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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침대 옆 서랍 위에 올려진 전화기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햇빛이 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고 있는데도 미동 없이 자고 있던 몸이 움찔거리더니 휴대폰을 찾아 팔을 더듬거린다. 마침내 휴대폰을 쥔 페이스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고 나서야 방을 메우던 벨소리가 멎었다.
“……여보세요.”
[페이스, 페이스~ 좋은 아침]
“으응, 좋은 아침이네, 디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페이스의 목소리가 달큼해진다. 응, 페이스 이제 일어난거야 얼른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난 아침으로 피자 먹었어 아침부터 경쾌한 멘토의 목소리에 페이스가 작게 웃었다.
“맛있었어 기분이 좋은 것 같네.”
[피자도 맛있었는데 페이스 목소리 들으니까 또 기분 좋아졌어]
“아핫, 그것 참 기쁜 걸.”
[응, 그러니까 페이스 얼굴을 보면 더 기분 좋아질 거야]
언제 와아~ 투정 섞인 목소리에 여전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곧 갈게, 하고 답하자 디노가 런닝 겸 데리러 가도 되냐며 들뜬 목소리로 물어온다. 안된다고 하기엔 너무 기분 좋은 목소리라 여유 있게 한 시간 이후에 와달라며 전화를 끊은 페이스의 허리를 가는 팔이 안아온다.
“페이스 군, 나를 두고 누구랑 만나러 가는 거야”
“직장 상사. 딱히 질투할 대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만 페이스 군 완전 달콤한 목소리였어~”
어젯밤의 페이스 군도 제법 달콤한 남자였는데, 오늘은 초콜릿 퐁듀 같이 끈적거려. 어젯밤을 함께 보낸 이의 속삭임에 페이스가 작게 웃으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어쨌든 나는 먼저 가봐야 하니까, 좀 더 쉬었다 가. 어제 무리했잖아”
키득거리며 긍정한 여자가 목을 휘감으려는 것을 저지한 페이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디노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그렇게 급하지는 않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리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디노가 온다는데 아침부터 하고 싶지도 않았고.
***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페이스가 급하게 로비를 훑었다. 직전,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페이스는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은 차였다. 익숙한 분홍머리를 찾고 있던 그의 등 뒤로 무게가 실린다.
“페이스~ 오랜만이야”
“…아핫, 어제 봤잖아”
“응응, 오랜만이야~.”
고집 부리듯 같은 말을 반복한 디노가 페이스의 머리를 훑었다. 같은 숙소에 사는 디노는 꽤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밖에서 보기는 힘든….
“페이스, 머리 손질은 패스한거야”
“디노가 너무 일찍 온 탓이잖아.”
“천천히 나와도 된다고 했는데~”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까.”
손질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감겨오는 머리카락을 잔뜩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페이스의 눈총을 살 터였다. 머리를 정리해주는 척 적당히 쓰다듬어주고 나서야 디노는 손을 떼내었다.
“페이스, 배 고프지 않아”
“디노는 아침 먹었다면서 그리고 나, 아침부터 피자는 무리라고 생각해.”
“피자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데”
“디노는 몰라도 나한테는 무리니까.”
“그럼 페이스가 좋아하는 걸로 먹으러 가자~ 사우스 섹터 쪽에 브런치 가게가 생겼다는 데 거기는 어때”
“으음, 좋아.”
가볍게 승낙한 페이스의 발걸음을 맞추며 디노는 활짝 웃었다. 아직 낮과 밤 모두의 페이스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페이스는 하루가 다르게 디노에게 물러지고 있다. 곧, 그의 밤까지도 온전하게 차지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늑대는 자신의 사냥감을 갈증어린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