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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pi87436769

    DOODLE
    돈 없는 새끼가 음악한다고 설치는 건 미친 짓이다.

    오한솔은 강의를 마치자마자 밀려 나가는 인파에 섞여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에브리타임 음대 게시판에서 교수가 또라이네 강의 질이 어떻네 가타부타 떠들썩하던 강의다. 악명답게 첫 수업부터 교수는 화려한 펀치라인을 날렸다. 돈 없는 새끼가, 아니, 사람이랬나. 음악한다고 설치는 건, 이것도 설친다는 단어를 똑같이 썼던가. 그냥 음악한다고만 했던가 문장이 끝나자마자 불쾌한 감정을 숨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숨을 내뱉은 탓에 옆에 앉은 남자가 곁눈질하는 것이 보였다. 악플이 관심의 반증이듯이 웬만한 소형 강당 크기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분명 그때의 오한솔은, 옆 사람이 흠칫 놀라 다시 시선을 돌릴 표정을 짓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교수가 정확히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찍 도착한 덕에 적당한 중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서 망정이었다. 맨 앞줄에서 그러고 있었다간 그 교수가 틀림없이 눈치챘을 테고, 1학년 1학기 첫 강의부터 척지는 교수가 생겼을 거다. 오한솔은 물처럼 평안히 흐르는 대학 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누구와도 척지고 살고 싶지 않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사람 정신을 갉아먹는지, 송향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 걔네와 살부대끼며 지낼 때 뼈저리게 느끼고 온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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