놨어”
    “나한테 반한 취향 나쁜 사람이 너 말고 있을 거 같아”



    키스가 키득, 웃자 페이스가 슬쩍 그의 입술을 깨물어온다. 달래듯 페이스의 등을 토닥이던 손이 슬쩍 엉덩이에 닿았다. 양껏 손에 움켜쥐기 직전, 얼굴을 쪽쪽 대던 페이스가 키스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왔다.



    “키-스. 내 초콜릿은 언제 줄 거야”
    “…요리해줘 안 질리냐”
    “아니, 키스 집에서 만들고 키스 집에 숨겨둔 초콜릿 말이야.”
    설마 버리지는 않았겠지 내 거잖아. 어느새 키스의 어깨에 손을 얹은 페이스가 눈을 접어 웃어 보였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온 듯한 눈빛에 키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디노한테 성질 부린 것도 그것 때문이지”
    “아니, 정말 내 방이 상자로 가득했다니까. 너도 봤잖아. 문도 제대로 못 열었다고.”
    “흐응.”
    “…초콜릿 많은데 뭘 또 먹으려고 그래.”
    “아무리 많아도 애인의 수제 초콜릿은 기꺼운 게 당연하잖아. 하여간 키스, 앙큼하게 군다니까.”



    쪽, 하고 키스의 이마에 입을 맞춘 페이스가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얼른 집으로 가자, 키스 기대했잖아 내가 키스 품에서 키스가 먹여주는 키스가 만든 초콜릿 먹는 거. 유혹적인 속삭임에 키스가 페이스를 잡아당겼다. 집에 가기 전에 맛 좀 볼까. 미소 지은 입이 겹쳐졌다.




    드디어 연인이 화해한 그날 밤은, 성공적으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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